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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스려지지 않는 당혹스러운 감동이라니.. 더 브레이브
cropper 2011-02-25 오전 9:28:53 1101   [0]

관객마다 영화를 고르는 기준이 있을것이다. 그 중에 가장 성공률이 높은 방법은 "감독"을 기준으로
고르는 것이다.
딴청 피우는 척 하면서도 현실을 피눈물나게 쏘아보고, 관심없는 척 하면서도 지독하게 꿰뚫어 보는
조엘코엔 & 이단코엔 형제 감독의 신작 "더 브레이브" (원제 : TRUE GRIT)" 가 개봉하였다.
2008년 전세계 영화제 상을 독식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를 통해 결국 노인이 될 수 밖에 없는
모든 인간들에게 악몽같은 쓴맛을 안겨줬던 코엔형제가 이번에는 감동이 가득한 신작을 들고 왔다.

14살 소녀 매티의 아빠는 배은망덕한 톰채니 에게 죽임을 당한다. 소녀는 눈물로 날을 지새는 엄마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을 대신해 꽉다운 어금니와 당돌함을 무기로 톰채니를 잡기 위한 조력자
들을 물색한다.
거래에 잔뼈가 굵은 장사꾼도, 산전수전 다 겪은 연방보안관 코그번도 14세 소녀의 배짱과 단호함
앞에 무력해진다. 톰채니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린 텍사스 경비대 출신, 라뷔프가 동참하면서
코그번, 매티, 라뷔프 이 세사람은 인디언지역으로 도망친 톰채니를 잡기 위한 여정길에 오른다.


 

뜻밖에도 그들의 여정을 힘들게 하는 것은 하얀 눈내리는 사막의 겨울 추위도, 언제 부닥칠지 모르는
결투도 아니었다. 텍사스레인저 출신임을 퍽이나 자랑스러워하는 라뷔프와 그를 번번히 무시하는
늙은 코그번 사이에 일어나는 유치한 말다툼과 욱하는 성격 때문이다.
총으로 모기를 맞춘다느니, 300m 밖의 적을 명중시켰다느니 하는 말싸움 끝에 실력을 겨루는
장면에 이르면 아주 그냥 가관이다.

그들의 주먹구구식 전술과 불협화음 속에서 이렇다 할 결투신 하나 없이 영화는 뭉그적거리고
영화는 다 끝나가는데 수배범 톰채니는 낯짝 한번 나와주질 않는다.
코엔형제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날카로움은 고사하고, 도대체 악당인 톰채니가 나오기는 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은 어느새 불안함과 지루함으로 변신을 시도하려 한다.
영화는 정확히 그 찰라에 소녀 매티와 톰채니를 원수의 외나무 다리위에 떡하니 올려 놓는다.

바로 이때부터 영화는 생각지 못한 뜨거운 반전을 내어놓는다.
복수의 당사자인 14세 소녀 매티가 더할 나위없이 침착한 반면, 그런 소녀를 바라보는 늙은 보안관의
마음은 애타기 그지 없다. .
그토록 일관되게 무성의하고 못미더웠던 보안관 코그번은 소녀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온 하늘을
수놓은 얼음 조각같은 추운 겨울 밤을 가로지르며 폭염처럼 뜨거운 숨을 몰아내쉰다.

영화는 고작 10분도 채 안되는 마지막 씬을 통해, 앞서 뭉그적대며 그저 흘려보냈던 1시간 40분을
고스란히 감동의 도가니로 되갚아준다.
멀어져 가는 마흔살 매티의 뒷모습과 함께 울려퍼지는 찬송가 "Leaning on the everlasting arms"
(주님의 친절한 품에 안기세) 가 울려 퍼지면, 예상하지 못했던 큰 감동을 추스릴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녀가 25년의 세월속에 견뎌야 했었을 지루하고 모진 풍파는 단 한마디 설명없이도
그녀의 변치않은 단호한 눈동자와 주름의 행간에 빼곡히 드러난다.



결국 영화가 끝나고서야 14살 소녀의 바램이 결코 아빠를 죽인 이에 대한 복수가 아니었다는 것을
관객은 눈치채게 된다.  톰채니를 생포해서 대중 앞에 죄값을 받게 하겠다던 소녀의 결심은
"반드시 악은 패배한다"는 믿음에 대한 행위이다.
그리고 현상금 때문이 아니라, 무법천지 세상에서도 반드시 지켜내야할 소녀의 소중한 믿음을 위해
길을 떠났던 늙은 보안관의신념이 가슴에 와닿는 순간 감동은 또 한번 뒷북을 때린다.

서부극이라는 투박한 그릇에 담은, 이토록 눈물나게 과묵하고 아름다운 메시지라니.
코엔형제 특유의 놀라운 우화는 이렇게 또 한번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것도 1억 6천만불이라는 블록버스터급 흥행성적과 함께 아카데미 10개 부문 후보라는 성적으로.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하는 사회"를 정의사회라고 정의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 공염불로 들리는 한국사회.
아이들은 무지하고 어른들은 무관심하다.

함께 극장문을 나선 S의 딸아이가 떠올랐다.
부디 지금 보다는 더 나은 세상에 살게 되기를..

Filmania CROPPER, 원성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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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브레이브(2010, True Grit)
제작사 : Scott Rudin Productions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수입사 : CJ 엔터테인먼트 / 공식홈페이지 : http://www.thebravemovi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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