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에어(Jane Eyre, 2011)
너무 원작의 재연에 집중한 게 아닐까
먼저 나의 무식함을 고백하자면, Jane Eyre라고 쓰는 줄 몰랐다. 그렇다고 Air라고 쓸 거라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한 번도 영어로 어떻게 쓸까를 고민한 적이 없는 듯.
BBC에서 제작했거나 지원한 걸로 알고 있는데 참 BBC다운 구성이라는 생각. BBC 방송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몇 편의 드라마와 오만과 편견 등을 보면 등장인물의 스타일이나 구성, 원작의 해석 등이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문외한인 내가 어떻게 풀어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제인에어는 요즘 들어 글이 읽기 싫은 내가 한 편의 책을 보자는 마음으로 선택한 영화이고, 무엇보다 포스터의 귀를 둘러서 뒤로 넘긴 올림머리를 한 제인에어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신기해서였다. U핀을 사용한 것 같은데 어떻게 앞머리를 저런 식으로 넘겼지? 라는 생각.
내용은 예상대로 책을 따라간다. 책을 읽은지 좀 오래 돼서 100% 책의 구성이나 흐름과 일치하는지는 자신없지만 대강 기억하는 바로는 그랬다.
외숙모에게 맡겨진 고아. 그러나 사촌오빠가 엄청 괴롭히는데 집안 식구는 모두 제인에어만 구박한다. 기숙학교에 들어가 방학 때도 학교에 남지만, 학교에서도 친구는 거의 없고, 이상한 어른들 때문에 왕따가 된다. 가정교사로 일하는 중 운명적 사랑 같은 로체스터를 만나고, 신분과 그의 과거 때문에 도망쳤다가 인도 선교사로 나가려는 사람을 만나지만, 남매란 이름의 가족이고 싶었던 사람에게 무미건조한 명령조의 프로포즈를 받고 그 사람에겐 사랑을 느낄 수 없어 다시 로체스터에게 간다. 그 집은 이미 옛부인 때문에 불에 탔고, 로체스터는 넋나간 모습으로 개와 함께 나무 아래 앉아있지만 촉감으로 제인에어를 알아본다.
영국의 19세기가 어떤 모습인지 잘은 모르지만 몇 편의 BBC 영상으로 느끼는 바는 참 넓고, 평화롭고, 여유로워보이지만, 그 안에 말도 안되는 시기 질투가 있고, 여성 차별이 있음을 보게 된다. 오만과 편견의 여성도 그렇고 제인에어도 그렇고 그런 봉건적인 사회의 모습에 반하는 자아를 가진 사람이 겪게 되는 갈등과 운명적인 인생의 개척을 보여준다. 코코샤넬의 삶을 영화화했던 작품에서도 코코샤넬이 관습을 물리치고 실용적인 옷을 만들었던 것처럼.
이미 내용을 알고 있었기에 I'm not.(아임 노트) 같은 영국식 발음이 귀에 울리는 걸 즐긴다거나, 대저택의 풍광과 그들의 엉덩이를 부풀리고, 상체를 꽉 조인 의상과 모자, 헤어 스타일 등 눈요기가 주 관심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5분이라는 시간 동안 스토리 흐름은 약간 지루한 게 아니었나 싶다. 나처럼 다른 관심사를 가진 사람은 덜 했겠지만, 그나마 꽉 찼던 주말 극장에서 적지 않은 사람이 중간에 나가더군.
19세기를 배경으로 했기에 다소 어색한 성인이라고 하기엔 마치 중고등학생의 풋풋한 사랑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키스씬 정도가 애정씬의 전부였다. 어찌나 뽀뽀도 깜찍하게 하시던지.
이번 영화는 원작을 따라가는 즐거움이 있었다면, 좀 더 새롭게 현대적으로 각색한 영화가 나온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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