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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지루하고 이미지는 70년대 같고... 인 타임
ldk209 2011-10-31 오후 12:54:01 514   [0]

 

이야기는 지루하고 이미지는 70년대 같고... ★☆

 

<인 타임>을 보려고 생각했던 건 두 가지 차원에서다. 첫 번째는 25살에 더 이상 노화가 진행되지 않고 모든 재화가 수명으로 거래되는 사회라는 기본 설정, 두 번째는 여주인공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매체마다 사이프리드 또는 시프리드로 표기. 미국에선 어떻게 부르는지) 때문이었다. 물론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출연한 모든 영화를 본 건 아니지만, 최소한 이런 정도의 이야기, 그리고 감독이 <가타카>의 앤드류 니콜이라면 충분하리라는 판단.

 

이야기는 이렇다. 근미래(!). 인간의 나이와 외모가 25살에 멈춰져 있고, 모든 재화가 수명으로 거래되는 사회. 이를테면, 커피 4분, 권총 3년, 스포츠카 59년. 팔뚝에 새겨진 수명시계로 물건을 거래하고, 수명시계가 0이 되면 그 순간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기이한 사회가 영화 속 배경이다. 부자들은 엄청난 수명을 축적해 놓고 실수만 아니라면 영원히 살 수 있으며, 가난한 자들은 노동으로 하루 수명을 확보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빌리거나 또는 훔쳐야 만이 생존이 가능한 사회. 어느 날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해밀턴이란 남자를 술집에서 구해 주고는 그로부터 100년 이상의 수명을 선물 받고, 부자들만이 사는 뉴 그리니치로 향한다. 한편, 타임 키퍼 리온(킬리언 머피)은 해밀턴의 살해 용의자로 윌을 지목하고 그를 파티장에서 검거하지만, 윌은 거대 금융사 회장의 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인질로 삼아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다.

 

25살에 노화가 멈추고, 모든 걸 수명으로 거래하는 사회라니, 대체 이런 사회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SF영화, SF문학이 어떠한 원인을 제시하지 않아도,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어도 가능할 수는 있다. 그러나 나름의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작품은 그 신뢰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깐 대체 어떻게 해서 그런 미래가 되었으며 어떻게 그런 미래가 지속되고 있는가란 의문. 유전자 조작일까? 자연적인 임신을 통해 태어난 아이에게도 생체시계가 달려 있는 데 그게 유전자 조작으로 가능한 것일까? 차라리 외계인이나 대체 역사 장르라도 끌고 들어와 원인이나 시스템을 설명했다면 어땠을까?

 

어쨌거나 <인 타임>은 왜 이러한 사회가 됐는지, 그리고 이런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 전혀 설명하지 않는다. 물론 수명이 화폐가 된 사회, 0이 되는 순간 죽는 사회는 1%의 소수가 99%를 지배하는 극단적 사회에 대한 상징으로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인 타임>은 그러한 설정에서 어떠한 의미를 찾아내거나 강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너무 뻔한 진실을 마치 아무도 모르는 듯 행동하고 있다는 게 더 어색해진다. 설정이 아무리 흥미롭다 해도 그것이 단지 눈요기 거리로만 기능할 때, 오히려 영화적 재미는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음을 <인 타임>은 명백히 입증하고 있다.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해서 영화가 재미없어지는 건 아니다. <인 타임>의 문제는 이야기로서 또는 이미지로서 뜬금없는 설정들이 난무하고 지루하며 따라서 재미를 느끼기 힘들다는 점이다. 오지랖으로 느껴지는 남자 주인공의 정의감, 평생 가난한 동네에서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자동네에서조차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최고 갑부와 엮어지는 인연, 생뚱맞다고 할 정도로 아버지에 대한 격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여자 주인공 등등. 이야기의 흐름도 너무 뻔한 경로를 따라가다 보니 위기가 닥쳐도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거기에 덧붙여 말하자면 <인 타임>은 마치 70년대에 제작한 SF영화처럼 느껴진다. 복장부터 자동차까지 현재 시점에 비춰 미래보다는 70년대 이미지를 차용한 듯 싶고, 특히 현대에도 사용하고 있는 각종 편의기구들, 그러니깐 핸드폰이나 인터넷 등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정말 어떻게 이런 사회가 되었으며 어떤 시스템 하에 유지되고 있을까? 누구 말마따나 핸드폰이나 인터넷이 사용되고 있었다면 영화에서 그려지는 사회가 되기란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나마 이 영화에서 나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보는 것이었다. 실제 25살로만 이루어진 사회가 존재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보면 어쨌거나 밝고 근사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 영화 화면도 그러하다. 특히 부자 동네의 모습은 늘씬하고 화려한 젊은이들이 그득해 시신경을 자극한다. 그런데, 역시 드라마에는 노인도 등장하고 중장년층도 등장해서 현실처럼 느껴져야 마음에 와 닿는 것 같다. 젊은 외모의 사람들이 말하는 인생의 격언은 별로 와 닿지 않고 그들의 마지막도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 보기 좋은 건 5분이면 족하다. 나머지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심해지고 지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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