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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긋지긋한 가족이란 인연... 밍크코트
ldk209 2012-01-16 오후 3:54:03 556   [0]

 

이 지긋지긋한 가족이란 인연... ★★★★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노모(김영미)를 돌보는 딸 현순(황정민). 그러나 현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회복 확률이 1% 미만이라며 연명치료 중단을 권유한다. 의사의 권유에 현순은 강하게 반발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현순을 설득해 노모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려 한다. 현순의 설득에 실패한 가족들은 현순의 딸 수진(한송희)을 끌어들여 현순이 없는 사이에 산소호흡기를 떼려 하지만 막판에 수진이 마음을 바꾸면서 이마저 무산된다.

 

작년 한국 영화계의 가장 큰 특징을 하나 꼽으라면 기획 대중영화의 부진과 독립영화의 약진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직 1월도 넘기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어쩌면 작년과 비슷한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기획 대중영화의 부진은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시스템의 문제에 기인하기 때문이며, 그에 반해 독립영화의 제작 여건은 어쨌거나 과거보다 발전,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2012년 독립영화의 첫 주자로 나선 <밍크코트>는 섣부른 예측이긴 하지만, 2012년을 통틀어도 손꼽을 만한 작품에 들것이 확실하다.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해, 종교적 신념과 현실의 문제라는 주제의식과 이를 풀어가는 스토리 구조도 좋지만, 특히 인물을 클로즈업과 핸드헬드로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촬영과 배우들의 연기는 보는 입장에서 그 어떤 호러영화나 공포영화보다 더 큰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할 정도로 탁월하다.

 

<밍크코트>는 보는 관점에 따라 한국 기독교를 다룬 종교영화로 볼 수도 있고, 가족 간 갈등을 다룬 가족드라마로 보이기도 한다. 가족들 모두 기독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시시때때로 방언과 섬뜩한 광기의 언어를 쏟아내는 현순은 나머지 가족이 보기엔 이단, 망상에 불과하고, 유산을 물려받았으면서도 병원비, 아이들 교육을 걱정하는 가족들은 현순이 보기엔 거짓 신자, 핑계에 불과하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간극과 갈등은 교묘한 언어로 외화되어 상대를 할퀴어 대고,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는다. 미소를 지으며 오래 전 추억을 떠올리는 척하면서 상대의 상처를 드러내는 입들은 그 자체로 기괴하고 섬뜩하다.

 

한국기독교의 물신주의와 광신적 특징도 영화를 통해 잘 묘사된다. 교회 건물 신축 업자로 선정된 준호(이종윤)를 위해 내는 감사헌금은 사실상 뇌물에 불과하며, 이 일을 따내기 위해 뒤에서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그 분위기만으로도 상상이 된다. 교회 자금을 횡령하고 물신적 부에 집착하는 가족들의 행태는 대형 교회가 판을 치는 현재의 한국 기독교를 상징하며, 가족들 내에서조차 이단이라며 공격받는 현순의 태도는 사실 주위의 기독교인들에게서 가끔 접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는 할머니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현순과 나머지 가족들의 태도를 통해, 이 주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안락사 문제에 대한 고민의 일단도 제공한다. 할머니의 산소호흡기 제거를 둘러싸고 이를 반대하는 현순과 찬성하는 가족들의 대립으로 이끌어져 가던 영화는 막바지에 와서 자신의 선택을 바꿔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으로 인물들을 몰아넣고는 관객에게 선택을 지켜보게 한다. 이 상황에서 전도사는 현순을 찾아와 “너와 가족들의 잘못으로 인해 하나님이 수진과 뱃속의 아이를 내쳤다” “수진과 아이가 잘못되는 것도 모두 하나님의 뜻이다”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 신의 행태(?)에 <밀양>의 신애는 신에게 저항하고 돌을 던졌다면, <밍크코트>의 현순은 끝내 신의 세계를 떠나지 못한다. 신을 버리는 파격 대신에 영화가 택한 건 어쩌면 안전해 보일 수도 있는 가족의 화해다.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나를 이어주는 밍크코트. 그리고 느닷없는 사고와 선택의 딜레마, 가족들의 자책과 회개는 사실 뜬금없어 보인다. 작위적으로도 보인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평소 ‘나와 내 주위에 닥치는 모든 불행은 나의 죄에 하나님이 내리는 벌’, ‘매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습관처럼 입에 달고 다니는 신앙인들이라면 그런 식의 급작스러운 감정의 변화가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종교는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 처음 <밍크코트>라는 제목을 보고는 아마도 동물이나 환경에 관한 영화가 아닐까 생각했다. 다리오 아르젠토 감독의 <죽음의 모피코트>처럼 호러 영화일 수도 있겠단 생각. 어디선가 본 감독의 인터뷰에 따르면, 제목과 주요 소재로 밍크코트를 내세운 이유가, 나의 따뜻함(사실 이 문제는 별로 없겠지만)과 부유함의 과시를 위해 남의 가죽을 벗긴 게 밍크코트인 것처럼 가족 역시 자신들을 위해 다른 가족구성원의 가죽을 벗겨 사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 <밍크코트>는 최근에 본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렬하다. 클로즈업과 핸드헬드로 촬영된 화면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황정민의 눈빛과 독설은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섬뜩하다. 어디선가 본 익숙한 얼굴. 나중에 찾아보니 <지구를 지켜라>의 순이, 그리고 <하녀>에서 전도연의 친구.

 

※ 독실하게 기독교를 믿는 집안에서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조차 외부인의 시선으로 보면 호러와 공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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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ee65
이 영화 입소문 대단   
2012-01-16 23:5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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