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면서도 묘하게 매력적이다.. ★★★
기억해야 할 스페인 호러 <알이씨 REC>의 감독인 자우메 발라구에로의 최신작 <슬립타이트>. 영화는 평범하고 착해 보이는 외모의 성실한 아파트 관리인 세자르(루이스 토사)의 엽기적인 행각을 보여준다. 병든 노모를 보살피고, 아파트의 구석구석을 관리하며 입주자들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그의 이면은 섬뜩하고 끔찍한 범죄자로의 모습이다. 그는 저녁이면 아파트 주민인 클라라의 침실에 숨어들어 마취제로 클라라를 쓰러트리고선 그녀의 옆에서 같이 잠을 자고 아침에 빠져나오는 일상(?)을 되풀이 한다.
영화는 이 과정을 매우 느리게 복기하듯 되풀이하며 보여준다. 세자르가 클라라를 상대로 저지르는 범죄가 외형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대부분 클라라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옆에서 잠이 드는 것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관객, 특히 여성관객이라면 정말 진저리 칠 만큼 끔찍함의 연속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영화는 시종일관 세자르의 시선에서 진행되고, 세자르에게 위기가 닥치는 순간이 범죄인에게 처벌이 내려지는 카타르시스의 순간이 아니라, 반대로 가슴 졸이게 되고 세자르가 위기에서 벗어나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는 점이다.
관객이 경험하는 이런 묘한 심리적 충돌이야말로 긴장감을 유지시켜 주는 가장 근원적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가장 궁금해지는 건 도대체 왜 세자르는 클라라를 상대로 이런 끔찍한 범죄를 되풀이 하는가 이다. 매일 그녀의 옆에서 잠드는 것으로 시작한 세자르의 범죄는 클라라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점점 더 심해져, 방에 바퀴벌레를 풀어 놓는 등 직접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것으로 상승해 나간다. 심지어 그는 움직이지도 말도 못하는 어머니에게 클라라와의 관계를 마치 애인이라도 되는 듯 차분하게 설명하기까지 한다.
관객은 아마도 클라라가 미처 알지 못하는 어떤 원한을 세자르가 안고 있는 것이라고, 그래서 복수하는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게 만든다. 그러나 사실 세자르에게 클라라를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는 어찌 보면 계급적 분노를 표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미친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그것이 영화에서 제대로 표현된 것 같지는 않다. 영화는 오히려 세자르라는 인물이 저지르는 범죄가 매우 끔찍하면서도 또 묘하게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부각시킨다.
※ 세자르가 범죄가 계급적 분노를 표현한다고 볼 때, 평소 친절하던 세자르가 직장에서 해고된 이후 여성 입주민에게 약점을 노골적으로 말하며 그녀의 상처를 후벼 파는 모습은 매우 상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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