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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감독의 작품을 앞으론 자주 볼 수 있기를...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ldk209 2013-10-16 오후 4:26:19 772   [0]

 

장준환 감독의 작품을 앞으론 자주 볼 수 있기를... ★★★

 

훗날 2003년이 한국 영화의 황금기로 불리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바로 2003년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과 함께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등의 작품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던 해였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 장준환 감독의 연출 공백은 다른 세 감독의 이후 행보에 비춰볼 때 더 안타깝게 다가온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했다면 장준환 감독의 현재 위상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싶은 생각이 10년 전 텅 빈 극장에서 외롭게 <지구를 지켜라>를 보며 감탄했던 감정과 함께 뒤섞여 나타난다.

 

영화 <화이>는 5명의 범죄자 아버지를 둔 화이가 자신의 과거를 알게 된 후 벌어지는 파국을 강렬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화이가 어떻게 해서 5명의 아버지를 두게 되었는지 굳이 감추지 않고 공개하며 시작한다. 누군가의 아이를 유괴한 범죄그룹(?) ‘낮도깨비’는 유괴의 대가인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옥신각신한 끝에 아이를 키우기로 했으며, 그 아이가 자라서 화이가 된 것이다. 5명의 아빠들은 각자 자신만의 특기와 장점으로 범죄에 기여하고 있으며, 화이에게 자신의 기술을 전수했고, 그런 기술을 빼닮은 애정으로 화이를 대해왔다.

 

기본적인 줄거리만 봐도 대충 감이 잡히는 게 있다. 아버지를 극복하고 부정해야 남자는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얘기 또는 괴물을 없애기 위해 괴물이 된다는 얘기. 우선 전자의 성장담을 대입하기엔 과도하게 단순화되기는 하지만, 충분히 가능한 것도 사실이다. 다양한 아버지들이 존재한다. 엄격한 아버지, 친밀한 아버지, 어리숙한 아버지, 부끄러운 아버지, 잔인한 아버지, 냉철한 아버지 등등등. 화이에게 닥친 곤란은 다섯 명의 다양한 아버지들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이들이 모두 극복하고 부정해야 할 대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자. 과연 화이만 그러한가? 사실 화이의 다섯 아버지는 대게의 모든 아버지들이 소유하고 있는 다양한 특질(?) 중 한 가지를 대표하는 인격체들이다. 도대체 처음부터 끝까지 엄격하기만 하거나 어리숙하기만 한 아버지가 어디 있겠는가? 대게의 아버지들은 자식이 보기에 어느 땐 엄격하고, 어느 땐 친밀하며, 또 어느 땐 냉정하기도 하고, 그런 것이다. 이 중 부모님의 어느 특질이 가장 대하기 어렵고 극복하기 어려운 가는 각자마다 다르겠지만, 대게 엄격한 아버지의 모습이 가장 늦게까지 아들에게 힘듦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괴물을 없애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되어야 한다면 도대체 왜 괴물을 없애야 하는가. 그러나 화이는 괴물을 없애기 위해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그게 엄격한 아버지가 남긴 유산이 된다. 왜 화이를 키웠고, 왜 화이를 괴물로 만들려 하는가.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때 하나 묻지 않은 하얀 천을 보면 일부러 더럽히고 싶은 내적 악마의 본성이.

 

아무튼, 화이는 강렬하다. 굳이 저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들도 많고,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영화적 강렬함과 잘 어울린다. 약간 바보스러운 조진웅이나 장현성, 김성균 등의 조연급들 연기도 좋지만, 무엇보다 김윤석과 여진구의 연기가 화룡정점을 찍는다. 김윤석의 경우, 최근 <도둑들>이나 <남쪽으로 튀어>에서 조금 매너리즘에 빠진 거 아닌가 싶었는데, <화이>에서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촬영순서가 실제로 어떤 영화를 먼저 찍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놀란 건 여진구다. 드라마에서의 연기를 보지는 못했다. 그저 말로만 들었을 뿐인데, 그 나이에 김윤석과 붙어서 밀리지 않는 강렬함을 보여주고 있어 앞으로 기대를 걸어도 될 재목인 건 확실하다.

 

그럼에도 좀 아쉽다. 특히 전작, 무려 10년 전 작품인 <지구를 지켜라>가 워낙 특출난 아이디어와 상상력으로 채색된 작품이어서인지, 그 작품과 비교해 아쉽다. <화이>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긴장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잔인한 장면이 많고 영화 속 인물들이 피눈물을 흘린다고 그게 곧바로 긴장과 연결되는 건 아니다. 덜컹거리는 불협화음이 특징이었던 전작과 달리 <화이>는 상대적으로 술술 흘러간다. 이게 유려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맹숭하다는 느낌이다. 인물들의 동선이나 관계가 애매한 부분들도 있다. 이걸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하기엔 너무 민망하다. 그냥 너무 오래 연출을 쉬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영화가 흥행에 성공해 좀 더 자주 극장에서 장준환 감독의 영화를 볼 수 있기를.

 

※ 본편 끝나고 잠시 후, 쿠키 영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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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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