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할리우드 최고의 거장 리들리 스콧, <더 로드>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원작자이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대표 작가 코맥 매카시가 만나서 빚어낸 스릴러 <카운슬러>가 베일을 벗었다. 스릴러 장르라고 하면 주인공이 얼떨결에 악당들의 함정에 빠지고, 빼어난 생존 능력으로 악당들의 뒤통수를 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영화들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카운슬러>는 그런 범작 스릴러들과는 궤를 달리 하는 영화다. 영화는 처음부터 수많은 암시와 경고를 던져주고, 그걸 가볍게 무시하는 주인공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천히 그물망을 조이기 시작한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줄 알았던 생지옥이, 사실은 바로 옆에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목도하게 되는 순간 <카운슬러>의 진가가 드러난다. 사라진 문제의 마약은 돌고 돌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드럼통 속의 시체처럼 그 주인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 사이에 어떤 비극이 있었는지 영화는 자세하게 묘사하지 않는다. 그래도 관객들은 다 알고 있다. DVD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이미 알아서 상상했기 때문이다. <카운슬러>처럼 정적인 영상 안에 무지한 선택의 결과라는 공포를 심어놓고는, 우아한 포즈로 시치미 뚝 떼고 있는 스릴러 영화는 다시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카운슬러> 제작 중에 사망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동생 토니 스콧이 보더라도 매우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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