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경우.. ★★★
코맥 맥카시가 좋아하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근처 도시가 바로 <카운슬러>가 펼쳐지는 배경이다. 젊고 잘 생겼으며 유능하기까지 한 카운슬러(마이클 패스벤더)는 연인 로라(페넬로페 크루즈)와의 행복한 결혼을 꿈꾸며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선물한다. 그러나 자금난에 쪼들리던 카운슬러는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와의 마약밀매 사업에 뛰어 들고, 쉽게 돈을 벌 수 있음에 들떠한다. 그러나 라이너는 물론이거니와 마약중개인 웨스트레이(브래드 피트)까지 카운슬러에게 이 세계의 위험에 대해 경고를 날린다. 결국 경고는 현실이 되어, 마약 운반 트럭이 누군가에 의해 빼앗기게 되면서 피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리들리 스콧 감독의 새 작품에 대한 기사를 보고 흥분했던 기억만은 또렷하다. 리들리 스콧이 연출했다는 것만으로도 주목받아 마땅한 데, 일단 출연하는 배우들이 그저 황홀하다. 마이클 패스벤더,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하비에르 바르뎀, 거기에 브래드 피트까지. 여기에 화룡정점은 각본이 코맥 맥카시라는 점이었다. 그러니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코맥 맥카시의 소설을 영화화한 게 아니라, 코맥 맥카시가 처음으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는 얘기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카운슬러>는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아니라, 기대의 크기와 상관없이 좀 실망스런 결과물이다. 물론 리들리 스콧의 이름에 걸맞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튀어나오기는 하며 분위기로만 보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연상되기도 한다. 튀어나온다는 표현을 한 건, 그런 몇 몇 장면이 작품 전체와 어우러지는 게 아니라 별개처럼 존재한다는 의미다.
누군가에게는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이어지는 어둡고 의미가 있는 것 같은 대사들이 인상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대사 장면들이야말로 코맥 맥카시의 시나리오가 낳은 가장 안 좋은 결과물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이 소설이라면 - 코맥 맥카시 작품의 특징이 그러하니깐 - 좋았을 것이고, 소설을 영화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충분히 좀 더 편한 대사들로 다듬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배우들의 경우 대체적으로 과소비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카메론 디아즈는 미스 캐스팅이 아닐까 싶은 데, 차라리 평소 이미지를 차용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리고 그 정도 역할을 하기 위해 페넬로페 크루즈가 필요했는지도 의문이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대단한 의미가 담겨져 있는 듯한 무겁고 양도 많은 대사 때문 아닐까 싶다. 시종일관 그런 대사들로만 이뤄진 영화에서 배우들이 제대로 연기를 펼칠 기는 아무래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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