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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에 대한 불친절한 초대 설지
novio21 2015-12-11 오후 5:09:43 67089   [0]



  북한에서 온 새터민들만은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나 한국의 도시에서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며 특히 외지인이라면 그 고통은 더욱 강할 것이다. 도시에 살 준비가 적은 이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렇단 것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도시인이란 존재를 생각하면 귀농해서 새로운 출발을 하려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그래서 연고가 전혀 없는 새터민들에게 도시의 삶은 무척 가혹할 것 같다. 영화 '설지'는 그런 이들을 위한 소소한 위로가 되는 영화일 것도 같다. 겉보기엔 말이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듯, 위로라기에 영화 속의 내용은 가혹하기만 하다. 그것도 폭력수준으로 말이다. 북한에서의 생활경험을 살려 남한에서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설지(다나)’라는 여인의 모습은 위태롭기 그지 없었다. 그녀가 아는 것은 어쩌면 북한의 남쪽에 있는, 자신과 같은 말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도망 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북한에 남겨진 자신의 가족들의 위험한 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삶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사실도 그에 첨부된다. 북한의 삶이 힘들었지만 남한의 생활이라 과연 얼마나 좋은 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이름을 얻게 된 설지라는 여인의 삶의 시간은 새로운 이름처럼 새로운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무대가 바뀌고 삶의 게임이 바뀌는 정도? 북한에서처럼 그리라고 한 것을 그리면 남한에서도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어떤 요구에 반응해서 삶을 연명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라면 당연한 방식 아닌가? 새터민 뿐만 아니라 남한 사람들에게도 그리 신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한 사람들에게 없는 그 무엇이 새터민에게 존재한다. 남한 도시에서의 삶에는 새터민이라는 차별이 존재하고, 생활고도 존재한다. 또한 자신이 살던 고향을 등진 이들에게 보이는 내적 트라우마 역시 그녀를 괴롭힌다. 없던 것을 있다고 착각하는 생활이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해줬을지 몰라도 거짓은 거짓이고, 언젠가는 드러나는 현실일 것이다. 그녀는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힘든 상황만이 전개된다.  
  ‘홍대벽화녀’란 이름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그녀는 그나마 얻은 자그마한 위로를 얻는시공간일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는 도시적인 것도, 표준말도 아닌 북한 사람의 말투였다. 어설픈 표준말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생활로 내몰린 불쌍한 여성일 뿐이었다. 그녀의 북한 사투리가 공개되는 순간, 그녀는 한국의 타자이고 서울의 이방인일 뿐이다. 이런 그에게 다가선 ‘신웅(강은탁)’의 마음이 무엇이든 현실의 자본주의와 손을 잡고, 사업이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운영되는 매체에 공개가 되는 순간, 타자와 이방인의 모습은 더욱 고착화된다. 어쩌면 타자와 이방인의 정체성이 좋은 상업적 수단이 되는 순간, 설지는 북한 여자여야 하고, 더욱 북한 사람이어야 한다.
  버리려고 했던 과거를 더욱 부각시켜야 하는 상황은 본인에겐 더욱 씁쓸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굴레를 벗어나려는 몸부림이 강할수록 그에 따른 희생을 강요당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희생된다. 포장된 이미지는 자신의 것도 아니었고 의도된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게 살도록 강요당하는 현실, 그건 그녀의 가짜였고 결국 그녀는 그걸 버릴수록 더욱 큰 수렁에 빠진다. 그건 그녀를 세상에 알린 신웅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그 둘의 의도대로 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세상이 다 그런 것이라고 말하면 포기하고 그냥 절망하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그게 어쩌면 무척 현명한 처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처신 뒤에 숨겨진 고통과 쓴맛은 결국 오롯이 본인들 몫이며 그건 상처로 남는다. 이미 상처가 난 곳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히는 것은 또 다른 고통스런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며 결별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그런 비극을 예술적 감각과 배경 속에서 아련한 고통처럼 잘도 표현한다. 이런 그들의 비극을 보는 이들 마음에도 씁쓸한 마음을 남게 만든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알아야 이방인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신웅의 마지막 의도와 행위는 그래서 많은 감동을 전해준다. 영화 마지막에서 세상이 자신의 마음처럼 되지 않지만 마지막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조금은 즐겁고 감사한 마음이 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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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지(2015, Sunshine)
제작사 : 이달투, (주)미로비젼, (주)영화사 통 / 배급사 : BoXoo 엔터테인먼트, (주)미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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