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가 남겼던 질문 여기에 모든 해답이 있다!
<큐브 제로>는 등장과 함께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큐브>의 구성, 개념 그리고 철학을 비로소 명쾌히 해석한, 말하자면 큐브 시리즈의 완결편격인 영화이다.
1997년에 만들어진 <큐브>는 1998년부터 1999년에 걸쳐 전세계에서 개봉되었고, 많은 비평가들의 호평과 함께 상업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큐브>가 아직까지도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이유는 해답보다는 의문을 많이 일으켰다는 점과, 단순한 할리우드 SF 영화가 아닌 <큐브>의 구성이나 개념 자체가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반영한, 그리고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낸 철학적인 SF라는 점이다
<큐브>가 누린 인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대단했다. 배우나 감독의 지명도 면에서 큰 기대를 할 수 없었던 <큐브>는 막상 영화가 공개되고 나자 영화의 기발함과 재미가 관객들 사이에 일파만파 퍼지면서 크나큰 흥행을 거두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스크린과 혼연일체가 되게끔 만드는 긴장감. <큐브>는 치밀한 구성과 철두철미한 이론으로 무장한 소재로 ‘인텔리전트 스릴러’라는 신종 장르를 만들어 내며 인기를 모았던 것이다.
<큐브> 시리즈의 완결편인 <큐브 제로>는, 죽음의 미로 속에 갇힌 6명을 그린 <큐브>의 이전 이야기로 돌아가 비로소 살인 미로인 ‘큐브’의 기원과 정체를 밝혀주고 있다. <큐브>가 공개 당시 남겼던 모든 의문들. 그 해답이 전부 담겨 있다. 때문에 <큐브>가 남긴 숱한 질문에 해답을 구하기 위해 고심해온 팬들에게 그 동안의 궁금증을 해소 시켜줄 최고의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완결인 동시에 독자적인 큐브가 새롭게 진화됐다!
<큐브 제로>는 태생상 큐브 시리즈와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큐브 시리즈의 프리퀄(prequel)로서 큐브를 감시하는 자와 그 배후를 드디어 공개하고 나섰다. 때문에 관객들은 큐브 안에서 수감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정교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누가 그들을 가둔 것일까’ 하고 품었던 의문을 풀 수 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큐브 제로>는 <큐브>의 완결편으로 불릴 만 하지만, 동시에 큐브 시리즈의 전작들을 보지 않은 관객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오락이다. <큐브>를 이미 본 관객들에게는 미해결의 문제를 푸는 즐거움을, 그리고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비로소 큐브 시리즈의 매력으로 안내하는 초대장이 되어줄 것이다.
기본적으로 <큐브 제로>는 <큐브>의 ‘진수’를 가장 충실히 재현하고자 했다. 이것은 영화를시작 할 때부터 제일의 원칙이었다. <큐브>의 미덕을 가능한 한 발전적으로 계승할 것! 그로테스크한 세트, 특출난 아이디어, 그리고 현대 사회를 큐브에 빗댄 비판 정신에 이르기까지. <큐브 제로>는 대개의 속편이 빠지기 쉬운 함정인 전편의 답습을 스스로 경계하면서도 큐브를 시리즈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장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큐브 제로>의 주제와 영상 등이 <큐브>를 이어받고 있다면, 영화를 새롭게 하는 것은 바로 스토리에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큐브를 기준으로 대결 구도와 공조 구도로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구성한 것. 수감자와 감시자의 대결 구도로 가던 영화는 감시자가 수감자에게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플롯을 더욱 풍성하게 몰아간다. 전작들이 큐브에 수감된 자들의 역경에 집착했다면, <큐브 제로>는 더욱 다양하게 얽힌 캐릭터로 인해 오락적 재미를 배가시켰다.
이렇게 전작들과 차별화를 두고 있긴 하지만, <큐브 제로>는 <큐브>의 또 다른 진수 하나를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됐을 때 뒤통수를 치듯 또 다시 관객들에게 질문을 남겨 주고야 만다. 그 해답은 시간상으로 후속편인 <큐브>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시리즈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은 영원히 미제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더욱이 <새벽의 저주>, <레지던트 이블2>의 특수효과 제작사 Mr. X Inc. 스텝들이 참여해 세트와 영상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주고 있다.
보다 정교하고 잔인하게 새로운 큐브로 업그레이드됐다!
<큐브 제로>의 진정한 주인공은 역시나 살인 미로인 ‘큐브’일 수 밖에 없다.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미로를 가득 채우고 있는 육면체의 방. 그 중 어느 것이 안전하고 어느 것이 치명적인지 알 수 있는 길은 없다. 큐브를 통제하는 복잡하고 거대한 공식을 알아내지 않는 이상 그대로 큐브의 제물로 바쳐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바로 <큐브 제로>의 진정한 재미다.
때문에 모든 연작에 걸쳐 큐브를 어떻게 더 정교하고 멋지게 만들 것인가는 늘 숙제였다. 일단 <큐브 제로>는 영상에 대한 고심부터 시작했다. 음침하고 우울한,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공포가 그대로 체감되게 하는 톤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참고한 영화들이 <브라질> <21 몽키스> <다크 시티>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등등. 영화 사상 미장센이 뛰어나기로 손꼽히는 이들 영화들은 <큐브 제로>의 영상에 아이디어를 선사했고,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는 관객에게 즉각적인 불길함을 전해주는 데 성공했다.
촬영 세트를 짓는 데에 동원된 인력만 해도 6,300여명. 특히 이번에는 큐브 뿐 아니라 큐브 밖의 공간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감자들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통제실과 의료실 등이 필요했던 것. 큐브의 음습한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이 세트들은 다른 연작에서 볼 수 없었던 공간으로서 전혀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해줄 것이다.
미로보다 더 치밀하게! 탈출 작전을 방불케 한 촬영!
<큐브 제로>는 짧은 기간 동안 긴박하게 촬영되어야 했고 큐브 셋트 안에서 일한다는 것은 배우와 제작진 모두에게 색다른 어려움을 선사했다. 입평방 5.3 미터의 육면체 구조가 처음 들어설 땐 꽤 큰 듯 보였지만 대여섯명의 배우와 제작진이 들어가고 나면, 카메라 한대만으로도 거의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하지만 완성된 영화 속 배우들은 끊임없이 엄청나게 큰 규모의 미로들을 헤메고 다닌다. 협소한 공간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담아낼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대부분을 와이드앵글 렌즈로 찍었기 때문. 반면에 배우들에게 협소한 공간은 오히려 실감나는 표정 연기에 일조했다는 후문이다.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지은 표정들이 살인 미로에 갇힌 사람의 표정을 그럴듯하게 표현해낸 것이다.
<큐브 제로>가 촬영 중 봉착했던 가장 큰 난관은 정전 사태였다. 2003년 8월 14일 목요일, 촬영이 시작된 지 꼬박 사흘째 되던 날이었다. 이날은 미국 동북부의 대부분이 대대적인 정전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이 <큐브 제로>의 세트장은 토론토에서 몇 안되는, 전기가 제대로 작동하는 곳에 포함이 되었다. 그렇게 <큐브 제로>의 촬영은 자가전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세트장의 발전기 덕에, 토론토의 대부분 도시들이 정전을 경험하고 있는 동안, 아무 일없다는 듯이 계속 진행될 수 있었다.
한편, <큐브 제로>는 세트에서 촬영을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복잡한 ‘작전’이었다. 영화를 스케쥴에 맞춰서 완성하기 위해선 2 개의 팀이 동시에 촬영을 해야 했다. 1팀은 메인 촬영을, 2팀은 서포트 촬영을 도맡아서 했다. 감독, 디자이너, 카메라맨이 세트에서 세트로 조명, 프레임, 특수 효과 등을 확인하며 정신 없이 돌아 다니는 모습은 당시 흔한 풍경이 되었다. 촉박한 촬영 기간과 복잡한 세트. 그 안에서 촉각을 다투며 진행된 <큐브 제로>의 촬영은, 미로 속에서 탈출구를 찾아 헤매는 영화 속 수감자들의 절박한 처지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