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들을 지구 밖으로 밀어내는가? 결국엔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위로와 치유의 영화
<마지막 밥상>은 현대 사회 시스템에 적응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아버지와 아들, 할머니와 어머니와 딸로 이루어진 두 가족 구성원, 즉 다섯 명의 사회 부적응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탕주의에 빠져 끊임없이 복권을 긁는 아버지, 게이바에서 춤을 추며 돈을 버는 십대의 남창 아들, 이미 죽은 남편과 이혼하려는 황혼의 할머니, 영안실에서 시체를 닦고 곡을 하며 돈을 버는 어머니, 성형수술만이 유일한 꿈인 딸.
사회가 인정할 수 없는 결점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는 다섯 명의 인물들. 이들은 그러한 결점들로 인해 사회의 비주류 계층, 변두리 인생으로 낙인 찍힌다. 나름대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다섯 명의 인물들에게 내려진 이 무서운 낙인은 그들을 사회 부적응자로 몰아가기에 충분하고, 지친 그들은 강한 자, 주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 비열한 도시를 떠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 , 바로 ‘화성’으로 가고자 한다.
무엇이 그들을 지구 밖으로 밀어내는가? 그것은 소외이며, 무관심이다. 영화는 결국 ‘화성 이민’이라는 판타지를 택할 수 밖에 없는 다섯 인물을 통해 점점 희미해져 가는 가족의 가치, 사회 계층간의 커다란 장벽 등 현대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소통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지구 다음으로 존재한다는 ‘화성’에 대한 판타지는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힘겨운 삶에 잠시나마 희망을 투영할 수 있는 위로와 치유의 순간을 선사한다.
여기에는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 시적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영화
<마지막 밥상>은 영화 매체가 가진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려는 노경태 감독의 첫번째 장편영화이다. 구체적인 캐릭터를 이용하여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주제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결코 직설화법으로 주제를 발설하지 않는다. 영화는 다섯 인물을 마치 소품처럼 아주 관조적인 시선으로 보여줄 뿐, 보통의 드라마들처럼 인물들에 대한 어떠한 구체적인 설명도, 그들이 어떻게 서로 관계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단서도 주지 않는다. 이는 이제껏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왔던 영화의 기본적인 내러티브 구조에서 상당히 벗어나있는 형태이다.
다만 어떤 풍경을 보여주는 회화처럼, 누군가의 표정을 집요하게 잡아낸 사진처럼 각인을 찍는 듯한 장면들의 나열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다섯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회화적 이미지의 교차 편집, 화면과 불협화음을 이루는 소음과도 같은 음악, 사실적인 인물 묘사와 대조되는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오픈 세트를 통해, 우리가 흔히 보는 사회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절망의 나락에 빠져들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이면을 매우 통렬하게 보여준다.
감독은 명확한 내러티브 없이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마지막 밥상>과 같은 시적 감수성의 영화도 주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힘겨운 삶과 부조리한 사회에 대한 심오한 통찰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공간과 인물 간의 극단적인 괴리감을 통해 ‘소외’를 표현했다 프로덕션 디자인의 미학적 접근이 돋보이는 영화 <마지막 밥상>
버라이어티(Variety)지는 <마지막 밥상>을 소개하는 글에서 “극적으로 아름다운 사운드트랙, 색다른 스타일 – 미니멀적이며, 초현실적인 이미지, 그러면서도 다가갈 수 있는 시적인 아름다움” 이란 표현으로 영화가 가진 미학적인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이는 비단 버라이어티지 뿐만이 아니다. 마르 델 플라타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역시 “아시아 영화에서 보기 드문 추상미술 양식을 보여주는 철학적 영화”라는 표현을 통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으며, 앵커리지 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또한 “독특한 형식과 토속적인 장식, 유연한 음악이 새로운 작가주의 영화로 주목하게 한다”라는 말로 <마지막 밥상>의 프로덕션 디자인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마지막 밥상>의 영화 속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도시의 변두리에서 고달프고 순환적인 생의 고리에서 짓눌린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인물들의 비주류적 삶을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현실적인 인물 설정과는 아주 대비되는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공간 디자인을 시도했다.
할머니의 방에는 할머니와 대조되는 날개 달린 천사 인형을, 아버지가 수감되어있던 교도소에는 죄수의 상황과 대조되는 화려한 색채의 그림 액자를, 성형수술에 목숨 건 딸의 방에는 오히려 검은 천으로 둘러 싸여진 거울을 배치했다. 이렇듯 <마지막 밥상>은 인물과 공간의 극명한 대비가 보여주는 기묘한 위화감을 통해 주인공들의 삶이 사회로부터 얼마나 단절되어있고, 공허한가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덧붙여, 불협화음의 공장 소음과도 같은 각종 사운드와 과장된 조명의 사용 등을 통하여 더욱 초현실적인 요소들이 구현 되도록 했다.
한국 독립영화 최초로, 프랑스에서 先 개봉! 세계 예술 영화 시장을 사로잡은 <마지막 밥상>
<마지막 밥상>이 한국 독립장편영화 최초로 지난 3월 19일 프랑스 파리 솅미셀에 있는 ‘레스빠스’ 극장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먼저 정식 개봉의 절차를 밟았다. 그 동안 한국의 독립영화가 단발성 특별 상영 형식으로 해외 관객들에게 선보인 경우는 종종 있어왔지만, <마지막 밥상>의 경우처럼 정식으로 해외 개봉 절차를 밟게 된 경우는 처음 있는 사례. 이는 가이 매딘 등 세계적인 예술 영화 감독들의 영화를 전문적으로 배급하고 있는 E.D. Distribution측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 이루어진 쾌거로 E.D. Distribution측은 “해외 관객들에게 새로운 한국 영화의 가능성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번 한국 독립장편영화 <마지막 밥상>의 프랑스 개봉이 가지는 의미를 전해왔다.
이로써 <마지막 밥상>은 거대한 배급력과 감독의 유명세가 아닌, 오직 그 작품성만으로 세계 예술 영화 시장의 문을 연 의미 있는 한국의 독립장편영화 중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2006년, 가장 매력적인 영화 중 하나. <마지막 밥상>
<마지막 밥상>은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토속적인 미장센과 파격적인 형식미 때문에 이미 국내 영화로는 드물게 세계 유명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새로운 작가주의 영화’라는 찬사를 받아 왔다. <마지막 밥상>이 2006년 한해 공식 초청 받은 영화제는 국내외 통틀어 무려 20여 곳. 그 중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NEPAC AWARD)’을,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장편경쟁부문 ‘최우수작품상(CJCGV AWARD)’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으며, 초청 받은 국제 영화제 중 특히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의 ‘Play Forward’ 부문과 선댄스 국제영화제의 ‘New Frontier’부문은 그 동안 한국 영화들이 한번도 초청 받지 못한 섹션들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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