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의 최근작 가운데 가장 유쾌한 코미디! 제55회 깐느영화제 개막작, 우디 앨런 최초로 깐느의 붉은 카펫을 밟다
찰리 채플린을 잇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코미디언으로 꼽히는 우디 앨런은 “눈 깜빡하는 동안 두 작품은 휙 지나쳐 버릴지 모른다”며 워싱턴 포스트의 놀라움을 살 만큼, 데뷔 40년을 훌쩍 넘긴 요즘도 해마다 신작을 발표하는 에너자이저! 2000년 <스몰 타임 크룩스> 이후 내놓은 작품만도 벌써 5편이다. 이 가운데 평단이 입을 모아 최고의 코미디로 꼽은 <헐리우드 엔딩>을 2005년 가을, 한국 관객들 앞에 선보인다! <맨하탄> <카이로의 붉은 장미> <한나와 그 자매들>이 깐느에서 상영된 적이 있지만 영화제의 초대에는 번번히 응하지 않았던 우디 앨런, <헐리우드 엔딩>은 그의 깐느영화제 첫 방문을 함께한 작품으로 짧지 않은 영화이력에서 가장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 화제작이다.
문자 그대로 진퇴양난 .사면초가. 설상가상. 점입가경 일과 사랑에 눈 멀어버리는 기막히게 매력적인 시추에이션
빛바랜 명예, 잃어버린 화려한 날들을 되찾고 싶어하는 주인공 발 왁스만 감독. 10년을 별러온 재기의 찬스 앞에서도 그는 망설일 수 밖에 없다. 정열을 불태울 황금 같은 기회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치어리더, 바로 그의 괴짜기질을 참다못해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났던 전 부인 엘리의 응원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 게다가 엘리가 발을 차버리고 선택한 남자 ‘할’이 이번 작품의 돈 줄을 쥔 영화사 사장이라니! 뿌리치기에는 너무나 달콤한 유혹. ‘발’은 악마와의 거래를 결심하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엘리에 대한 사랑과 배신감, 할에 대한 질투와 혐오감, 반드시 영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이 심약한 그를 몰아붙이고 결국엔 ‘스트레스성 실명상태’에 이른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 우디 앨런은 같은 조건이 주어진다면 누구나 비슷한 고통스러움을 겪고 자존심을 희생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쩔쩔매는 주인공을 둘러싼 유머러스하고 생생한 에너지 우디 앨런 특유의 통통 튀는 대사와 슬랩스틱
유쾌한 수다쟁이 우디 앨런은 <헐리우드 엔딩>에서도 코믹한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촬영 직전 엘리와의 미팅 장면은 버림받은 남편인 ‘발’의 씁쓸한 감정이 불쑥불쑥 터져 나올 때마다 객석이 박장대소하는 이 영화의 베스트 씬. 엘리가 ‘발’의 별난 건강염려증을 지적하면서 “나무 고사병? 그건 나무만 걸리는 병예요” 라며 그의 엄살을 꼬집는 대목에서는 웃음을 참기 힘들다. 심리적 장님상태에 빠져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발’이 “귀머거리 베토벤도 명곡을 만들었다”며 대박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더듬더듬 위기를 헤쳐나갈 때, 다 보이는 척 하는 개그와 절묘한 슬랩스틱 역시 최고 수준! 슬랩스틱 코디미의 사전적 의미는 ‘소란스러운 희극’. 여기에 과장되고 어수선한 배우의 연기를 통해 풍자와 반역의 정신을 담는다. <헐리우드 엔딩>에서 우디 앨런이 분장실까지 불러들여 유혹하는 여배우에게서 달아나는 대목, 아무 것도 안 보이면서도 포스터 시안에 대한 코멘트까지 덧붙이는 제작자와의 단독 미팅 부분은 슬랩스틱 코미디의 요소를 살린 명장면! 관객들은 어느새 그의 편이 되어 장님이라는 비밀이 들통날까 조마조마한 채로 영화를 지켜보게 된다.
앞 못보는 천재감독의 6천만불짜리 대형사고 헐리우드를 향해 쏴라! 콜라처럼 톡 쏘는 풍자의 맛
헐리우드는 ‘겉치레의 도시(Tinseltown)’라는 별명으로 불리울 만큼 어리석은 동네로 통해왔고, 영화산업이 좋은 이야깃거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안의 문제들을 시원하고 솔직하게 다룬 작품은 별로 없었다. <헐리우드 엔딩>에서 우디 앨런은 오래된 영화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예리하고 신랄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까다로운 연출방식으로 유명하던 명감독이 이제는 제작자 입맛에 맞추기 위해 갓난애까지도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상황, 눈이 멀어버린 그가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상태로도 촬영을 진행하며 감독의 기능을 발휘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어처구니 없는 설정에는 헐리우드의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디 앨런은 상황에 대한 판단이나 열정 없이 지시하는 대로 영화를 만드는 모두가 눈 먼 셈이라고 말한다.
초호화 캐스팅! 흥미만점 캐릭터를 마다하지 않은 배우들의 유연한 앙상블 연기 “나는 대단한 감독은 아니지만 뛰어난 캐스터”라고 말하는 우디 앨런은 그와 함께 라면 기꺼이 작업하겠다는 배우들 덕분에(?) 언제나 역할에 꼭 맞는 배우들과 작품을 만들어온 행운의 사나이. <헐리우드 엔딩>도 예외는 아니다. <패밀리맨> <딥 임팩트>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테아 레오니(엘리 役), TV시리즈 <윌 & 그레이스>로 각종 수상의 영예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브라 메싱(로리 役) 등 매력적인 여배우들을 비롯, <황금 연못> 베트 미들러의 <로즈>를 연출한 마크 라이델이 스마일 에이전트 ‘알’로 출연! 특히 테아 레오니는 <애니 홀>의 다이앤 키튼 이후 우디 앨런과 가장 잘 어울린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다.
자연스러운 연출스타일! 대본 없이 상황에 몸을 맡긴 배우들의 꾸밈없는 연기를 유도
우디 앨런은 배우들에게 전체 시나리오를 주지 않고, 출연부분만 주는 독특한 연출방식으로 유명하다. <헐리우드 엔딩>에서 풀 스크립트를 받고 영화 내용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고 있는 배우는 우디 앨런 자신과 테아 레오니, 트리트 윌리엄즈 셋 뿐. 로리를 연기한 데브라 메싱은 앨런의 다른 작품인 <셀러브리티>에도 출연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당혹스러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경우였지만, 이렇게 겪는 혼란은 우디 앨런과 작업할 수 있는 행운을 얻은 데 대한 적은 사례처럼 여긴다고 말했다. 그녀는 테아 레오니를 매수해서 카피본을 얻어보려고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스텝을 유혹해보기도 했다며 깔깔거린다. 한편 테아 레오니는 다른 캐릭터들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지어내는 짖궂은 장난을 즐기기도 했다고!
부드럽고 달콤한 음악! 우디 앨런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스윙과 빅밴드 스타일의 재즈!
<인테리어스>처럼 음악을 거부하는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검정 바탕에 심플한 서체의 오프닝 크레딧과 함께 흐르기 시작하는 부드러운 3,40년대 재즈는 우디 앨런의 트레이드 마크. <헐리우드 엔딩>역시 이 시기의 재즈, 특히 스윙과 빅밴드 사운드에 대한 그의 `편애`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영화 제목에 걸맞는 빙 크로스비의 “Going Holluwood” 진 크루파와 베니 굿맨이 연주한 “Hooray for Hollywood”를 비롯하여, 글렌 밀러 오케스트라의 “Serenade in Blue” 냇 킹 콜의 부드러운 음색이 돋보이는 “No Moon At All”, 영국 출신의 맹인 피아니스트 조지 쉬어링 트리오의 “Sweet and Lovely” 등 스윙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감미로운 곡들이 가득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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