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를 향한 도전... [똥개]
가장 곽경택 감독다운 영화 [똥개]
[억수탕], [닥터 K], [친구], [챔피언]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이른바 곽경택 영화라는 점이다. 여타 흥행영화와는 차별되는 그의 영화만의 특징은 탁월한 대중적 감각과 더불어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이다. 번뜩이는 재치와 가슴을 적시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절묘하게 뒤섞는 그의 능력은 사실적이면서도 깔끔한 영상 위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곽경택 감독의 다섯번째 영화인 똥개는 이야기꾼으로서의 그의 재능을 가장 잘 이끌어낸 작품이다. 살아있는 캐릭터와 쉴새없이 웃음을 자아내는 에피소드, 뭉클한 감동을 유도하는 이야기... [똥개]는 지금까지 그 어떤 작품보다 가장 곽경택 영화다운 작품이 될 것이다.
정우성의 파격적 변신 최고의 연기자를 기대한다
[똥개]의 거부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은 톱스타 정우성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그가 작품 구상 단계에서부터 출연을 하게된 이유는 곽경택 감독에 대한 믿음과 그간 고정되어 있는 자신의 이미지를 벗기 위한 결심 때문. 기존 정우성의 이미지가 어두운 안티히어로, 방황하는 청춘의 상징이었다면, [똥개]에서의 정우성은 주변에서 한번쯤 본 듯한 코믹하고 친근한 역할. 영화 [똥개]의 주인공으로 거듭 태어날 예정인 정우성의 변신은 2003년 최고의 화제거리가 될 것이다.
서로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최고의 콤비탄생
연기자들에게 늘 최선의 연기를 기대하며, 최고의 연기를 뽑아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곽경택 감독과 항상 영화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정우성은 서로에게 최선의 파트너일 것이다. 이미 시나리오 집필단계에서도 [똥개]에 관해 서로의 의견을 진지하게 주고받은 그들은 서로의 연기와 연출에 대해서 애정어린 질타와 숨김없는 칭찬을 해줄 수 있는 믿음을 가진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서로에게 필요한 디딤돌이 되어줄 2003년 최고의 콤비 탄생을 기대한다.
[똥개]가 특별한 이유 몇 가지
Location : 왜 밀양인가?
곽경택 감독은 [똥개]의 촬영을 준비하며 촬영지로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부산은 그가 [억수탕], [닥터 K]를 작업한 곳이며, [친구]라는 영화를 가능케 한 영화적 자양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그가 경상도 사투리가 등장하는 [똥개]를 부산에서 작업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똥개] 시나리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그가 택한 곳은 뜻밖에도 밀양이었다. 실제로 곽경택 감독은 밀양에 머물며 최종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했다. 그동안 그는 밀양의 독특한 지역적 정서를 피부로 느꼈고, 그것이 머리 속에 그리고 있던 [똥개]의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지방 로케이션이 주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늘 존재하지만, 곽경택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고향인 부산과 가깝다는 심리적 안정감과 지방도시 밀양의 독특한 정서가 [똥개]를 더욱 생동감 있는 영화로 만드는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만족하고 있다.
Dialect : 왜 사투리인가?
사투리는 이제 대중문화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유행을 만든 것은 바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이다. [억수탕], [친구], 그리고 [똥개]까지 그의 사투리에 대한 고집은 대단하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곽경택 감독은 자신이 사투리를 고집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사투리는 그 지역사람들에게는 친근감과 익숙함을,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독특하고 이국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경상도 사투리의 경우 강조하고자 하는 단어에 강한 악센트가 들어가기 때문에 의미와 감정의 강조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다. 끝으로 경상도 사투리 자체가 강하고 함축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영화라는 매체와 잘 어울린다."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뚜렷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행이 아닌 영화적 표현의 한 방법으로 사투리를 선택한 곽경택 감독. 사투리는 리얼리티와 유머러스함을 담보하는 곽경택 감독 특유의 영화적 장치다.
Title : 왜 똥개인가?
똥개라는 단어는 여러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원래 똥개란 똥을 먹는 잡종개란 뜻이지만, 예전 어린 자녀와 손자들을 부르던 말이기도 하다. 신경을 많이 못 써줘도 똥개처럼 튼튼하게 자라달라는 마음이 똥개라는 말에 담긴 것이다. 요즘 사람들에게 똥개는 지저분하고 멍청한 개지만, 한편으로는 그리운 것이기도 하다. 영화 [똥개]에서 똥개는 철민의 캐릭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철민은 똥개처럼 영리하거나 똑똑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울타리를 침범했을 때는 용감해지는 녀석이다. 요즘처럼 똑똑하고 영리한 것이 최고로 여겨지는 때, [똥개]는 살아가는 또 다른 방법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Partnership : 왜 또다시 그들인가?
곽경택 감독, 황기석 촬영감독, 신경만 조명감독, 박광일 현장편집기사 등 곽경택 파트너들이 돌아왔다. 이 밖에도 특수효과를 맡은 에펙트의 김재민, 무술감독 신재명 역시 [친구]에서 최고의 팀워크로 한국영화계의 신화를 보여줬던 스태프들이다. [똥개]를 위해 다시 뭉친 이들은 이미 각 분야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들은 작업 초반 서로의 작업 방식을 파악하기 위해 소비하는 보이지 않는 노력과 정력을 오직 촬영에 쏟을 수 있어 프로덕션 진행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현재 [똥개]의 촬영스태프들은 서로에게서 최고의 역량을 끌어내고, 또한 저마다의 능력이 하나로 모여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곽경택감독이 말하는 [똥개] 식구들
Q1. [똥개]의 주인공 철민은 어떤 캐릭터인가?
철민은 언뜻 보면 멍청해 보이고 한심해 보일 수 있는 인물이다. 그는 사회에서의 정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영리하게 사는 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 악한 행동을 했을 경우 시원하게 치고 받아버린다. 물론 그 뒷감당은 철저히 자신의 몫인 사람이다. 하지만 철민은 이런 상황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는다. 애처로워서 안아주고 싶어도 안기지 않고 도망가며 혀를 쏙 내밀 것 같은 약해보이지만 강단 있는 캐릭터이다. 나는 철민을 통해 제대로 한번 저질러 보지 못하고 그저 억울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삶의 활력소를 주고 싶다.
Q2. 왜 정우성에게 [똥개]의 주인공을 맡겼나?
처음 만난 정우성은 그가 출연했던 이전 영화 속 캐릭터처럼 무겁고 어려워 보였다. 강한 눈빛과 낮고 느린 목소리가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과연 저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내가 만들 영화속 주인공 철민이라는 역과 어울릴 것인가 하는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그가 내게 인간적으로 가까워졌을때 보여준 모습들은 첫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썰렁한 농담을 하며 허허거리거나, 긴장이 풀린 채 앉아 있는 모습들을 보며 정우성이라는 배우는 철민의 캐릭터를 소화해 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지금도 틈틈이 허리를 똑바로 펴지 못하게 하고, 눈도 2/3이상 뜨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 처음 걱정과는 달리 우스울 만큼 느릿느릿하고 눅진거리는 철민을 자연스럽게 표현해낸다. 그것은 바로 정우성이라는 배우 안에 [똥개] 철민의 모습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3. 촬영현장에서의 정우성은? 정우성은 몹시 긴장한 채로 촬영에 임하는 배우다. 일례로, 평소에 그는 술을 즐겨 마시지만 촬영기간에는 술에 손도 되지 않는다. 이것은 일면 좋은 방식이기도 하지만 지금 진행하는 영화 [똥개] 속 캐릭터 철민을 표현하는 것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끔 촬영이 끝나고 같이 술자리를 가지기도 하며, 그의 긴장을 풀어줄려고 노력했다. 정우성은 내가 느끼는 것처럼 스스로 철민과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단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절제하고 긴장하면서 연기를 해왔던 방식이 걸림돌이다. 이런 방식은 그가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모습들을 제한해 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똥개]에서는 긴장이 풀린 편안한 마음으로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는 노력하는 배우다. 노력하지 않는 배우는 없겠지만, 가끔 그의 열정은 놀라울 정도다. 철민이라는 캐릭터와 흡사해지기 위해 24시간 철민처럼 행동한다. 혼잣말도 철민처럼 사투리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철민스럽다.
Q4. 철민의 아버지 역을 맡은 김갑수는? 김갑수는 연기자뿐만 아니고 인간적으로도 멋진 사람이다. 다른 연기자들보다 선배임에도 불구하고 촬영현장에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분위기메이커를 할 정도다. 연기자로서는 말할 나위가 없다. 자신의 감정 선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 감정흐름을 알고 있는 베테랑이다. 상대역에게서 멋진 연기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연기를 오버하거나, 혹은 희생해야한다는걸 알고 있는, 한마디로 영화 [똥개]의 버팀목 같은 사람이다. 또한 평소에도 정우성이나 엄지원에게 선배님이라는 호칭보다 아버지라는 말을 많이 들을 정도로 다른 배우, 스태프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자청하시는 영화 [똥개] 맏형이다.
Q5. 정애 역을 맡은 엄지원은? 엄지원은 1, 2, 3차의 오디션을 처음부터 다 참여하고 통과한 배우다. 사실 1,2차 오디션에 얼굴이 알려진 배우가 참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영화에 대한 열정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또한, 엄지원은 오디션에 참석했던 스텝과 배우들에게 만장일치에 가까운 몰표를 받았다. 물론 고향이 대구인 까닭에 자연스러운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 었지만 사실 정애라는 캐릭터와 딱 맞아떨이지게 연기했다는 점이 엄지원이라는 배우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엄지원이 황금마차의 순정 역을 어떻게 소화했을까 의심스러울 만큼 구김살 없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엄지원의 실제 모습이 정애라는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형상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순박한 용기와 애정으로 뭉친 씩씩한 영화 [똥개]
똥개는 원래 똥을 먹는 잡종 개란 뜻이지만, 옛날부터 어른들이 어린 자녀와 손자들을 부르던 말이기도 하다. 어른들께 그 이유를 물으면, 똥개라는 이름이 부정 타는 것을 막아준다는 말을 덧붙인다. 농사짓는 손도 모자라고, 자식들이 주렁주렁한 마당에 아이들 하나하나에 대해 소홀히 할 수밖에 없던 시절에는 귀한 아이일수록 그저 막 자라도 튼튼하게 커 줄 것을 소원하는 주문처럼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똥개라는 말은 아이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 줄 것을 기대하는 어른들의 보살핌과 내리 사랑을 담고 있는 역설적인 말이다. 나는 [똥개]을 결코 멋지거나 영리하진 않지만 순박한 용기와 애정으로 뭉친 씩씩한 영화로 만들려고 한다. 처음 이 이야기의 소재를 접했을 때 떠오른 감정은 애처로움이었다. 하지만 영화 [똥개]의 주인공은 애처로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밝고 힘차게 행동한다. 누군가 잘못한 짓이 있다고 생각하면 속이 후련할 정도로 치고 받아버리지만 그 뒷감당은 철저히 주인공의 몫이다. 가슴으로 내린 결정에 따라 행동한 결과는 통쾌하지만 혹독한 대가가 뒤따른다. 결국 그는 똑똑한 사람들이 만든 사회법규와는 거리가 먼, 스스로 정의라고 믿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기는 인물이다. 언뜻 그의 행동이 멍청하고 한심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제대로 한번 저질러보지 못하고 후련함에 목말라 살고 있는 나와 관객들에겐 시원한 삶의 활력소가 되리라 믿는다. 나는 [똥개]의 시나리오를 쓰며 정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정의란 사람과 지역과 상황에 따라 그 기준을 달리 한다. 아버지의 정의와 나의 정의가 전혀 다를 수도 있고, 너의 정의가 때론 내게 불의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영리한 사람들의 정의가 보편적인 정의가 된다는 점이다. 안타깝게도 덜 영리한 사람들을 위한 정의는 무시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목젖을 따고 거세를 당한 채 매일 샴푸를하고, 주는데로 먹으며 사람들 품에 안겨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애완견보다, 흙먼지에 뒹굴고 내키는데로 짖으며, 비록 더럽지만 홀가분하게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똥개가, 나는 훨씬 더 개다운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똥개]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덜 영리한 사람의 이야기다. - [똥개] 감독 곽경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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