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영웅>을 누르고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와 최고 흥행 기록을 갱신하며 홍콩 영화사를 다시 쓰고, 침체되는 홍콩 영화계의 부활을 꾀한 영화 <무간도>. 이런 기록적인 흥행의 일등공신 양조위와 유덕화가 그 흥행의 열기를 한반도에 옮겨오고자 2월 21일 <무간도>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양조위, 유덕화, 유위강 감독과 함께 서울힐튼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은 두 주연배우가 함께 부른 듀엣곡이 흐르는 뮤직비디오 상영에 이어 전투적인(!) 분위기의 포토타임을 마치고 시작되었다. 우수어린 눈빛의 백만불짜리 미소를 머금은 양조위와 더 강해진 카리스마와 특유의 유머감각을 잃지 않은 유덕화는 시종 웃음을 잃지 않고 치열하기조차 했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 역시 이 두 스타의 내공이 상당함을 인지할 수 있었다.
Q.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두 역할 중 어느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으며, 맡은 역할은 마음에 들었나?
A. 양조위 : 홍콩에서 배우들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출연제의를 받았을 때 지금의 역(조직원을 위장한 경찰 스파이 ‘진영인’ 역)을 제의 받았고, 시나리오를 보고도 지금의 역이 나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유덕화 : 대본을 봤을 때는 양조위가 맡은 역할을 내가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감독이 역할을 맡길 때는 그 역할을 시킨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다.
Q. 느와르 영화에 많이 출현하는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A. 유덕화 : 솔직하게 애기해서 출연했던 영화 중 느와르는 몇 편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갱영화, 조직영화라고 부르는 영화들은 사실 다 다른 종류의 영화이다. 한국에서는 그런 영화들을 느와르라고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치자면 많은 느와르 영화들에 출연했지만, 잘 된 영화는 많지 않다.(웃음)
Q. 매우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있다. 계속 유지되는 인기의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유덕화 : 운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옆의 토니(양조위의 영어이름)도 인기가 있은 지 오래되었다.(웃음) 모든 사람들의 길이 다 틀린 것 같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나를 포기하지 않아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Q. 10년전 한국에서 CF(투유 초콜렛 CF)를 찍었는데, 그때 상대 여배우(이영애)가 현재 한국의 톱스타이다. 만나 볼 의향이 있는지?
A. 유덕화 : 지금 그 분이 한국에서 매우 유명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 분이 홍콩에 왔을 때도 이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아직 만나볼 기회는 없었다.
Q. 8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영화작업을 하고 있다. 작품 선택 기준은?
A. 양조위 :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마다 다른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유덕화 : 촬영할 때 얼마나 즐겁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일단 어떤 사람과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작업이 재미있지 않으면 돈을 아무리 많이 주어도 필요없다.
Q. 몇 차례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방문소감은? 한국에서 특별한 인연이나 여자친구는 없나?
A. 유덕화 : 토니는 여자친구가 있을 것이다. (웃음)
양조위 : 한국에 온 것은 전부 영화홍보 때문에 왔었다. 올때마다 바쁜 일정 때문에 특별한 기억은 없다. 앞으로는 시간 여유를 많이 가지고 와서 팬들을 자주 보고 싶다.
유덕화 : 한국에는 자주 왔었다. 가장 인상적인 기억은 아마도 제일 처음 왔을 때라고 기억하는데 콘서트 때문이었다. 아시아 경기장인가, 그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자친구는? 소개시켜달라.(웃음)
Q. 두 분이 같이 작업한 것이 거의 10년 만이다. 함께 작업한 소감은?
A. 양조위 : 유덕화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10년 동안 더욱 멋스럽고 프로페셔널해진 것 같다. (취재진들에게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는 유덕화) 매우 탄력적인 멋진 배우이다.
유덕화 : 양조위를 알게 된지는 20년이 되어간다. 오랜만에 보니 형제 같고 동생 같은 느낌이다. 예전에는 소년 같았는데 지금은 어른이 되었다. 존경스러운 점은 그의 연기력이다. 매우 부럽다. 같이한 이번 작품을 통해 나의 연기도 발전했기를 기대한다.
Q. 아름다운 비애를 지닌 남자, 고독한 남자라고 이미지가 특정지어지는 것에 대해 배우로써 어떻게 생각하는지?
A. 양조위 : 배우로써는 작품을 선택하는 것보다 감독에게 선택되는 입장이 많다. 고독, 우울, 침묵 등의 이미지가 양조위와 어울린다고 감독님들이 생각하는 것 같다. 배우로써는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기도 하다. 지금 찍고 있는 왕가위의 <2046>에서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하고 있고 나의 변신이 기대된다.
Q. 결말부분에 두 사람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지 않은 듯한 느낌이 아쉽다. 연출 의도는?
A. 유위강 : 그런 느낌이 들었다면, 시간이 문제였을 것이다. 모든 것을 차근차근 설명할 시간적인 여유가 영화에서는 제한되어 있으니까. 엔딩 부분은 그런 엔딩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연출했고 처음과 끝이 연관되는 느낌을 원했다.
하나라도 더 묻고 싶은 취재진들의 질문 공세와 지나치게 과열되어 다소 정돈되지 않은 촬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유를 잃지 않은 양조위와 유덕화의 모습을 보면서 대스타의 면모를 수월히 읽을 수 있었다. 질문 하나하나마다 꼼꼼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기에 더욱 펜놀림이 빨라져야 했지만, 그 역시 즐겁게 한 그들의 멋진 미소를 다시 보는 날이 언제일까.
두 배우의 발걸음을 한국까지 이끌어 온 新감성 느와르 <무간도>, 최근 헐리우드 메이저 제작사인 워너브러더스가 리메이크 판권을 구매함으로써 더욱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시사회 반응 역시 호조를 달리는 중. 엇갈린 운명을 따르는 두 스파이의 이야기 <무간도>의 국내 흥행 성적이 기대된다.
취재 : 구교선
촬영 : 이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