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진행하지 않던 무대인사로 포문을 연 언론시사회는 두 배우와 감독의 간단한 인사말을 마친 후 곧바로 상영에 들어갔다. <초능력자>는 눈으로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초인과 그 초능력이 안 통하는 평범한 남자의 대결을 그린다. 설정자체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영화는 눈알이 빠지도록 초능력을 쓰는 강동원과 <다이 하드> 시리즈의 존 맥클레인 형사만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고수의 싸움이 볼거리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분위기는 무겁지만, 간간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 하는 두 외국인 배우의 연기가 코믹함을 전한다.
● 한마디
초능력을 가진 자와 평범한 남자와의 사투. <초능력자>의 기본적인 얼개는 자연스럽게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한다. 어쩌면 재미없는 싸움이 될 것 같은 이들의 대결은 초인(강동원)이 의족을 하고 있다는 핸디캡과 임규남(고수)의 끈질긴 생명력을 드러내며, 올해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처럼 팽팽한 구도를 이룬다. 특히 이들의 첫 대결 장면은 두산과 삼성의 싸대기 매치를 보는 듯한 재미를 전한다. 그 외에도 임규남의 직장동료로 나온 두 외국인 배우의 연기는 폭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초인이 갖는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는 단편적인 영상과 짧은 대사로만 설명된다. 이로 인해 캐릭터가 단순한 악인으로 비춰지는 아쉬움을 남긴다.
(무비스트 김한규 기자)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초능력자. 그런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또 다른 초능력자. 영화 <초능력자>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설정, 재기발랄한 전개로 호기심을 사로잡는다. 영화는 현실과 무관한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보고 있으면 너무나도 현실적인 모습에 깜짝 놀랄 정도다. 또한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초능력이란 소재로 잘 풀어낸다. 점점 배우로서 묵직함과 기대감을 더해가는 강동원과 고수의 연기는 훌륭하다. 더불어 알과 버바역을 맡은 두 외국인 배우의 명연기는 시종일관 웃음을 짓게 한다. 송새벽에 이은 충무로의 또 다른 발견이다. 다만 강동원과 고수의 반복적인 대결은 다소 지루함을 전해준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평범한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은 사람. ‘초능력자’라는 말은 일종의 우월함의 표시이자 남들과 다르다는 차별의 의미이기도 하다. <초능력자>는 후자에 좀 더 의미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도저히 사람들에게 섞일 수 없는 초인과 외국인 노동자와 더 친한 임규남이 펼치는 대결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우격다짐과 같다. 영화는 장르적인 재미와 사회적인 메시지를 적절히 녹여낸다. 다만 그 비중에서 너무 안정적인 방향을 택한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전반적으로 매끄러우면서도 위트가 돋보이는 연출은 김민석 감독이 조감독으로 함께 작업한 김지운 감독과 봉준호 감독의 흔적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한마디로 <초능력자>는 조금 이상한 영화다. 매력적인 소재 속에서 스피디한 전개와 현란한 편집으로 얼마든지 오락영화의 정수를 뽑아 낼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감독은 이를 최대한 피한다. 전체적으로 탁월하거나 매끄럽다고 할 수 없는 이 영화에서도 놀라운 장면은 있다. 군중을 도구화하는 몇몇 장면들은 섬뜩하고, 특히 초반 천장과 바닥이라는 두 공간을 이분할하는 방식은 영화의 미덕이 된다. 하지만 음악을 활용하는 만큼의 리듬감과 깊이는 부재하다. 장·단점이 벌이는 줄다리기를 지켜보자면 대중성과 연결이 될 지는 모호하다. 투박함이 미덕이자 단점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과 조금 다른 지점에서 후속작 추이를 지켜보게 되는 감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유혹을 뿌리친 뚝심인가 그만큼의 재능인가는 후속작에서 한눈에 가늠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양현주 기자)
2010년 11월 4일 목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