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전율을 체험하려는 관객의 욕구가 나날이 커지는 요즘 <하우스 오브 왁스>의 개봉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사실 “눈 없는 얼굴이 너무 공포스럽다.”란 이유로 포스터 심의를 7번이나 뺀지 맞은 전과(?)가 있는지라 시작 하자마자 심장을 옥죄는 공포스런 장면을 기대 했는데, 영화 초반은 다소 심심한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전개 된다.
그러나 적당한 타이밍에 터지는 기습적인 사운드와 사실적인 잔혹묘사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10대들이 풋볼경기를 보러 갔다가 이상한 마을에 도착하고 거기서 끔찍한 경험을 한다는 줄거리는 다른 슬래셔 무비와 다를 게 없지만 낯익은 잔인함에 길들여진 관객들의 눈을 질끈 감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헐리우드의 1953년 고전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하우스 오브 왁스>는 가위로 아킬레스 건을 자른다던 지, 머리에 쇠기둥이 박히는 잔인한 장면이 난무하지만 공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요소는 살아있는 사람, 혹은 시체의 피부에 밀랍을 부어 인형을 만든다는 점이다.
할리우드에서 숱하게 만들어진 청춘 슬래셔 영화의 관습을 충실히 따르지만 공포에 맞서는 강한 여성 캐릭터를 쌍둥이 남매로 변환시켜 재구성한 점이 눈에 띈다. 쌍둥이들의 콤플렉스는 이 영화의 중요 모티브로 실제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작가들도 쌍둥이란 점과 맞물려 묘한 공포감을 더한다.
피와 밀랍이라는 생소한 소재를 이용해 공포와 잔혹 면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왁스 박물관이 불에 녹는 가운데 주인공 쌍둥이 남매 칼리(엘리샤 커스버트)와 닉(채드 마이클 머레이)이 살인마와 사투를 벌이면서 억지스런 설득을 시도하는(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사람에게 “넌 괴물이 아니야!밀랍 인형 예술가야!"라고 말하는) 부분은 다소 실망스럽다.
마케팅 카드로 내세운 패리스 힐튼의 연기는 평소 자신의 모습을 영화 속으로 그대로 내보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녀답다. 전철과 버스광고 포스터에서 풍기는 공포감을 기대했다면 예고편 그 이상의 뭔가는 얻기 힘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