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팬들에게 ‘작가’로 익숙한 무라카미 류가 ‘영화 감독’의 자격으로 한국을 찾았다. 자신의 소설 ‘토파즈’를 원작으로 한 <도쿄 데카당스>는 12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작품 중 ‘토파즈’와 ‘자장가’두편의 내용을 담고 있다.
17일 오후 6시 광화문 시네큐브 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은 “이 작품은 일본에서도 개봉하기 힘들었던 작품이다. 상영관 을 잡고도 취소된 적이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한국에서 개봉될 거란 생각을 전혀 못했는데 극장에 와서 포스터를 보니 실감난다”는 감독의 간단한 소감으로 시작되었다. 1992년 작품인 <도쿄 데카당스>는 SM(사도 마조히즘)클럽에서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2004년 4차 일본 대문화 개방 조치에 따라 일본 성인 영화 상영기회가 주어진 뒤 신청 1호가 된 작품이다. 한국에서 여섯번의 심의를 거쳐 6분가량의 삭제 끝에 개봉이 확정됐다.
이런 심의에 대해 감독으로서 의견을 묻는 예민한 질문이 나오자 무라카미 류는 “분명 작품에 대해 간섭하는 건 작가입장에서 기분이 좋지 않다.(웃음) 외국에서는 20분 넘게 삭제된 나라도 있었다. 그런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다 보면 지치기 때문에 되도록 신경을 안 쓰는 편이다. 일본에서도 개봉하느라 고생을 너무 많이 한 작품이라 사소한 6분 보다는 개봉된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시종일관 영화의 개봉 자체에 큰 의미를 두며 대화를 이끌어 나가던 무라카미 류는 “ 이 영화를 제작 하기 전에 세편의 영화를 제작했었다. 메이저 영화 시스템에 맞추다 보니 의도대로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영화제작 당시 내 나이가 서른 여덟에서 아홉으로 넘어가는 시기라 스텝들도 젊은 사람으로 꾸미고 자체 구입한 카메라로 찍은 영화가 바로 이 영화다.”고 말한 뒤 자신의 작품이 영화화 되었을 당시에 직접 감독을 하지 않을 경우 ‘실패’를 전제 하에 대본을 건네는데,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이 찍은 <69>는 상상이상으로 좋은 작품이 나와 영화화 된 자신의 작품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라고 밝히기도.
특히 감독의 재능을 100이라고 할 때 점수를 묻는 짖궂은 질문에는 “ 소설가의 재능을 100이라고 할 때 수치화 한다는 건 정말 어폐가 있다.(웃음) 그러나 피해가는 것도 재미가 없으므로 70점 정도라고 말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당분간은 영화 관련된 일을 하기보다 소설해 매진할 계획이라는 그는 “한국의 영화는 오버 액팅 하지 않고 절제된 부분이 많아서 좋아한다. 감독의 입장에서 존경과 경의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고 대답했다. 제작된 지 13년 만에 국내 개봉되는 <도쿄 데카당스>는 18세 관람가로 12월2일 만날 수 있다.
사진_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