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니 라방 주연... 초기영화 기법등 매혹적
먼지 낀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100분 동안 꿈과 환상의 세계로의 여행을 즐겨보면 어떨가. 파이트 헬머 감독의 [투발루]는 참 독특한 영화다. 파스텔톤의 색감이나 무성영화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배우들의 몸짓은 초기 영화를 연상시킨다. 처음엔 빛바랜 화면이 낯설게 느껴지기만 하는데,곧 '투발루'의 아름다움에 매혹되게 된다. [투발루]는 스크린을 잠식해버린 자본과 테크놀로지를 밀어내고,그 빈자리를 꿈과 사랑으로 채운 작품이다.
[투발루]의 무대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수영장. 이 동화적 상상력이 빛어낸 공간엔 역시 현실 세계에선 만나기 힘든 순수한 인물,안톤(드니 라방)이 살고 있다. 눈 먼 아버지와 돈 대신 단추를 받는 관리인 아줌마와 수영장을 지키는 안톤은 아버지를 위해 매일 손님이 가득 차 있는 듯 연극을 되풀이하고,수영장을 유지하고 있는 기계 '임페리얼'을 지킨다. 그러던 어느날 에바(술판 하마토바)가 수영장을 방문하면서 안톤의 남루한 일상엔 핑크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러나 안톤의 형 그레고어가 이들 사이를 갈라놓는다. 아버지의 보물상자에서 '투발루'의 보물 지도를 발견한 에바는 항해를 떠나기 위해 '임페리얼'을 훔치고,안톤은 이를 막기 위해 나선다.
동화같은 이 이야기를 채워주는 건 음악과 웃음소리,증기기관의 박동소리뿐. 배우들의 대사를 다 모아도 A4 용지 한 장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영화는 배우들의 사랑스러운 몸짓과 표정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찰리 채플린을 연상시키는 드니 라방의 연기도 볼만하지만,[루나 파파]의 슐판 하마토바의 깜찍한 표정 연기는 언제 보아도 즐겁다. 각 시퀀스마다 다른 색으로 처리한 독특한 화면은 흑백필름으로 촬영된 후 각 공간의 설정에 따라 시퀀스별로 채색을 한 초기 영화 기법을 따른 것이다.
파이트 헬머 감독은 단편으로 전세계 130개 영화제에 초청되어 100여개의 상을 받은 실력파다. 그의 첫 장편 영화인 [투발루]는 산세바스찬 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슬램댄스 영화제 촬영상을 받았으며,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티영화제에선 관객상을 받았다. (26일, 시네코아 코아아트홀 등)
<자료출처 :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