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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마 '조디악'과 함께 귀환한 테크니션 '데이빗 핀처'
2007년 8월 14일 화요일 | 유지이 기자 이메일


소문에 의하면 1992년 개봉을 앞 둔 〈에이리언3〉 편집본을 본 20세기 폭스 사의 중역들은 소스라치게 놀랐다고 한다. 더 이상 우울해질 수 없다고 믿었던 〈에이리언〉 시리즈가 더할 나위 없이 우울하게 만들어지고 있는데다, 엔딩마저 끔찍하기 짝이 없는 배드 엔딩이었고, 심지어 주인공이 죽어버려 더 이상의 속편을 기대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예산과 시간을 남겨 놓지 않은 영악한 신인 감독의 의도대로 폭스의 중역진이 지시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고, 시리즈 사상 최고의 제작비가 투입된 〈에이리언3〉를 그대로 개봉할 수 밖에 없었다.

헐리웃 B급 영화 정도에나 투입될 천만달러 정도의 제작비로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던 선배들의 전작만큼은 못했지만 〈에이리언3〉는 결국 미국 내 흥행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다행히 제작진의 입장에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작품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결과는 더 좋아졌다. 우울하지만 독특한 정서를 지닌 〈에이리언3〉는 비디오로 발매되며 충성도 높은 팬층을 만들어냈고, 짭짤한 흥행을 거둔 상업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시리즈가 창의성 넘치는 이상적인 헐리웃 영화 시리즈로 비평의 만신전에 올랐다. 뮤직비디오와 TV 광고를 찍던 초짜 감독의 첫 작품치고는 매우 좋은 결과였던 셈이다.

의미심장한 연쇄 살인, 모두가 전성기를 맞이하다

다시 뮤직비디오로 돌아가 마이클 잭슨, 에어로스미스, 스팅의 노래에 영상을 입히던 데이빗 핀처에게 두번째 기회는 3년 만에 돌아왔다. 그리고 그 영화가 핀처에게 영화감독으로 최고의 명성을 가져다 주었고, 헐리웃 입성 단 두 작품 만에 핀처는 확고한 자리를 차지한다. 연쇄 살인범을 쫓는 두 형사의 이야기 〈세븐〉이 바로 그것이다. 두번째 작품에서 감독으로 경력의 절정에 오른 셈이다. 공교롭게도 〈세븐〉은 〈에이리언3〉로 가능성을 인정 받던 영화감독에게만 찾아온 행운이 아니었다. 이제 막 청춘스타로 발돋음하던 브래드 피트에게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와 〈가을의 전설〉에 이은 스타덤의 쐐기가 되었고, 오랫동안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용서받지 못한 자〉같은 영화로 녹록치 않은 연기력을 인정 받았던 모건 프리먼 역시 〈쇼생크 탈출〉〈아웃 브레이크〉에 이어 흥행성을 갖춘 스타로 거듭난 계기가 된 작품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세븐〉은 귀네스 펠트로를 세계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영화였고 케빈 스페이시에겐 잊을 수 없는 헐리웃 출세작이었다. 더불어 인상적인 화면을 선보인 명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의 헐리웃 데뷔작이기도 했다.

유럽에서 자기 만의 색깔을 인정받은 촬영감독의 음울하고도 깊은 화면, 오랜 무명기간을 지나 야심만만하게 피어 오르기 시작한 젊은 스타, 경험과 연기력을 겸비한 노련한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가 90년대를 대표하는 연쇄살인범 영화의 시나리오를 타고 광고와 뮤직비디오로 익힌 절정의 감각을 가진 감독에게 온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탁월한 순간이 데이빗 핀처의 1995년이었다.
 인간과 외계괴물의 본격적인 변태 연애〈에이리언3〉(1992)
인간과 외계괴물의 본격적인 변태 연애〈에이리언3〉(1992)
 브래드, 탱탱하기도 하지〈세븐〉(1995)
브래드, 탱탱하기도 하지〈세븐〉(1995)

모호한 경력으로 영화계를 오가다

비슷한 시기에 뮤직비디오 계에서 활동했던 도미닉 세나 역시 후에 〈식스티 세컨즈〉와 〈스워드피시〉로 헐리웃에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지만, 데이빗 핀처와 비교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초창기 경력이 유사한 리들리 스콧(TV 시리즈와 광고로 유명했고 〈에이리언〉의 성공으로 헐리웃 주류에 편입되었으며, 다음 영화 〈블레이드 러너〉로 작가 경력 정점에 올랐다)이 〈탑건〉〈크림슨 타이드〉의 동생 토니 스콧이나 〈플래시 댄스〉〈나인 하프 위크〉의 에이드리언 라인, 〈불의 전차〉〈그레이스톡 타잔〉의 휴 허드슨 같은 탁월한 동료와 함께 유명세를 떨친 것과 천지차이다. 영화를 성공시킨 후에도 유능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경력을 이어가던 탓인지 〈세븐〉이후 데이빗 핀처의 이름을 건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도 〈세븐〉과 같은 관객과 평단의 일사불란한 호응을 얻은 작품은 없다시피 하다.

여러모로 리들리 스콧의 경력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데이빗 핀처는 스콧이 〈블레이드 러너〉의 비평적 성공 이후 〈레전드〉를 찍고 실패하며 한동안 균질하지 않은 수준의 작품을 내놓았던 것처럼, 정점에 이른 〈세븐〉의 차기작 이후 모호한 경력을 쌓고 있다. 핀처의 이름을 건 영화 중 가장 악평에 시달린 〈더 게임〉은, 유희에 가까운 반전투성이 시나리오를 갖춘 평범한 장르 영화로 기획되었지만 마이클 더글라스와 숀 펜이라는 무게감 있는 배우를 기용하고 거기에 감각적인 데이빗 핀처의 연출이 더해져 나쁘지 않은 스릴러로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세븐〉에 이은 데이빗 핀처의 작품이라는 엄청난 기대감을 짊어져야 했다. 우울함에 대중성과 화려한 테크닉을 겸비한 〈세븐〉 같은 성과를 다시 기대한 사람이 많았지만, 모든 것이 갖추어진 수작은 쉽게 태어나는 법이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확인해야 했다. 대신 빛나는 테크니션인 데이빗 핀처의 솜씨는 충분히 확인 가능했음에도 불구하고, 실망의 목소리가 자자한 동안 〈더 게임〉이 가졌던 작은 장점들은 가려지고 말았다.

큰 성공을 거둔 〈세븐〉과 정도 이상의 혹평을 받은 〈더 게임〉으로 거품 없는 이름값을 얻게 된 것이 다행이었는지도 모른다. 사람에 따라 데이빗 핀처의 최고 작품으로 꼽기도 하는 1999년 〈파이트 클럽〉이 발표되었을 때 분위기는 〈세븐〉때처럼 과열되지도 〈더 게임〉처럼 비난의 큰 소리에 장점이 가려지지도 않았으니까. 원작 자체가 괴팍하고 극단적인 전개로 유명한 척 팰라닉의 소설인 〈파이트 클럽〉은, 삐쭉빼쭉한 이야기와 광기 넘치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화려하고 효과적인 연출로 표현한 데이빗 핀처의 솜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영화다. 완성도에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그 해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추켜올리다가도, 괴상한 이야기와 별난 세계관 때문에 〈세븐〉정도의 주목을 받지는 못한 작품. 몇 편의 작품을 거치는 동안 드러난 데이빗 핀처의 약점은 (많은 CF나 광고 출신 영화감독이 그런 것처럼) 영화의 내러티브에 대한 장악력이 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이상의 시나리오를 만나면 〈세븐〉〈파이트 클럽〉과 같은 성과를 올리다가도, 어느 순간 〈더 게임〉처럼 추락할 수도 있는 위태로움 대신에 분위기와 영화의 리듬을 장악하는 영상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솜씨 좋은 시나리오 작가 데이빗 코엡의 평작으로 꼽히는 〈패닉 룸〉을 긴장감 넘치게 다듬은 솜씨는 데이빗 핀처의 감각을 증명하는 증거 중 하나다.

선수가 자기 바닥으로 돌아오다

영화계에 입문해서 1980년대에 ILM에 소속되어 〈스타워즈3: 제다이의 귀환〉이나 〈인디아나 존스〉 특수효과에 투입되기도 했던 경력을 생각하면 〈세븐〉과 〈파이트 클럽〉으로 유명한 데이빗 핀처가 조지 루카스의 새로운 〈스타워즈〉시리즈 감독으로 지원했었다는 사실이 별로 놀랍지 않다. 그 바램은 조지 루카스가 새로운 〈스타워즈〉 에피소드를 전부 직접 감독함으로써 물건너갔지만, 우리에게 데이빗 핀처 버전의 〈스타워즈〉를 가정해 볼만한 기쁨은 남겨놓았다. 혹시나 핀처가 소망대로 〈스타워즈〉를 맡았다면 우리가 이미 보았던 에피소드 1, 2, 3가 〈에이리언3〉나 〈세븐〉만큼 우울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있는 조지 루카스가 필생의 작업인 〈스타워즈〉시리즈를 자기 손에서 벗어나게 내버려둘 리도 없을뿐더러 〈파이트 클럽〉〈더 게임〉〈패닉 룸〉에서 본 것처럼 데이빗 핀처는 주어진 시나리오에 충실한 감독이다. 더구나 우리는 개성 강한 팬보이가 자신이 존경하는 작품을 영화화할 때 얼마나 개성을 접어주는지 (뉴질랜드 악동이었던) 피터 잭슨이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만들고 (공포영화의 기린아였던)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만든 결과로 이미 확인해 본 바 있다.
 하마터면 연쇄살인범급 우울한 탄생을 가졌을 지도 모르는 베이더 선생
하마터면 연쇄살인범급 우울한 탄생을 가졌을 지도 모르는 베이더 선생
 <조디악>(2007)
<조디악>(2007)

아쉬움은 일정 이상 해답을 얻을 듯 하다. 무려 5년 동안이나 작품 소식이 없던 데이빗 핀처가 요사이 매년 영화를 내놓을 계획이기 때문이다. 가장 늦게 개봉이 잡혀있는 작품이 2009년에 개봉할 〈라마와의 랑데뷰〉다. 아직 데이빗 핀처가 현재 찍고 있는 작품이 완료되지 않아 기획이 진행 중인 〈라마와의 랑데뷰〉는, 아이작 아시모프 ?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3대 SF 작가로 칭송 받는 아서 C. 클라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이다. 하드코어 SF 소설의 오랜 소재 중 하나였던 ‘퍼스트 컨택The First Contact’(외계 지성과의 최초 만남)을 묘사한 작품 중 단연 유명한 〈라마와의 랑데뷰〉에서 관객들은 〈스타워즈〉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던 데이빗 핀처의 우울하지 않은 SF를 보게 될런지도 모른다.

현재 찍고 있는 작품 역시 그동안의 데이빗 핀처를 무색하게 할 만큼 별나다. 스콧 핏제럴드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벤자민 버튼의 신기한 사건〉은 그간 가벼운 작품을 필모그래피에 올린 적이 없는 데이빗 핀처에게도 매우 이질적인 영화. 하지만 이 신작에는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랑쳇이 주인공으로 투입된 상태고, 틸다 스윈튼과 줄리아 오몬드, 아역 엘르 패닝(다코타 패닝의 여동생)까지 포함된 화려한 캐스팅으로 무장한 영화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데이빗 핀처의 신작은 〈패닉 룸〉이후 5년만의 작품인 〈조디악〉이다. 영화 제목과 같은 〈조디악〉은 미국 현대사에 전설적으로 유명한 연쇄살인마의 별명. 이미 영화화된 〈텍사스 전기톱 살인사건〉의 에드 게인이나 록가수 마릴린 맨슨이 이름을 빌린 찰리 맨슨 만큼이나 널리 알려진 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하다. 실제 연쇄살인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영화로 다루는 것은 〈세븐〉이라는 데이빗 핀처의 출세작을 생각할 때 무척이나 기대되는 작품일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조디악〉에는 제이크 질렌할을 비롯,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나 브라이언 콕스 같은 성격파들이 대거 투입되었다. 영화의 육중한 분위기를 능히 짐작할 만 하다.

잊고 있을 때쯤, 기대할 만한 신작 리스트를 안고 돌아온 데이빗 핀처. 능수능란한 그의 카메라를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글_유지이 기자(무비스트)

20 )
yunseok73
흠.. 156분이면 길긴 길다. ㅡ.ㅡ   
2007-08-20 01:25
kangys86
영화가 너무너무 길어요 ㅠ 156분 ㅠ   
2007-08-19 22:50
szin68
무척 지루함... 물론 미국애들은 그 상황과 역사를 아니 낫겠지만...   
2007-08-19 02:18
motor012
지루해요?   
2007-08-17 02:19
shelby8318
재밌을 거 같은데.. 영화가 길어요?   
2007-08-16 19:08
lalf85
지루함의 불안감이 좀 있습니다. 영화가 재미없다는 게 아니라..
볼만은 한데 조금 지루하다는..^^   
2007-08-15 16:57
lee su in
<세븐>, <파이트 클럽> 등 전작의 영상을 기대했던 관객들에게 2시간 40분이 넘는 러닝타임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도 하던데요.
그래도 연출력과 연기력의 교본으로 삼을만큼 작품성이 뛰어나다니 기대를 해 보겠습니다.   
2007-08-15 13:12
hrqueen1
전작들은 확실한 눈요기거리 이벤트라도 있지만 [조디악]은 글쎄요. 울 나라 [살인의 추억]만큼이나 할까라는 생각도 드네요. 무척이나 무거운 주제의식을 가졌다고 하는데.....   
2007-08-14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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