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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평가! 구슬도 중요하지만 줄도 중요하다.
이브닝 | 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이브닝>은 돌이킬 수 없는 삶이 비롯된 한 순간의 실수를 품은 서사의 영역임과 동시에 노을이 깊게 물들어가듯 인생의 깊이가 우아한 색채를 드러내는 황혼의 통찰력을 의미하는 것만 같다. 실수는 첫 키스처럼 평생 남는 것이란 후회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구간 반복을 거듭하던 <이브닝>은 실수가 있어야 인생이 즐겁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브닝>은 어느 한 사람의 끝나가는 생을 통해 돌아보는 삶이란 명제에 대한 고찰일 것이다.

노환으로 임종을 앞둔 노부인(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과거와 현재는 그것이 꿈인지 회상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게 스크린 위를 어지럽게 오간다. 일단 과거는 현재 병상에 누워있는 노부인의 이름임에 분명한 앤(클레어 데인즈)의 24살 시절 사연이다. 절친한 친구 라일라(마미 검머)의 결혼 축가를 불러주기 위해 뉴욕을 떠나 뉴포트에 방문한 그녀는 그곳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연정의 상대를 만나게 된다. 이는 결국 임종을 앞둔 순간까지도 그녀가 잊을 수 없는 일생일대의 로맨스로 기억되지만 동시에 돌이킬 수 없는 운명적인 실수로 기억 속에 자리잡는다. 결국 한 순간의 실수에서 비롯된 상흔 같은 기억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신기루처럼 그녀 곁을 맴돈다.

마치 착란처럼 반복되는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적 이동은 약 기운에 의지한 채 임종을 기다리는 앤의 혼미한 정신을 구체화시키고, 그 기억에 내포된 감정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구현하려는 것마냥 산만하고 정신 사납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이야기의 전달력마저도 산만하게 흔드는 과잉의 무리수로 느껴진다. 인물의 정서적 혼란을 구현하려는 듯한 시공간의 잦은 이동은 단순한 이야기를 어지럽게 나열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며 역기능의 어리석음을 창출한다. 동시에 산만한 이야기 배열과 달리 중반 이후까지 굴곡 없이 진행되는 긴 사연은 정신 사납게 움직이는 이야기 배열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당혹스럽게 지루하다. 이는 서정적이라기 보단 사전적인 밋밋함에 가깝다.

물론 지난한 중반부 이후, 다소 급격하게 양상이 바뀌는 후반부는 그 이전의 지루함을 어느 정도 상쇄시킨다. 특히 최후반부, 메릴 스트립이 등장하는 씬부터는 나태했던 영화적 공기가 급속하게 무게적 질감을 형성하는 느낌마저 든다. 마치 약에 취해서 비틀거리며 몸을 가누지 못하던 이야기가 비로소 정신을 차리며 몸을 추스르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는 역시 메릴 스트립이 그 정도로 훌륭한 배우임을 각인시킬 뿐, 결코 <이브닝>의 결말이 몸을 들썩이게 만드는 전반부의 힘겨운 관람을 잊게 만들 정도로 탁월한 까닭은 아니다. 이는 교차되는 시공간의 호흡이 자연스럽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회상 씬의 드라마가 훌륭하진 못해도 어느 정도 이야기적 논리와 정서를 형성한다는 것에 비해 현실은 오히려 불명확한 난입 그 자체다. 마치 불필요한 말참견처럼 이야기의 흐름을 끊어먹고 사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이브닝>이 과거와 현재를 어지럽게 오가는 궁극적 이유는 결국 과거의 불미스런 사연으로부터 지속된 평생의 강박이 그 상흔의 딱지를 떼고 경험을 통한 소중한 교훈으로 아물어간다는 결론을 유추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인생에 실수란 건 없는 것 같다’는 대사로 압축되는 귀결점의 성찰은 <이브닝>의 궁극적 지점이다. 또한 이는 어느 정도 온화한 인상의 감상을 부여한다. 하지만 그 한 순간의 결말을 위해 기복조차 발견하기 힘들 정도로 밋밋한 과정을 참아내기란 쉽지가 않다. 마치 불 꺼진 극장의 분위기가 ‘이브닝(evening)’처럼 느껴질 정도로 깊이 없는 이야기의 안이한 태도를 견디기란 쉽지 않다. 여성의 삶을 바라보는 동시접속의 배열 방식은 <디 아워스>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작품의 질적 차이는 마치 하늘과 땅 수준을 보는 것처럼 극명하다. 게다가 두 영화는 훌륭한 배우들을 화면에 채우는 것만으로 같은 수준의 영화가 나올 수 없다는 확실한 대조군을 형성하는 것만 같다. 많은 구슬을 꿰어보려 해도 줄이 부실하면 보배가 될 수도 없다.

2007년 11월 12일 월요일 | 글: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메릴 스트립, 글렌 클로즈,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클레어 데인즈, 토니 콜렛, 여배우 성찬!
-메릴 스트립과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마미 검머와 나타샤 리처드슨, 모녀 배우 영화에서 만나다.
-아름다운 바닷가 풍경, 내 죽기 전에 저런 곳에서 살 수만 있다면.......
-이렇게나 훌륭한 배우들 모아서 영화 이렇게 뽑기도 힘들것 같다.
-당신이 앉아있는 불꺼진 극장이 말 그대로 이브닝(evenin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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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queen1
과거의 실수......
혹시 내가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혹시 내가 다른 길을 갔더라면.
어쩌면 그러기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스토리입니다.   
2007-11-13 03:52
ffoy
화제가 되기에는 역부족이겠군요...
그래도 진짜 여배우들의 성찬이네요~   
2007-11-12 19:38
theone777
흠... 그저그런가봐용   
2007-11-12 18:08
loop1434
흠,,   
2007-11-12 17:52
ldk209
생각보다 작품성이 낮게 평가됐네요....   
2007-11-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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