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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중국 해커들의 공격으로 인해 호주 멜버른 영화제 웹사이트가 마비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번 해킹 공격은 영화제에서 위구르족 인권운동가 레비야 카디르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겠다는 주최 측의 결정에 대한 반발로 여겨진다.
올해 호주 멜버른 영화제는 레비야 카디르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사랑의 10가지 조건> 을 공식상영하고, 그녀도 함께 영화제에 초청했다. 이 작품은 레비야와 그녀의 남편이자 ‘혁명 동지’인 시디크 로지와의 관계, 그리고 자녀 11명의 험난한 삶을 다루고 있다. 예전 중국에서 세탁업으로 부를 누렸던 레비야 카디르는 계속되는 중국군의 강경진압으로 위구르인들이 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 후 탄압받는 그들을 위해 인권 운동 펼치면서 현 세계위구르대표대회(WUC) 의장으로 위구르인들의 안위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에서 레비야 카디르를 지난 5일 발생한 우루무치 유혈사태의 배후세력이라고 지목했기 때문이다. 우루무치는 위구르족들의 거주 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이다. 이날 위구르족과 한족간의 피 흘리는 싸움으로 200명 가까운 이들이 목숨을 잃고 1600여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은 크게 한족과 소수민족으로 나눌 수 있다. 소수민족정책의 일원으로 한족을 소수민족사이에 이주시키는 방안을 채택하고 이를 실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민족 간에 이질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번 유혈사태까지 발생하기에 이르렀다. 중국의 이 같은 지목에 대해 레비야 카디르는 “배후세력이 아니다. (위구르 사람들에게) 그냥 사건에 휘말리지 말라고 전화를 했을 뿐이다”라는 말로 관련설을 부인하고 있다.
결국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반중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를 영화제에 초청함에 따라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해킹으로 인해 영화제 웹사이트에 중국 국기와 레비야 반대 구호가 뜨면서 한 동안 웹사이트는 마비가 되었다. 또한 영화제 관련 사람들의 휴대전화에도 중국인에게 사과하라는 문자 메시지가 보내지는 등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한편, 영화제에 참여하고 있던 중국감독들도 보이콧을 선언하며 중국으로 돌아간 상태다. 특히 중국의 독립영화 감독인 지아 장커는 "왜 하필이면 이 때 레비아를 띄우고 행사에까지 나오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 중국인으로서 그 사람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없다."며 일찌감치 영화제 참가를 거부했다. 이어 자신이 제작에 관여한 두 편의 작품도 출품하지 않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7일에는 유일하게 상영예정이었던 중국 영화 1편도 상영이 취소됐다. 이에 발맞춰 중국의 공영방송인 CCTV도 특집 방송으로 영화제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영화제측은 중국의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계속해서 행사를 진행하게 다는 뜻을 밝혔다. 사건의 근원이 된 레비야의 다큐멘터리 <사랑의 10가지 조건>을 연출한 호주 감독 제프 다니엘스는 “중국의 해킹으로 영화제와 영화팬들에게 위협을 가해 개인적으로 섬뜩했다”며 중국의 이 같은 격한 반응에 대해 좋지 않은 속내를 내비쳤다.
리차드 무어 멜버른영화제위원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레비야에 관한 다큐멘터리 상영을 금지시키고, 그녀의 초청을 중지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폭로! 열흘 전부터 압력은 시작되었다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거세지고 있는 중국의 반응에 대비하여 강한 경호체계를 펼치고 있으며, 레비야의 신변보호를 위해 사설 경호팀까지 고용했다고 전했다.
한편 라비야 카디르는 현재 일본을 방문하여 중국의 위구르 탄압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진 상태다. 멜버른 영화제의 후폭풍이 일본에까지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
글_ 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