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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피와 함께 왔다. <닌자 어쌔신> 정지훈 단독 기자회견!
2009년 11월 9일 월요일 | 민용준 기자 이메일

또 한번 비구름이, 아니 피구름이 밀려온다. <스피드 레이서>에 이어 워쇼스키 형제와 또 한번 손을 잡은 정지훈(비)의 주연작 <닌자 어쌔신>이 오는 26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이에 앞서 금일 오전 11시 소공동 롯데호텔 그랜드블룸에서 <닌자 어쌔신> 아시아 정킷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9개국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닌자 어쌔신>의 주연을 맡은 정지훈이 자리한 기자회견은 방송인 류시현의 사회로 진행됐다. <닌자 어쌔신>은 전설적인 닌자 암살집단인 ‘오즈누’의 손에 길러진 닌자 ‘라이조’가 조직에 저항하며 복수를 감행한다는 내용을 담은 액션영화로 잔혹하고 과감한 액션신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이 자리에 와주신 많은 취재진에게 감사하며 굉장히 기쁘다. 많은 사랑 부탁 드린다.”라는 소감으로 말문을 연 정지훈은 기자들의 질의에 성실한 답변을 아끼지 않았다. 이하는 기자회견의 질의 응답 전문이다.

프로모션 영상과 영화를 통해 드러난 근육질 몸매가 인상적이었다. 트레이닝 과정이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그 당시 만들었던 근육은 이제 거의 없어졌다. 늘 무엇이든 이를 악물고 죽기 살기로 했다고 해왔지만 이번엔 정말 그랬다.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와이어액션이라던가 크게 다칠 일이 없을 것 같은 스턴트 과정은 90%이상 내가 다 소화했다. 몸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체지방을 다 빼야 한다는 게 고통스러웠다.

<스피드 레이서>에 이어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것이 두 번째다.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미국 스태프들과 적응하는 건 어땠나? 그리고 영어 대사는 어렵지 않던가?
할리우드 시스템이라 하면 처음엔 거창해 보이기도 하고 좀 무서웠다. 하지만 프로세스가 명확히 구별돼서 오히려 스태프와의 어려움은 크게 없었다. 조연에서 주연으로 발전했으니 대사가 많아진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만큼 고마운 일이라 생각한다. 영어대사를 관리해주는 코치 선생님이 내 옆에서 24시간 동안 붙어있었던 덕분에 편하게 연기했다. 그리고 워쇼스키 형제나 제임스 맥티그 감독이 원한 건 대사적 역량보단 표정이었다. 영화에서 빅클로즈업을 많이 활용하는 만큼 내면을 드러내는 디테일한 표정의 움직임이 많이 포착될 것이라며 그 부분을 염두에 두란 주문을 받았다.

워쇼스키 형제와도 두 번째 작업이다. 가까이서 본 워쇼스키 형제는 어떤 사람이라 생각하나?
워쇼스키 형제와의 작업은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서 언제나 즐겁다. 그리고 <스피드 레이서>와 <닌자 어쌔신>은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과 제작자라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워쇼스키 형제는 상상력이 풍부하다. 그리고 그 상상력을 실제적인 필름으로 꺼내어 화면으로 이룰 수 있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약속을 중시한다. 실제로 나에게 뱉었던 말은 지키지 않은 게 없다. 모든 이에게 굉장히 친절하다는 점도 놀라웠다. 내가 최고라 생각하는 감독님들이다.

<닌자 어쌔신>에서 한국에 관련된 소재가 등장한다. 명성황후 시해를 언급하기도 하고 KBS사극의 한 장면도 나온다. 혹시 본인의 입김이 작용한 건 아닌가?
내가 한국문화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긴 했다. 한국에는 좋은 문화가 있고 좋은 방송도 많다고. 그런데 사실 나도 첫 스크리닝을 하면서 그런 뜻하지 않았던 부분을 알게 됐다. 제임스 맥티그가 나름대로 한국에 관해 알아봤나 보더라. 거창하게 역사 공부를 한 수준은 아니라도 한국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한국음식도 좋아한다고 하더라.
후속편을 암시하고 있다 해도 좋을 만한 결말부가 등장한다.
담벼락 위에 서서 세상을 바라보는 라이조의 눈빛은 무언의 포효라고 본다. 사실 계약은 몇 편 더 돼있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계약서에 금지된 조항도 많고 아직 성급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 발설하긴 어렵지만 일단 여러분이 이번 작품을 사랑해준다면 후속작이 제작될 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잘 될 거 같은 느낌이 있다. 기대 중이다.

액션신이 과격한데 부상은 없었나?
사실 스턴트 자체를 내가 다 소화했던 만큼 많이 다치긴 했다. 다행히 부러진 곳은 없지만 찢어진 자국이 많긴 하다. 하지만 8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했고,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 영광의 상처라 생각한다.

라이조와 본인은 얼마나 닮았나?
나는 라이조처럼 내성적이기 보단 누군가와 말하거나 어울리는 걸 좋아해서 혼자 지내긴 어려운 사람 같다. 비슷한 점은 별로 없다. 그래서도 안될 것 같고. 내가 라이조만큼 멋진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스피드 레이서>는 실망스런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닌자 어쌔신>은 얼마나 기대하나?
솔직히 <스피드 레이서>가 박스오피스 1위도 오르고 큰 반향을 일으킬 거라 기대했기 때문에 우리가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때 큰 욕심은 없었다. 좋은 반응에 대한 기대도 있었지만 뭐든 일단 기본적 토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정지훈이라는 이름을 할리우드에 알렸다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워쇼스키 형제와 작업할 수 있었기에 <닌자 어쌔신>이 가능했고, 할리우드의 프로듀서와 감독들도 나를 알게 됐다. 덕분에 오디션도 계속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좋다. <닌자 어쌔신>을 열심히 찍었고, 고생한 만큼 잘 됐으면 좋겠다. 나에게도 하나의 도전이지만 <닌자 어쌔신>이 흥행한다면 나뿐만이 아닌 아시아와 한국 배우들에게도 기회가 많이 생길 거라 믿는다. 일단 <닌자 어쌔신>이 19금 제한가 상영작이고 액션장르의 영화라는 점이 걸리긴 하지만 어쩌면 그게 더 좋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영화로 남을 것 같다. 10번이든, 20번이든, 계속 문을 두드리면 박스오피스 1위하는 날도 오지 않겠나.

말한 대로 잔혹한 장면이 많아서 19금 제한가 상영이 된다. 기존의 소년적 이미지를 좋아하는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진 않나?
처음부터 워쇼스키 형제는 나에게 한가지를 주문했다. 팝스타의 비는 잊어라. 인간 정지훈은 잊어라. 이제부턴 격투기 선수고 킬러다. 그리고 정말 8개월은 그렇게 살았다. 누굴 만나도 자신 있을 것 같고, 영화가 끝나면 격투기에 나가야 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일단 19금이라 소녀 팬들은 안 봐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웃음) 반대로 남성 팬이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기존의 여성 팬들도 스트레스가 심할 때 <닌자 어쌔신>을 보면 기분이 풀리지 않을까. 기존의 나를 통해 상상할 수 있었던 것 이외의 또 다른 나를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나조차도 이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장면에서도 가수 비나 정지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서 굉장히 만족했다.

<닌자 어쌔신>을 촬영하며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한계를 느꼈던 적은 없나? 그리고 있다면 그걸 어떻게 극복했나?
정말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다시 돌아와서 그냥 한국에서 콘서트도 하고, 드라마도 찍고, 영화도 찍으면서 살고 싶었다. 도대체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8개월간 수도 없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 때마다 약속이 떠올랐다. 4년 전, 팬들에게 좋은 스태프들과 함께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작품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두 번째는 자존심이었다. 주위의 스태프들이 나를 굉장히 약 올리곤 했다. 자기들이 맷 데이먼이나 브래드 피트도 가르쳐 봤고, 심지어 신인배우들도 가르쳐 봤는데 내가 제일 못한다고 놀렸다. 그래서 독기가 올랐다. 그들의 모션을 찾아 보고 얼마나 잘 했는지 모니터하곤 했다. 트레이닝 팀이 라이조만의 캐릭터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해서 이소룡이나 성룡의 영화를 보면서 그들과 다른 캐릭터를 연구했다. 다양한 테크닉을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나에 관한 왜곡된 진실을 작성한 기사들을 스크랩해놓고 아침마다 보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미국진출 자체에 대해서 말로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패한다 해도 현실적으로 어떤 성과를 이루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런 좋은(?) 기사와 나를 좋아해주는(?) 안티팬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웃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궁극적으로 가장 큰 동기부여를 주는 부분은 무엇인가?
다시 한번 어머니를 많이 생각하게 됐다. <닌자 어쌔신>을 준비하면서 아침 7시에 나가서 하루 종일 트레이닝을 받고 12시까지 레슨을 받은 뒤에서야 잠이 들곤 했다. 어머니는 나와 동생을 위해서 십 수년간 아침 5시마다 나가서 일을 하시고 새벽 1~2시 즈음이 돼서야 주무셨다. 그래서 어머니와 가족 생각이 많이 났다. 이것도 못 견디는 나를 보고 어느 새 배가 불렀다는 생각을 했고, 다시 한번 배고픈 생각을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그 다음부터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시아 배우로서 할리우드에서 활동한다는 것에 대한 고충을 느낀 적은 없나?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아시아 배우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게 느껴졌다. 다들 내 말을 웃으면서 받아주긴 하지만 아시아에서 유명하다면 그냥 그렇구나 하는 식이었다. 밥만 즐겁게 먹고 그 이후는 없었다. 그러다가 워쇼스키 형제가 내 옆에 있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나를 눈여겨 봐주고, 조엘 실버가 나를 지켜주니 다들 나를 지켜보더라. 그렇게 모든 사람들이 나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게 내 인생에서 절호의 찬스라고 생각했다. 사람에겐 3번의 기회가 온다 하지 않나. (박)진영이 형을 만났을 때, 워쇼스키 형제를 만났을 때, <닌자 어쌔신>의 제의를 받은 순간이 그 3번이 아니었나 싶다. 내게 3번의 기회가 다 온 것처럼 느껴졌다. (웃음) 내 주변에 최상의 팀이 포진돼 있는 그 순간이 내게 해볼만한 게임이라 느껴졌다.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할리우드 안에서도 이름을 많이 알릴 수 있는 기회라 믿었다. 무엇보다도 <닌자 어쌔신>은 내 작품이기 때문에 게을리 할 수 없었다. 진검승부를 해야 할 때라 생각했다.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09년 11월 9일 월요일 | 취재: 민용준 기자(무비스트)
2009년 11월 9일 월요일 | 사진: 권영탕 기자(무비스트)

26 )
moviepan
기대   
2009-11-09 23:06
gkffkekd333
기대되네요..   
2009-11-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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