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마엘(루이스 가렐)과 줄리(뤼디빈 사니에르), 그리고 알리스(클로틸드 헤스메)는 서로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사이다. 그러던 어느날 줄리는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알리스 또한 이스마엘의 곁을 떠난다. 홀로 남은 이스마엘. 그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한채 홀로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사랑을 느낀 이완(그레고이레 레프린스-린구에트)은 그의 외로움을 채워주기 위해 서서히 다가간다.
<러브 송>을 보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영화 두 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바로 프랑스와 트뤼포 감독의 <줄 앤 짐>과 자크 데미 감독의 <쉘부르의 우산>이다.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오묘한 관계는 <줄 앤 짐>의 주인공들과 흡사하고, 일반적인 대사와 더불어 노래로 캐릭터들의 감성을 전달하는 면에서는 <쉘부르의 우산>이 떠오른다. <러브 송>을 연출한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과 음악감독 알렉스 보팽은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나누는 사랑의 달콤함과 이별의 아픔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 두 작품의 스타일을 차용했다. 감독은 영화의 감정선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일반적인 대사 보다는 뮤지컬 형식의 표현을 많이 사용했다. 이를 위해 알렉스 보팽이 만든 14곡의 음악이 완성되고, 감독은 그 가사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남녀의 사랑 이야기에 아름다운 노래가 어우러졌다고 해서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떠올린다면 큰 오산이다. <러브 송>은 사랑의 이별, 부재, 귀환이라는 세 단계를 보여주며, 단순히 사랑의 달콤함만을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별 후 인물들이 아픔과 슬픔을 이겨내며 새로운 사랑을 맞이하는 과정을 주로 다룬다.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는 파리의 뒷골목이나 스산한 밤풍경을 차례로 보여준다. 외롭고 차가운 분위기 속에 홀로 영화를 보는 줄리의 모습이나 그녀의 오랜 연인인 이스마엘의 건조한 전화 통화는 그들에게 곧 이별이 다가올 거라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그녀의 갑작스런 죽음 뒤에 홀로 남겨진 이스마엘, 알리스 그리고 줄리의 가족들은 이별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노래로 전한다.
극중 이스마엘 역으로 나온 루이스 가렐은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를 이끈다. 그는 영화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 잃어버리고, 그 상실감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친다. 이번 영화로 오노레 감독과 세번째로 작업을 함깨한 루이스 가렐은 개구쟁이 소년 같은 이미지와 더불어 이별의 아픔을 통해 한 단계 성숙해지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이목구비가 뚜렷한 외모와 함께 낮게 깔리는 목소리와 노래는 여심을 잡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다. 프랑스와 오종의 <8명의 여인들> <스위밍 풀>에서 각기 다른 매력을 선보였던 루디빈 사니에르는 줄리로 나와 더 이상 소녀가 아니라고 어필하는 것처럼 성숙미를 자랑하며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표현한다.
하지만 <러브 송>은 프랑스 영화 스타일을 싫어한다면 자연스럽게 눈꺼풀이 무거워 지는 영화다. 대사는 다시 한 번 곱씹어야 이해가 되는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주인공들의 개방적인 성적 취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뮤지컬 형식을 빌어 감성적인 부분을 잘 전달하지만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그들의 모습들은 매력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와 같은 화려함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슬픔과 외로움에 사무치는 슬픈 노래와 정적인 움직임은 흡입력을 떨어뜨린다. 이스마엘과 줄리, 알리스가 프랑스 밤거리를 거닐며 사랑과 이별에 대한 다툼을 벌이는 장면만이 그나마 뮤지컬답다. 결과적으로 <러브 송>은 누벨바그 형식을 빌어 사랑의 이면에 감춰진 이별의 아픔을 드러내고 이를 노래로 전하는 방식은 좋았지만, 일반 대중들이 즐기기에는 다소 난해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2010년 4월 5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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