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는 아이거 북벽을 등반하는 두 주인공을 통해 거대한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담담하게 다룬다. 토니와 앤디는 누군가에게 과시할 목적이 아닌 자신들의 만족을 위해 산을 오른다. 그들은 서로의 두터운 우정을 밧줄 삼아 산을 등반한다. 그리고 정상에서 먹는 빵 한쪽과 물 한 모금, 그리고 담배 한 개비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 그들의 아이거 북벽 등반은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지만, 누구도 올라가보지 못한 정상을 먼저 가고 싶은 두 주인공의 순수한 마음이 엿보이면서, 산악영화의 재미를 한 껏 올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노스페이스>는 <얼라이브> <버티칼 리미트> 등 할리우드 산악영화와는 다른 실감나는 장면들이 즐비한다. 영화의 첫 장면은 죽은 토니의 등반 일지를 한 페이지씩 넘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리는 그가 등반한 루트를 따라 천천히 그들의 움직임을 응시한다. 영화는 현란한 카메라 워킹 대신 핸드헬드로 주인공들의 감정을 담고, CG 없이 그들의 등반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이를 위해 영화는 실제 약 64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이거 북벽에서 촬영을 하며 현실감을 더했다.
영화는 산을 오르며 난관에 봉착해 생과 사를 넘나드는 등반가들의 이야기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국가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자국의 국민들을 내세워 자존심 싸움을 하는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신경전,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는 그들의 등반을 하나의 오락거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여준다. 특히 겉으로는 두 사람을 위하며 등반 성공을 염원하지만 등반을 멈추는 모습을 본 뒤 바로 떠나려 하는 선배 기자의 이기적인 두 얼굴은 그 당시 독일의 어두운 이면을 생각하게 한다.
<노스페이스>는 사실적인 등반 장면과 그들의 도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상황을 적절히 배합해 자연스럽게 풀어간다. 하지만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오는 도중 고난과 역경을 겪는 그들의 여정은 다소 지루하다. 감독은 하나 둘씩 죽어가는 인물들로 슬픈 감정을 고조시키지만, 뻔히 예상되는 그들의 죽음을 너무 오래 끈다. 이로 인해 계속해서 그들의 생명을 연장시켜 삶의 소중함을 보여주려는 영화의 의도와는 달리, 관객의 입장에서는 긴 러닝타임에 지쳐 그들의 죽음만 기다리게 된다. 결국 <노스페이스>는 할리우드 산악영화와 영상적인 차별화는 성공하지만 생과 사를 넘나드는 인물들의 감정 표현에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2010년 5월 31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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