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와 예고편이 공개되면서부터, 아니 사실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이 영화를 만든다는 소식이 나올 때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가 모였다. 그리고 영화가 완성된 이후 약속이라도 한 듯 해외 언론에서는 극찬이 이어졌다. 과연 기대만큼의 영화가 나온 것인가? <다크나이트>의 차기작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컸겠지만, <인셉션>은 발상과 아이디어에서부터 흥미를 끌었다. 꿈속에 들어가서 생각을 훔쳐온다니! 물론 그 전에도 사람의 생각이나 상상력을 조종하는 엇비슷한 영화들은 제법 있었다. 허나 <인셉션>은 다른 방식과 새로운 비주얼로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오랜만에 많은 관계자들이 다소 이른 오전 10시 시사임에도 불구하고 CGV 왕십리로 모여들었다. 너도 나도 기대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는 설렘에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고, 영화가 끝난 뒤에는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사소하게나마 태클을 걸만한 무엇도 없었던 탓에 괜히 트집을 잡으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그리고 개봉하면 또 보고, 또 보고, 또 보리라는 의지도 엿보였다. 왜 아니겠는가, 이런 엄청난 영화는 보면 볼수록 새로운 것이 볼 수 있을테니까.

● 한마디

<인셉션>은 영화라는 한계 매체 안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세계관과 의지가 이미 영화의 테두리를 넘어선다. 생각을 조직하고, 기억과 상상력을 새롭게 설계하려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의지는 영화를 넘어 관객의 머릿속까지 파고들어 의식하지 못 했던 새로운 것들을 주입하고 일깨운다.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꿈의 문제로 한정될 이야기가 아니다. 생각하는 방법을 비주얼로 보여주고, 기억과 상상을 조율하고 경계를 설정하는 작업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미행> <메멘토> 등 초기작부터 현상과 사건을 분해한 뒤 자신만의 규칙으로 새로운 조합을 만들어왔던 놀란 감독은 <인셉션>을 통해 너무나도 지적인 대중영화를 만들어냈다.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날 영화가 결코 아니다.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절대 주의! ‘한 눈 팔지 말 것’. 당신이 한 눈을 파는 순간 지금 보고 있는 장면이 꿈속인지, 현실인지, 또 몇 번째 꿈인지 알 수 없다. 영화 관람시 영화 외에 그 어떤 다른 것도 생각하지 말라. 생각을 주입하게 표적의 꿈으로 들어간 코브. 그 꿈속에서도 또 다시 꿈속으로, 꿈속으로 들어간다. 어렵다고? 천만의 말씀. 16살 첫 구상하고, 10년간의 프리 프로덕션 과정은 거친 덕분인지 현실과 꿈속을 넘나들면서도 그 어떤 오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다. 다만, 스토리를 놓치지 않고 따라가는 집중력만 필요할 뿐. ‘정말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모호한 결말은 놀란 감독이 관객들에게 아주 재밌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영화를 10배 재밌게 감상하는 법. <인셉션>을 보기 전 사전 지식을 좀 습득하길 바란다.
(노컷뉴스 황성운 기자)

<메멘토>의 파편화된 세계와 <다크 나이트>의 묵직하고도 화려한 비주얼, <매트릭스>적 세계관이 만나면 어떤 모양의 영화가 나올까. 궁금하다면, <인셉션>을 보라. 크리스토퍼 놀란은 놀랍게도, 하나의 영화에 담아내기도 어려운 이 모든 것들을 <인셉션>의 미로 안에 모두 장착했다. 꿈에서 꿈으로 이어지는 점강법의 구도가 독창적이고, 무중력 회전 격투 장면을 위시한 몇몇 장면이 가슴 두근거리는 흥분을 안기며, 한스 짐머의 장중한 음악이 뇌리에 강하게 박힌다. 단, <인셉션>을 보려면 평소 빈둥거리던 머리를 최대한 작동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오락적 유희와 지적 쾌락이 대등하게 맞섰던 <다크 나이트>에 비해, <인셉션>의 저울추는 지적 쾌락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져 있으니 말이다.(사실, 이 영화를 설명하는데, 이 말 하나면 되지 않을까 싶다. “놀란, 끝을 알 수 없는 이 미친 또라이!”)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타인의 꿈을 설계하고, 그 꿈에 침투해 무의식의 경계를 넘어 생각을 추출하는 자들.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은 마치 의식 속에 잠재된 거대한 무의식의 가능성을 증명하고자 하는 실험처럼 보인다. 현실과 꿈, 의식과 무의식,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서는 인간들은 주체적인 자아의 세계관을 놓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자고 깨어나며 한 꺼풀씩 경계를 벗어나거나 들어선다. 세계관의 구조를 설명하는 이론서처럼 시작되던 영화는 점차 내밀한 설계도를 펼쳐 보이며 서사적 속도감은 유지한 채 시각과 정보의 밀도를 팽창시키며 영화의 세계관을 확장시켜 나간다. 입구와 출구의 위치는 정확하며 구조는 입체적이되 경제적인 동선을 보유한 내러티브와 경이적인 인테리어를 보는 것마냥 발견에 가까운 영상들이 곳곳에서 자리한 <인셉션>은 분명 하나의 전형으로 남을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인셉션>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라는 작가의 뇌구조라도 열어보고 싶게 만들 만큼, 어느 작가의 머리 속에 담긴 의식과 무의식의 싸움이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다.
(beyond 민용준 기자)

기억과 무의식,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원한 화두다. 꿈이라는 가상공간에서 기억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셉션>은 너무나도 ‘놀란’스러운 영화다. 무엇보다도 ‘꿈’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완벽하게 창조해내는 능력은 경탄스럽다. 새로운 이야기라서 놀라운 게 아니라, 익숙한 이야기마저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상상력이 놀라운 영화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동시대의 가장 지적인 대중영화 감독임을 다시금 증명해냈다.
(조이씨네 장병호 기자)

2010년 7월 13일 화요일 | 글_김도형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