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섬에서 남편과 이웃에게 학대받으며 살던 김복남이 딸을 잃은 후, 복수에 나선다는 잔혹 스릴러다. 칸국제영화제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평을 받은 영화답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극장안은 환호와 한숨이 뒤섞여 나왔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의 여자 버전쯤 될 것 같다.
● 한마디
솔직히 중간까지, 답답하고 불편했다. 남자들의 성 노리개로 전락한, 여성차별주의자들에게 억압당한, 그리고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여자 김복남. 박복하기 그지없는 이 여자의 삶을 묵묵히 지켜보기란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중반을 지나 억눌려 살던 복남의 복수가 시작되면서 영화는 차츰 리듬을 탄다. 고어와 슬래셔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가, 풍자와 유머가 끼어드는 타이밍도 적절하다. 피칠갑이 난무하는 복남의 살해 수위가 너무 높아 거북할 관객도 있겠지만,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관객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지수만 놓고 본다면, 최근 영화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의 쾌감을 뛰어 넘는다. 무릇, 복수란 이렇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무비스트 정시우 기자)
요즘은 피칠갑(‘된장칠갑’도 추가) 영화가 대세인 모양이다. 세상이 그만큼 박복해진 것도 같고, 사람만큼 무서운 게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도 한다.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기라도 하듯 잔혹하지만 나름 시원 통쾌한 복수를 펼치는 ‘김복남’의 행동은 마치 <아저씨>의 통쾌함과 <악마를 보았다>의 잔인한을 두루 갖춘 듯하다. 전반부의 답답함(특히 여성 관객이라면 억장이 무너질)을 후반의 화끈함으로 날려버리긴 하지만, 세상이 점점 잔혹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무비스트 김도형 기자)
2010년 8월 18일 수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