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피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엉클 분미>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 죽을날이 얼마 남지 않은 엉클 분미가 오래전에 죽었던 아내의 영혼, 실종되어 원숭이로 변한 아들과 함께 마지막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글무비라 일컬은 아피차퐁 위라세타쿤의 전작처럼 <엉클 분미>도 정글에서 시작을 알렸다. 영화는 감독이 예전부터 관심을 두었던 영혼이나 환생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보여줬다. 또한 아직도 정치사회적으로 압박이 강한 태국 북부 마을을 배경으로 현실적인 문제점도 전작보다 강도 높게 표현했다.
시사가 끝나고 시작한 기자간담회에서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서 <엉클 분미>가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기쁘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엉클 분미>는 예술 프로젝트와 장편 영화 프로젝트를 합쳐 창작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며 “예전에 살았던 동네 근처 수도원에 머물던 수도승이 쓴 책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이다”라고 간단히 영화에 대한 소개를 했다.
이번 영화는 감독의 전작보다 태국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드러낸다. 이에 대해 감독은 “극중 동물 같은 원숭이 유령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다시 숲으로 돌아간다”며 “이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찾아간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은유적으로 다룬 장면이다”고 말했다. 곧바로 “그 마을에는 공산주의자들의 억압을 통한 폭력의 역사가 있었고, 정부가 몰살하려 하자 정치적으로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숲으로 도망쳤다”는 일화를 덧붙였다.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영화는 작품성이 높은 반면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엉클 분미>도 일반 대중들이 다가가기 쉬운 영화는 아니다. 대중적이거나 조금더 쉬운 영화를 만들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감독은 “요즘 할리우드 영화는 2시간 동안 관객들을 깨어있게 하기 위해 플롯이 굉장히 복잡하다”며 “그 반면 나의 영화는 촌스럽지만 전통적인 형식을 토대로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 다만 다음 영화는 분명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고 답했다.
CinDi 영화제는 24일까지 CGV 압구정에서 열리며, 오는 21일 <엉클 분미> 상영과 함께 아피차퐁 위라세타쿤 CinDi 클래스도 가질 예정이다.
● 한마디
아피차퐁 감독의 영화는 어렵다. 하지만 흥미롭다. <엉클 분미>를 그만의 매력을 꼭 경험해 보시길!
2010년 8월 20일 금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