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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에 완성된 사랑 (오락성 5 작품성 7)
노라 없는 5일 |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 정시우 기자 이메일

빈 식탁 위에 하나 둘 놓여 지는 고급 접시와 유리잔들. 10인분의 빈 접시가 완벽하게 세팅되면, 접시를 나르던 손길의 주인공 노라(실비아 마리스칼)가 망원경을 통해 누군가를 바라보는 모습이 드러난다. 그녀의 눈길이 머무는 곳은 맞은 편 아파트에 사는 이혼한 전 남편 호세(페르난도 루한)다. 한참 남편을 바라보던 노라는, 다시 음식을 준비하고, 사진과 편지 등 과거소지품들을 정리한다. 노라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노라 없는 5일>에서 (숨쉬는)노라를 볼 수 있는 건, 딱 여기까지다. 이후 영화는 노라 없는 5일. 그러니까 식탁 의자를 채울 손님맞이 준비를 해 놓고 세상을 등진 노라의 장례식까지의 5일을 담는다.(우리 식으로 하면 5일장의 풍경쯤 되겠다.)

오프닝이 끝나면, 이런 의문이 든다. 노라가 왜 죽었을까. 그 때쯤 영화는 의외의 정보를 과거 회상씬을 통해 보여준다. 사랑에 빠져 있는 젊은 시절의 노라와 호세. 호세는 노라에게 말한다. “제발, 자살 하지 마” 이를 통해 영화는 노라의 죽음이 아주 오랜 과거에서부터 예고돼 온 것임을, 그리고 그것이 두 사람의 이혼에 결정적인 사유가 됐음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 영화는 또 하나의 의문을 남긴다. 그렇게 해서 이혼한 부부가 왜 20년 동안 맞은편 아파트에서 살았는가. 영화의 핵심은, 그리고 노라와 호세가 미처 몰랐던 비밀은 여기에 있다. 처음 죽은 노라를 발견한 호세는 덤덤하다. 하지만 죽음을 알리기 위해 택배를 자신에게 배달시키고, 사람을 모으고, 만찬을 마련하는 등 이 모든 것들이 노라의 계획 하에 벌어진 일임을 알게 되면서 분노하기 시작한다. 이에 아들 루벤(아리 브릭맨)과 노라의 친구 파비아나(안젤리나 펠라에즈)에게 남겨진 유언장을 숨기고, 친구이자 노라의 정신과 주치의인 알베르토(후안 카를로스 콜롭보)를 아내의 정부로 의심하며 몰아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노라가 남기는 배려였음을 인정하면서 호세는 증오인 줄 알았던 노라에 대한 마음이 미련이었음을, 그리고 사랑이었음을 뒤 늦게 깨닫는다.

영화의 마지막, 장례를 무사히 마친 가족들은 노라가 세팅해 둔 테이블에 둘러 앉아 만찬을 즐긴다. 이 때 발견 되는 비어 있는 단 하나의 의자. 바로 노라의 빈자리다. 죽음을 꿈꾸는 자신으로 인해 해체됐던 가족을, 결국 죽음으로 다시 불러 모은 노라. 그 빈자리가 외로워 보이지 않은 이유다. 영화는 33살의 멕시코 감독 마리아나 체닐로의 자전적 작품이다. 신인인 감독은 이 영화로 31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2010년 10월 18일 월요일 | 글_정시우 기자(무비스트)    




-노라의 선견지명(?), 놀랍다. 독특한 시나리오.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없던 가족애도 생기겠는걸.
-잔잔하고, 잔잔하고 또 잔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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