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에 4분, 버스요금은 2시간, 스포츠카 한 대에 59년…. 시간이 화폐 가치를 지니며 자연스레 유통되는 세상에는 젊음까지도 유지된다. 모든 사람은 25세 이후 노화의 진행이 멈추며, 이후의 삶은 자신이 소유한 시간에 따라 영위할 수 있다. 그런 세상에 윌(저스틴 팀버레이크)이 산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그는 언제 시간이 다해 죽게 될지 몰라 늘 팔뚝을 들여다보며 노심초사한다. 그러던 그는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재벌에게 100여 년의 시간을 양도 받고, 시간 유통 시스템의 진실을 알게 된다. 이후 윌은 불공정한 시간 제도를 지닌 세상을 바꿀 결심을 하고, 부촌인 뉴 그리니치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백만 시간을 소유한 재벌 와이즈 집안의 딸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만난다.
<인 타임>의 세계에선 시간이 화폐를 대체한다. 화폐가 없어진 게 아니라, 시간으로 대체된 것이기에 빈부의 격차는 여전하다. 아니 더 심하다. 시간이 돈이기도 하지만, 목숨과 직결되는 탓이다. 누가 시간은 만인에게 공평하다고 했던가. <인 타임> 속 사회는 25세 이후부터는 인간 생명이 각자가 지닌 시간에 비례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가난한 이는 일찍 죽고 부자는 오래 산다. 시간의 소유에 따라 삶의 구역도 나뉘며, 각 구역마다 사람들의 행동양식도 차이가 난다. 이처럼 영화는 목숨까지도 시간(돈)으로 거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화폐 수단이 무엇이 됐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계급 차가 생기고 빈익빈 부익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 시켜준다. 계급사회를 묘사했다는 점에서, 영화는 유전자에 따라 삶이 결정되는 미래사회를 그린 감독의 전작 <가타카>와 맥락이 닿는다. <인 타임>은 상반된 계급을 대표하는 인물로 빈민가 출신의 남성 윌과 재벌가 가문의 딸 실비아를 등장시킨다. 둘의 로맨스 코드가 추가되며 영화는 마치 <로미오와 줄리엣> SF 버전 같은 인상까지 준다.
<인 타임>. 한정된 시간을 뜻하는 제목처럼, 영화는 신이 아니기에 유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이 그 한계를 불공정한 시스템으로 극복했을 때 벌어지는 폐단을 그린다. 흥미로운 건 그 그림이 지금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영화가 신선하게 다가오는 건 ‘시간=목숨=돈’이라는 기발한 설정을, 상상력이 덧입혀진 SF 장르로 풀어낸 까닭이다. 그러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케 하는 젊은 남녀가 사회 시스템에 불만을 품고 강도형식을 빌어 자선활동을 펼친다는 이야기는, 부분 부분 어딘가에서 차용한 듯한 인상을 풍긴다. 이야기 전개가, 설정의 새로움을 뛰어넘지 못한 점이 아쉽다.
2011년 10월 27일 목요일 | 글_유다연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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