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정부는 갈등하고 세계는 갈채를 보내다.
[햇빛 쏟아지던 날들]로 국내 팬들에게도 이미 낯이 익은 지앙 웬 감독의 신작 [귀신이 온다]가 10월 26일 국내 전격 개봉된다.
중국영화사상 초유의 물량과 지앙 웬 감독 특유의 공력이 만들어 낸 [귀신이 온다]는 제작 이후 검열문제로 인한 중국정부와의 끊임없는 마찰 속에서도 세계 유수 영화제들의 환호를 받은 작품.
특히 지난 2000년 칸느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에 해당하는 그랑프리상을 수상함으로써 ‘중국영화, 그 내공의 힘’을 세계에 다시 한 번 과시했고, 같은 해 부산 국제영화제에서도 ‘아시아의 창’ 부문에 출품되어 관객의 유례없는 기립박수 세례를 받기도 했다.
누구도 예측치 못한 폭소와 전율의 변주곡.
일본군의 점령하에 있는 중국 변방의 한 마을에 한밤중에 의문의 사람들이 나타나 자루 두 개를 맡기고 사라진다. 자루 속에는 살아 있는 일본군 포로 둘이 들어 있고 5일 동안 이 물건들을 맡아 줄 것을 명령받은 마다산(지앙 웬 분)과 마을 사람들은 틈만 나면 ‘귀신’처럼 돌아다니는 일본군의 감시 속에서 극적으로 5일을 버텨 내지만 약속한 그 날 아무도 오지 않는다. 마다산과 마을 사람들, 두 포로들… 그들의 서로 살기 위한 예측불허의 대소동이 시작되는데…
이 영화의 매력은 영화 초반 엉뚱한 마을 사람들과 일본군들이 보여주는 해학적인 에피소드와 그들의 ‘귀신’에 대한 공포심이 더해 갈수록 보는 이들의 폭소를 자아내는 드라마의 힘.
그러나 중반부를 지나 충격적인 반전으로 치닫는 후반부는 마치 폭풍처럼 격렬하게 관객을 빨아 들여 함께 전율하게 한다.
특히 마지막 단 한 번 컬러로 변하는 라스트 씬의 절정은 [귀신이 온다]를 통해 지앙 웬이 선사하는 영화사상 초유의 명장면인 것.
강렬한 콘트라스트의 흑백영상, 대중성과 작품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낸 수작.
흑백영화임에도 장면장면마다의 색을 떠올리게 하는 강한 콘트라스트가 돋보이는 화면구성과 리얼한 현장감을 더하는 들고찍기 기법까지 사용하고 있는 [귀신이 온다]는 그 내용과 영상미의 힘에서 기존 중국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그대로 뒤흔들고 만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관통해 낸 영화 [귀신이 온다]는 오랜만에 만나는 ‘중국영화의 수작’으로서 최근 가벼운 영화들의 흥행으로 ‘좋은 영화’에 허기진 관객들의 영화적 욕구를 한껏 채워줄 반가운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