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웅할거(群雄割據)의 스크린을 점령하기 위해 고수가 달려온다. 베일에 둘러싸인 그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지난 1년간 세속을 떠나있었다는 것. 몰려들어오는 돈과 명예도 마다 하고, 스크린이란 무림에서 제1 실력자가 되기 위해 무공을 닦았다는 것이다.
장혁. SBS TV 드라마 '왕룽의 대지'로, 가수로 안방극장에서 한참 인기몰이를 하던 중 '화산고'(김태균 감독-싸이더스 제작)를 향해 떠났다.
"데뷔하기도 전부터 승재형(싸이더스의 차승재 대표)이랑 굳 은 약속을 했었어요. 나중에 좋은 영화 한편을 꼭 같이 하자고."
8일 개봉을 앞두고 그에게 쏠리는 시선은 만만치 않다. 영화라고는 '짱'과 '공중화장실' 두 편이 고작인데, 대어의 탄생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다.
순수제작비 45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화산고'는 화산고라는 이름의 학교를 배경으로 고수들의 대결을 그린 학원 무협영화. 장혁이 맡은 경수란 인물은 우연히 벼락을 맞아 뛰어난 내공을 지니게 된 고수로, 학교는 물론 세상를 장악하려는 역도부 주장 장량(김수로) 등과 대결을 펼친다.
장혁은 '화산고'에서 새로운 한국형 와이어액션을 보여준다. 공중으로 솟구치는 초능력으로 대나무 숲을 날고, 360도 공중제비돌기를 하기도. 특히 손바닥의 기로 물기둥을 만드는 장면 등은 '매트릭스'에서도 맛보지 못했던 시각적 쾌감을 안겨준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무협지 한 편을 보는 듯했어요. 빨려들어가는 것 같더라구요. 무협만화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경수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테크노마트에 가서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을 보며 표정 연구를 했죠."
2000년 8월 31일 크랭크 인 후 학교 세트가 지어진 전라도 도양에선 석달 넘게 살기도 했다. 60% 이상을 차지하는 와이어 액션신때문에 온 몸에 줄 매달고 밤을 새우길 수십번. 특수제작된 의상위에 교복 입고 비맞고 밤을 새우다보면 온 몸이 몽둥이로 맞은 것 처럼 욱신욱신. 새벽 촬영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스태프들과 근처 삼겹살집에 모여 술잔을 기울였다. 촬영 시작 전엔 소주 두잔이면 '알딸딸'했는데, 지금은 두병 반쯤은 끄떡도 없다.
"TV 연예가 프로그램에서 '화산고' 촬영 현장을 본 어머니가 한약을 소포로 부쳐주시더군요. 저도 메이킹 필름을 보면 지금도 눈물이 나와요."
그러나 고생은 지나고 나니 이젠 추억이 됐다. 지난 5일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제작진만 참여한 가운데 기술시사회를 가졌는데,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온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새벽 1시에 시사회가 끝나고 근처 설렁탕집으로 향하는데. 진한 소주 한잔 생각이 나더라고.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루는 것 처럼 조금씩 자신의 캐릭터를 살찌워가고 싶다는 장혁.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즐기는 기분으로 '화산고'를 봐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자료제공 : 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