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물숨>은 제주도의 작은 섬 우도에서 한평생 바다와 함께 물질을 하며 살아가는 해녀들을 7년 동안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연출을 맡은 고희영 감독은 ‘그것이 알고싶다’의 작가로, 독립 PD로 오랜 시간 활동해왔다. ‘물숨’이란 해녀들의 금기어로 욕망을 다스리지 못해 숨이 넘어가는 순간 먹게 되는 숨을 말한다.
한편 <물숨>에는 ‘모래시계’의 송지나 작가와 제일교포 피아니스트 양방언 음악감독이, 홍보 영상에는 배우 채시라가 나레이션으로 각각 재능기부로 참여했다.
아래는 고희영 감독과의 일문일단
Q. 고향 제주도로 돌아가 <물숨>을 제작하게 된 동기는.
A. 젊은 날 제주도가 참 싫었고 탈출하고 싶었다. 제작 동기를 얘기하자면 내가 원래 신파를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신파가 된다. 오랜 시간 ‘그것이 알고 싶다’의 작가로 또 독립 PD로 일했다. 노동 강도가 센 시사프로를 한 탓일까 40살에 암 진단을 받았다. 항암치료를 받다보니 문득 고향 바다가 그립더라. 그래서 찾아간 제주도에서 해녀들을 만났다. 물론 어릴 적 그렇게 많이 보던 분들이다. 하지만 항암 주사를 맞고 나서 찾아간 바다에서 비로소 그 모습이 가슴에 들어오더라. 아마 그 당시 나 스스로는 죽음이 두려웠던 거 같다. 그렇기에 매일같이 죽음의 위험에 맞서 바다에 나가는 그분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다.
Q. 작가 송지나와 음악감독 양방언이 참여하게 된 계기는.
A. 송지나 선배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1기 작가며, 개인적으로 멘토같은 선배다. <물숨>을 처음 시작할 때 ‘한 5년 정도 걸릴 것 같으니, 5년 후 구성과 원고를 써달라’ 고 찾아갔다. 막상 7년 후 찾아가니 깜짝 놀라면서도 그 바쁜 와중에 흔쾌히 해주시더라. 양방언 선생님은 아주 우연히 그분의 음악을 듣게 됐는데 음악 속에서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그 점이 참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그분의 아버님 고향이 제주도더라.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한국에 올 때마다 그 분의 사무실을 찾아가서 음악을 부탁하니 결국엔 이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셨다.
Q. 촬영하면서 어려웠던 점.
A. 내가 제주출신이다 보니 사실 수월하게 촬영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착각이더라. 해녀의 기원이라는 설도 있고, 또 가장 센 해녀들이 살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어서 우도를 선택했는데, 처음에는 문전박대가 기본이었다. 도중에 포기해야하나 싶었는데 제주도 출신인 내가 못하면 누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오기와 사명감이 들더라. 우도에는 빵집이 없다. 보리빵을 사서 내가 쫓겨났던 집을 하나씩 방문하면서 친해지기 시작했다. 첫 2년은 카메라 촬영을 할 수 없었다.
Q. 긴 시간 촬영에 돌아가신 분도 계시다보니 감정적으로 많이 힘들었을 듯하다.
A. 고창선 할머니는 내가 처음 만난 분이고 각별한 의미가 있는 분이다. 촬영하면서 네 분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사실 무덤이 될 수 있는 바다임에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보니 그 분들은 바다에서 죽음을 맞는 걸 어떻게 보면 하나의 명예로 생각하시더라. 당신이 좋아하는 곳에서 당신의 마지막을 마무리한다고 느꼈다.
Q.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진행사항은.
A. 11월에 결정되는데 낙관적이라 들었다. 내가 얼마 전 아주 슬픈 지도를 하나 봤다. 뭐냐면 유네스코 유산으로 등재가 됐는데 보존을 못하고 사라진 유산은 주황색으로 색이 칠해져있더라. 내가 촬영을 하면서 많은 해녀들이 돌아가셨지만 새롭게 해녀가 된 사람은 몇 명 없다. <물숨>이 유네스코 등재에 앞서 우리 마음에 먼저 등재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Q. 타이틀을 ‘물숨’으로 정한 이유.
A. 제목을 정한 건 촬영 시작하고 4년 정도 시간이 흐른 때다. 해녀들이 숨 쉴 때 내는 소리인 ‘숨비소리’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물숨’은 모르는 분들이 많더라. ‘물숨’에서 욕망에 가득 찼던 나의 바다를 발견했기에 타이틀로 정했다.
7년 촬영과 2년의 후반작업, 많은 이들의 재능기부로 완성된 다큐멘터리 <물숨>은 오는 9월 29일 개봉 예정이다.
● 한마디
- 생생한 우도 바다 속에서 욕심을 끊고 욕망을 다스리는 것을 배우는 겸허한 81분
(오락성 7 작품성 8 )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16년 9월 20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eyoung@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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