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중학교 2학년 소녀가 경험하는 인간관계와 상실을 묘사하며 전 세계 영화제 25관왕에 오른 성장 영화 <벌새>(제작: 에피파니, 매스 오너먼트)가 14일(수)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시사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에는 김보라 감독, 배우 박지후, 김새벽이 참석했다.

<벌새>는 1994년 중학교 2학년이던 ‘은희’(김보라)가 가족과 친구 사이에서 경험하는 사건과 감정을 섬세한 시야로 관찰한다. 가족 내 차별과 억압, 친구 사이의 호감과 실망, 좋아하는 선생님 ‘영지’(김새벽)와의 만남과 이별 등이 중첩되며 ‘은희’는 거대하고 복잡한 세계와 마주한다.

성수대교가 붕괴하던 1994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아이도 어른도 아닌 중학교 2학년 소녀의 역사에 지극히 한국적인 비극을 조화시킨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네레이션 14+ 대상을 포함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제44회 서울독립영화제, 제18회 트라이베카국제영화제 등에서 수상하며 전 세계 25관왕에 올랐다.

연출을 맡은 김보라 감독은 “1994년 14살이던 소녀 ‘은희’의 여러 가지 관계와 그 시절 공기를 담아내고 싶었다. 마치 뿌리가 뽑힌 것처럼 부유하던 미국 대학원 유학 시절 꾼 꿈에서 시작한 이야기다. 내 기억 속에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는 말이나 경험을 더해가며 2013년 시나리오 형태로 탄생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에서 성수대교 붕괴사건을 다룬 김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난 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기를 굉장히 열망했다. 서구로부터 우리를 인정받고자 하는 거대한 열망 속에서 다리가 물리적으로 붕괴하고, 그것이 영화 안에서 ‘은희’가 계속해서 경험하는 관계의 붕괴에 맞닿아 있는 것 같아 그 해를 배경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제목 <벌새>에 관해서는 “1초에 평균 80번 이상 날갯짓을 하며 꿀을 찾아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제일 작은 ‘벌새’는 희망, 사랑, 생명력을 의미한다. ‘은희’가 포기하지 않고 사람들과 사랑하고, 또 제대로 사랑받으려는 여정을 계속해서 가는 모습이 ‘벌새’와 닮아 지었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보라 감독, 배우 박지후, 김새벽

또 “영화제를 다니며 많은 환대를 받았고 영화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한 김 감독은 “<캐빈에 대하여>(2011)를 연출한 린 램지 감독을 만났을 때는 마치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것처럼 손도 놓지 않고 포옹도 오래 했다”며 웃었다.

이어 영화에 대한 평가로 “유년 시절의 상처라는 원형적인 감정을 건드리면서도 한국의 구체적인 서사를 다루는 점이 좋았다는 표현이나 ‘시적이고 우아하다’는 형용사가 좋았다”고 말했다.

‘은희’를 연기한 박지후는 “사랑한다는 말을 삐삐 486으로 표현하는 것 빼고는 내 또래 평범한 학생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물이 ‘은희’”라며 웃었다.

박지후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고, 후배 앞에서는 센 언니가 되고 싶고, 친구랑 노는 걸 좋아하는 ‘은희’는 마음 한구석에 사랑받고 싶어하는 마음이나 쓸쓸함이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 친구, 이성 관계 모두 10대 사춘기 소녀인 나와 비슷해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시나리오에 ‘오징어 춤을 춘다’는 설명을 보고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이 새하얘진 적도 있지만, 그동안 쌓아온 감정을 표출하자는 생각으로 몸부림치듯 연기해 다행히 ‘오케이’를 받았다. 내 속의 틀을 깬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한자를 가르치는 ‘영지 선생님’역의 김새벽은 “’은희’를 소녀가 아닌 한 사람이자 인간으로 대하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벌새>는 8월 29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 어릴 적 천진난만함은 이미 잃어버렸지만, 사람 사이에서 오는 낯선 경험은 여전히 상처가 되는 연약한 시기. 아이도, 어른도 아닌 중학교 2학년 소녀가 경험하는 관계와 상실을 묘사하는 시야가 대단히 깊고 섬세하다. 1994년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을 덧입혀 집단의 공감을 끌어내는 데도 성공한다. 무엇보다, 많은 것들이 비관적일지라도 ‘의지로 낙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제법 잘 어울리는 강력한 성장 영화.
(오락성 6 작품성 8)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19년 8월 16일 금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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