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 박꽃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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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사별한 지 12년이 지나도록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독립을 간절히 원하는 딸.
모녀의 현실적인 삶과 고민을 다룬 한태의 감독의 다큐멘터리 <웰컴 투 X-월드>가 21일(수)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열고 영화 이야기를 전했다.
<웰컴 투 X-월드>는 딸 한태의 감독 입장에서 본 엄마 최미경 씨의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딸은 오래전 사별하고도 딸인 자신이 성인이 되도록 시아버지의 아침을 차리고 집안의 제사를 지내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는다. 엄마는 딸의 불만을 알면서도 며느리의 ‘도리’에 대해 고민한다.
젊은 딸의 시선으로 50대 엄마를 바라보는 유쾌한 접근으로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시선상, 제17회 EBS국제다큐영화제 아시아대상을 받았다.
한태의 감독은 “20년을 함께 살아온 엄마지만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 신기하고 궁금했다. 엄마는 왜 가족을 저렇게 챙기고 자기를 희생하는 건지 알고 싶었다”고 연출 시작점을 전했다.
또 “할아버지가 (이제는) 따로 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걸 알게 되고, 우리(모녀)가 이사를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 이야기를 다큐멘터리로 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모녀의 지난 사정과 현재를 들려주던 영화는 새집을 알아보고, 대출을 상담하는 등 두 사람의 독립 과정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엄마 최미경 씨는 새로운 변화 앞에서 설레지만 종종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낯선 환경에 두려움도 느낀다.
엄마 최미경 씨는 “태의가 영상 연습을 하는 거라고 생각하니 촬영 부담은 없었지만, 오히려 태의 아빠의 사고 사실을 잘 모르는 친구들에게 이 영화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힘들었다. 그동안 어떻게 내색도 안 했느냐며 서운하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서는 힘든 시간을 강하게 잘 살아낸 것 같다고 용기를 주더라. 너무 감사했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이사 이후의 삶에 관해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 않아도 돼서 시간이 많아졌다. 친구를 만나고 늦게 들어가도 돼 마음이 편할 때도 있다. 그동안 태의랑 같이 자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내 집 내 방이 생기니 그것도 나름 괜찮더라”며 웃었다.
영화는 누군가의 ‘며느리’이자 ‘엄마’이던 최미경 씨가 독립 이후 자전거를 배우고, 바리스타의 꿈을 이야기하면서 결말을 맞는다.
한태의 감독은 “엄마가 시가 식구를 돌보거나 가족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혼을 하면 여성의 삶은 끝이 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찍고 나니 엄마가 결혼 생활을 통해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얻었고, 그 과정이 지금의 엄마를 만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또 “엄마가 다른 사람을 그렇게 챙길 수 있었던 건 내적으로 강인하고 풍요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전했다.
<웰컴 투 X-월드>는 10월 29일(목) 개봉한다.
● 한마디
자신을 믿고 새로운 삶으로 한 발자국 내디딘 엄마 최미경 씨에게 경의를. 엄마의 여정에 보폭을 맞춰 함께 걷고자 한 딸 한태의 감독에게 지지를.
(오락성 7 작품성 7)
(무비스트 박꽃 기자)
2020년 10월 22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got.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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