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나홍진 감독은 현장에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현지 화상 연결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랑종>은 태국의 샤머니즘을 소재로 한 공포 영화다.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을 페이크 다큐 형식으로 그려냈다. 나홍진 감독이 원안을 쓰고, 태국의 유명 공포 영화 <셔터>와 <샴> 등을 연출한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각색 및 연출했다.
딸에게 빙의된 악령, 그를 쫓아내기 위한 무당들의 굿판과 신과 악마의 모호한 경계까지 <랑종>의 첫인상은 <곡성>과 많이 닮아 있다. 이에 대해 나홍진 감독은 “나나 반종 감독님이나 둘 다 <랑종>이 <곡성>과 흡사해지는 걸 전혀 원치 않았다. 원안을 쓰고 나니 무속을 담는 장면들이 많더라. 그러다보니 <곡성>과 비슷한 느낌이 날 수는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곳을 배경으로 해야 <곡성>과 차별화될 것 같았다. 고민하던 찰나 5년 전 영화제를 통해 만났던 반종 감독님이 바로 생각났다. 아마 반종 감독님이 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면 그 나라에서 촬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연출을 맡은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5년 전 우연히 나홍진 감독과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추격자>를 보고 그의 팬이 됐는데, 그래서 나 감독과 같이 일한다는 사실에 굉장히 흥분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동안 공포영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장르의 작품을 십여 년 간 해왔는데, 이번 작품의 원안을 받았을 때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종류의 영화라 당연히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연출을 맡은 이유를 밝혔다.
영화는 근친상간이나 식인행위, 반려 동물을 해치는 등 각종 금기를 건들며 불편함을 일으킨다. 이에 대해 반종 감독은 “수위에 관해선 나감독과 의견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내용과 무관한 선정적인 장면은 넣지 않았고 수위 또한 스토리에 맞춰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나 감독은 "반종 감독은 더 높은 수위를 원했지만 상의 후에 수위를 낮춘 것이다. 영화를 보면 아시겠지만 수위가 그렇게 높지 않다. 만약 내가 반종 감독에게 동의했다면 상영이 안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랑종>은 오는 14일(수)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 한마디
박꽃 기자: 조금은 평이한 빙의 미스터리로 시작해 극한 퇴마 과정까지 몰아붙인다. 테마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우직함만큼은 확실 (오락성 6 작품성7)
이금용 기자: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의 개성은 흐려지고 나홍진 감독의 색채가 그 자리를 대체한 작품. <곡성>에서 그러했 듯 믿음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오는 인간의 나약함과 불안함이 공포를 형성하고, 여기에 축축하고 음산한 태국 분위기가 더해졌다. (오락성 7 작품성7)
박은영 기자: 나홍진과 반종 피산다나쿤 고유의 색은 옅어진 인상에 시너지는 애매하나 빙의/퇴마물의 새로운 레퍼런스로 자리매김될 만하다. 특히 영화가 품은 샤머니즘과 토테미즘은 여타 구마/퇴마 영화와 다른 결을 제시하는 포인트다. (오락성 6 작품성8)
사진제공_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