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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도 멈출 수 없다 (오락성 6 작품성 7)
아버지의 길 | 2021년 9월 28일 화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스르단 고르보비치
배우: 고란 보그단
장르: 드라마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시간: 120분
개봉: 9월 30일

간단평

세르비아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니콜라’(고란 보그단)는 실직 후 일용직을 전전하며 가족의 생계를 꾸려가던 중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다. 배고픔에 지친 아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니콜라의 전 직장을 찾아가서 밀린 월급과 약속한 퇴직금을 요구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것. 아내는 다행히 회복 중이나 엄마의 행동을 옆에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사회복지과에 의해 부모와 격리된다.

실업과 가난, 부패한 관리와 관료주의, 기능 상실한 사회안전망 등 <아버지의 길> 속 현실은 21세기라고 하기에는 간극이 큰 광경이나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제임은 분명하다. 아이들과 강제로 격리된 아버지는 그들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살기 위해 집의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끊어진 전기와 수도를 연결하는 등 자기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아동의 행복권’을 이유로 복지당국에 의해 거부당하고, 진정서를 내기 위해 300킬로 떨어진 수도 베오그라드를 향해 걸어가기에 이른다.

애당초 복지장관은 아이들을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아이를 위탁가정에 맡길 경우 아이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중 일부를 상납받기 때문. 노상에서 자고 배고픔에 배를 움켜쥐며 도착한 베오그라드에서 만난 차관 역시 ‘니콜라’를 진심으로 도와줄 요량은 아니었다. ‘아이를 뺏기고 300킬로를 걸어온 아버지’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니콜라의 호소를 듣고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탄원서를 써준 후 함께 찍은 사진을 남기는 게 목적이었을 뿐. 개인이 노력해서 가난한 현실을, 사회시스템을, 망가진 경제를 구제할 수 있을까. <아버지의 길>은 출구없는 상황 속에서 걸을 수밖에 없는 니콜라의 현실을 통해 관객에게 이같은 난제를 던지며 막막함을 안기는 작품이다. 절제된 대사와 별다른 설명없이 사실적으로 묘사한 아버지의 상황 자체만으로도 극에 몰입하게 하는 힘 있는 드라마로, 영화가 공개된 후 세르비아 내에서 논쟁을 일으켰다고 알려졌다. 첫 장편 <빗나간 과녁>(2001)을 시작으로 < Stiches >(2019)까지 세르비아 현실을 날카롭게 담아온 스르단 고르보비치 감독이 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다.


2021년 9월 28일 화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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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아버지 ‘니콜라’와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친구들.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도 기꺼이 도와주는 모습에 훈훈하다가도 불쑥 껴드는 가난의 얼굴
-거의 혼자 극을 이끌다시피 하는 ‘니콜라’역의 고란 보그단의 절제된 감정연기, 특히 엔딩 즈음에 주목~
-세르비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낯선 언어와 풍경, 배우 등에 거리감을 느낄 수도. 익숙한 영어권의 영화를 선호한다면
-아버지의 길? 부정한 관료와 사회시스템에 맞서 적극적으로 시위하는 아버지를 혹시라도 기대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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