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카자흐스탄 100%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한 영화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이하 <쓰리>)가 관객을 찾는다.
1970년대 후반 소련의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여성의 목을 자르는 연쇄살인범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스릴러로 실화를 모티브로 한다. 베테랑 수사관 ‘스네기레프’(이고르 사보치킨)와 신입 ‘셰르’가 살인범의 정체를 좁혀 나가던 중 셰르의 누나 ‘디나’(사말 예슬라모바)가 행방불명이 된다.
13일 오전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박루슬란 감독은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와 어른이 되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이야길 구성했다”며 “(연쇄살인범이) 정신병원에 생존해 있다는 데 충격받았고, 어떤 감정이 벅차올라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실존 인물과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했다.
카자흐스탄과의 합작에 관해서는 “올로케이션으로 촬영하고 현지 배우들이 참여했지만, 헤드 스태프를 비롯하여 주요 제작진은 한국인이었다. 낯선 곳이지만, 현지 스태프와 조인하여 무사히 잘 촬영했다”면서 “순발력과 적응력이 좋은” 한국 스태프 덕분이라고 말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공부한 박 감독은 주연, 각본, 연출한 <하나안>으로 데뷔했다. 우즈베키스탄 한국계 청년의 이야길 다룬 <하나안>(2012)으로 고려인 최초로 로카르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주목받았다.
감독은 “소련이 붕괴된 후 젊은 세대는 꿈이 없었고,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어학을 공부하러 온 한국에서 다양한 꿈을 지닌 내 또래를 만났고 그들을 보며 영화를 향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말했다.
<쓰리>를 통해 “비록 완벽한 세상에서 살진 않아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지키고자 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시스템과 국가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하진 않았다”고 의도를 밝혔다.
이어, “카자흐스탄의 영화 시장은 돈이 될 만한 영화만 만들다 보니 장르가 다양하지 못하다. 그런데도 <쓰리>를 새롭게 봐줬고, 함께한 배우들도 한국을 몹시 방문하고 싶어 하나 코로나로 인해 못 들어오고 있다”고 현지 개봉 후의 반응을 전했다.
영화를 풀어나간 방향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잔인한 장면을 선호하지 않는 데다 스릴러보다는 드라마 위주로 푸는 것이 흥미롭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비주얼 이펙트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40년 전 구소련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미술과 소품에 신경 쓰면서 세트를 완전히 새롭게 지었다”고 전한 감독은 “대사에 요즘에는 잘 안 쓰는 단어를 사용하여 시대감을 살렸다”고 했다.
주연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2019), <아이카>(2021)를 통해 세계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한 사말 예슬라모바는 주인공의 누나 ‘디나’로 출연한다.
감독은 “비록 제작비는 적었지만, 캐스팅에 욕심이 많았다. 덕분에 각국에서 유명한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었다”며 “사말은 굉장히 바쁜 분이라 섭외가 쉽지 않았지만, 와중에 시간을 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마지막으로 “100% 한국영화지만, 배경과 배우진 그리고 보편적인 장르적 화법을 따르지 않아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이런 영화에도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며 영화를 볼 때는 ‘영화 자체’로 봐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했다. 2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다.
● 한마디
낯섦의 섬뜩한, 날 것 그대로의 스릴러
(오락성 6 작품성 6)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2022년 4월 15일 금요일 | 글 박은영 기자(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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