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끔찍한 악몽을 재현한 듯 기괴한 비주얼! <매드 갓>은 7일(목) 개막하는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된 작품으로 8일(금)부터 17일(일)까지 웨이브(wavve)에서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스페이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시리즈 <스타워즈> 속 상징적인 크리쳐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쥬라기 공원>의 공룡과 거대한 곤충에 이르기까지 시각효과 역사상 중요한 이정표들에는 필 티펫이 존재했다. 시각효과의 거장 필 티펫 감독이 연출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매드 갓>은 30년에 걸친 그의 애정과 노동이 담긴 결실이다.
어두컴컴한 허공에 울려 퍼지는 공습 경보, 끊이지 않는 폭발과 포격,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 한가운데 떨어진 벙커로 한 인간이 들어간다.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곳은 지옥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기묘한 공간이다. 인간이 사냥 당하고 괴수끼리 먹고 먹히는 아비규환의 세계에서 남자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매드 갓>에는 거창한 스토리가 없다. 지옥을 탐험하는 한 인간의 시선을 통해 필 티펫 감독이 오랫동안 상상해온 지옥도를 보여줄뿐이다. 대사 한 줄 없이 충격적인 비주얼과 음향만으로 완성된 영화는 악몽 같은 포스트 묵시록 세계를 생생하게 제시한다. 극중 묘사되는 지옥은 단테의 ‘신곡’ 속 지옥처럼 층마다 다른 모습을 띄고 있다. 단테의 지옥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옥이라 해서 마냥 어둡기만 한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떤 층은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잔인하기가 이를 데 없지만 또 어떤 층은 놀랍도록 낭만(?)적이다.
기묘한 이 공간을 가득 채운 것은 기괴한 외형의 크리처다. 전에 없이 새로운 비주얼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그 디자인이 몹시 끔찍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인간의 배를 가르고 태어나 갓난아이 울음 소리를 내는 아기 괴물, 여러 동물의 형상을 섞어놓은 것처럼 생긴 괴수 등 각양각색의 존재들이 끊임 없이 튀어나온다. 기괴한 외형에 스톱모션 기법으로 인한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더해지니 더욱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CG 없는 영화를 찾기 어려운 요즘 시대에 <매드 갓>의 크리처들에겐 필 티펫 감독이 참여한 <스타쉽 트루퍼스>, <스타워즈> 시리즈 속 크리처들처럼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있다. 내장을 헤집거나 살가죽을 벗겨내는 등 고어의 수위도 만만찮으니 고어와 괴수의 조합을 좋아하는 장르 팬에게는 환영할 만한 작품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