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배우: (내레이션)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
장르: 다큐멘터리, 전쟁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94분
개봉: 11월 6일
간단평
2022년 2월,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거대한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포위한다. 시민들은 한순간에 집, 가족 그리고 고향을 잃었지만, 러시아는 이러한 사실을 외부로 알리지 않고 숨기기만 한다. 마리우폴에 유일하게 남은 AP 통신 취재팀은 러시아가 양산하는 가짜뉴스에 반박하기 위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최전선에서 전쟁의 참상을 취재한다.
속전속결을 예상했던 우-러 전쟁이 반발한 지 어언 3년 차, 전선의 혼란은 여전하고 앞날 역시 오리무중이다. 수많은 사람이 난민으로 고향과 조국을 버리고 피난길에 오르는가 하면, 여전히 도시에 남아 폐허 속에서 기약 없는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AP 통신 소속 영상 기자인 므스티슬라우 체르노우가 연출, 각본, 편집, 내레이션을 맡은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침공한 후, 은폐될 진실을 기록한 취재팀의 20일을 담은 프론트라인 다큐멘터리다. 폭격으로 황폐해진 도시 곳곳에서 피투성이가 되어 실려오는 환자들,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고자 사력을 다하는 의사들과 사그라지는 생명들, 그리고 도시에 남아 피난소에 대피하여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들. 이 다큐멘터리는 전쟁으로 인한 ‘참상’을 전쟁 한복판에서 서서 놀랄 만큼 차분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울분을 토하기보다 사실을 적시하는 감독의 담담한 내레이션은 그 어떤 선동과 선전보다 전쟁의 참혹함과 적국의 기만행위를 알리는 데 뜨거운 힘을 발휘한다. 전쟁이라는 두 글자가 양산하는 비극과 죽음을 목도하게 함으로써 정치, 이념, 종교 그 어느 이유에서든 누구든 우리가 발붙인 이 땅 위에서 전쟁을 수단화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무언으로 피력한다. 지옥 같은 20일이, 어느새 900여일이 넘어가고 있다는 걸 환기하고 있다.
더불어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은 가짜 뉴스가 판치고 저널리즘의 의미가 퇴색하는 세태에서 여전히 지구촌 어느 한 편에서는 목숨을 걸고 진실을 알리려 하는 기자가 존재한다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다.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4)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을 비롯해 유수의 영화제에서 33관왕과 퓰리처상을 거머쥐었다.
2024년 11월 7일 목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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