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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자극 시대, 느림의 미학 (오락성 6 작품성 6)
크라임 101 | 2026년 4월 8일 수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바트 레이턴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 마크 러팔로, 배리 키오건, 모니카 바바로, 코리 호킨스, 닉 놀티, 할리 베리
장르: 범죄,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40분
개봉: 4월 8일

간단평
보석을 노리는 연쇄 절도 사건이 발생한다. 접점 없어 보이던 사건들 사이에서 교묘한 공통점을 발견한 베테랑 형사 ‘루’(마크 러팔로)는 모든 범행이 101번 국도 인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범인의 다음 타깃을 좁혀 나간다. 한편, 자신만의 철저한 규칙 아래 완벽한 범죄를 설계하는 ‘데이비스’(크리스 헴스워스)는 부유층을 상대하는 보험 중개인 ‘샤론’(할리 베리)에게 접근해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MCU 세계관에서 헐크와 토르로 호흡을 맞췄던 마크 러팔로와 크리스 헴스워스를 범죄 스릴러 장르에서 재회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움을 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크라임 101>은 최근 범죄 장르의 흐름과는 확연히 결이 다른 작품이다. 속도감과 자극을 앞세운 범죄물이 주류가 된 시대에, 이 영화는 의도적으로 호흡을 늦추고 찬찬히 들여다보는 방식을 택했다. 서사는 급하게 달려나가는 대신 인물을 조용히 응시하며, 장르물 특유의 긴박함을 우아하고 고전적인 무드로 치환한다.

1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역시 이러한 선택의 연장선에 있다. 세밀한 빌드업과 예열을 거쳐 목적지에 도달하기 때문에 뒤로 갈수록 서사의 탄력이 붙는다. 절대 살상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닌 도둑과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형사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지켜내는 인간의 초상처럼 그려진다. 냉소와 잔혹함으로 가득 차기 쉬운 범죄물의 빈자리를 메운 것은 인물의 정서와 선택을 보듬는 '감상적인(Sentimental) 시선'이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딛고 새로운 삶을 꿈꾸는 도둑과 아내의 외도로 상처받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형사. 두 사람의 모습은 거창한 결말 대신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Life goes on)’는 잔잔한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정서는 LA를 배경으로 더욱 선명해진다. 낮게 깔리는 특유의 드론 사운드 위로 펼쳐지는 밤의 고속도로와 쓸쓸한 도시의 야경, 그리고 이와 대비되는 반짝이는 해변의 풍경은 영화의 나른하면서도 우아한 매력을 배가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러한 공기에 밀도 높은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삶의 피로가 고스란히 새겨진 마크 러팔로의 씁쓸한 표정과 새로운 시작을 앞둔 설렘과 불안이 공존하는 크리스 헴스워스의 얼굴에 시선이 머물게 된다. 여기에 배리 키오건은 거칠고 날것 그대로의 에너지로 영화에 또 다른 생기를 더한다. 빠르고 자극적인 범죄물에 익숙한 관객에게는 다소 느리고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잔인하지 않고 찬찬히 음미할 수 있는 범죄물을 찾는다면 꽤 괜찮은 선택지다. 돈 윈슬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아메리칸 애니멀스>(2018)의 바트 레이턴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2026년 4월 8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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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도 좋고 연기도 훌륭! 특히 잔인한 것 못 보는 분께 강추
-범죄물로서의 긴박감과 영리한 수 싸움은 떨어진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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