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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1조 언론시사회
국회로 나선 윤락녀 | 2003년 3월 4일 화요일 | 서대원 이메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아닌가? 그렇다. 십 수년간의 제도 교육을 통해서 수 없이 들어야만 했고, 어거지로 외워야만 했던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복권 1조가 아닌 헌법 제1조.

한데, 주)한맥 영화사가 송경식 감독과 예지원을 필두로 그간 너무나도 당연하고 지당한, 하지만 딱딱하게 받아들여져야만 했던 이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의 진실을 확실하고 재미있게 까발리고 싶은지 <대한민국 헌법 제1조>라는 영화를 제작해 언론시사회를 갖게 됐다.

얼마 전, 영화의 라스트 신을 촬영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가 엄동설한에 퇴짜를 맞아 문을 여네 마네하며 실랑이를 벌이다가 급기야는 예지원이 월담을 해버리는 사건으로 마무리 됐던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영화는 한 지방의 윤락녀(예지원)가 동료의 억울한 강간사건으로 인해 끝내 분통을 삼키지 못하고 국회의원으로 출마, 갖가지 소동이 일어난다는 통렬한 정치 풍자 섹시 코미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겸손하고 발랄한 마음을 간직한 채 시사회장을 찾은 무비스트 행동대원들은 영화사 직원들로부터 좌석 표를 낼름 배정받고 얼릉 극장내로 잠입, 여지없이 평소 하던 대로 보도 자료와 함께 들어 있는 스틸 사진 조사에 들어갔다. 혹, 아씰한 여인네의 자태가 담긴 사진이 있을까봐! 하지만 역시나 없었고, 대신 요상스러운 무언가가 포착됐다.

유흥업소가 밀집된 지역에서 삐끼들로부터 손쉽게 선물 받을 수 있는 사은품 같은 껍데기였다. ‘팔도미인 80명 전투준비 끝’ ‘입구에서 박 부장을 찾아주세요’와 같은 환심 사기성 글자들이 박혀 있는 그것 말이다. 거기에는 ‘용감무쌍 윤락녀의 금뺏지 때려잡기, 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벽한 누드정치’라는 문구가 있었다. 예쁘장하게 포장된 2개의 물건이 살포시 뀡겨 있는 채. 다름 아닌 손청결 보습제였다. 아마도 앞으로는 깨끗한 손으로 깨끗한 한 표를 하라는 권유차원에서 준 것은 아닌지?

우좌지간, 바쁜 스케줄로 극장에 제 때 당도하지 못한 예지원을 제외한 영화의 주인공들이 무대 인사에 나섰다. <사방지>이후 십 몇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송경식 감독은 “잘못된 점이 있으면 살살 꾸짖어주시고 혹시 잘한 점이 있으면 격려해달라!”며 포문을 열었고, 이어 아나운서에서 영화배우로 변신한 임성민은 “데뷔작이다. 생애 처음 시사회를 갖다보니 많이 떨린다. 이 설렘을 가지고 평생 영화인으로 남고 싶다”는 자못 진진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또 주연보다 더 유명한 조연 이문식은 “나 역시 영화를 아직 못 봤다. 다 같이 편안하게 봤으면 좋겠다”며 그만의 익살스런 웃음과 함께 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실로 오랜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나훈아의 영원한 라이벌 남진은 “30년 만에 영화에 출연한다.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흐뭇한 마음을 맘껏 드러냈다.

뒤늦게 도착한 예지원은, 당연 극장 외 마련된 인터뷰 장에서 만나볼 줄 알았는데 역시나 시원스런 성격의 그녀답게 영화가 막을 내린 후 어느새 무대에 휘리릭 올라 죄송스럽다는 말과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장애인과 노숙자와 같은 우리 주변의 소외된 분들을 많이 담으려 했던 영화인만큼 그 분들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됐다"고.

Q: 영화를 본 느낌은
예지원: 큰 스크린으로 처음 봤다. 어려운 점이 많을 수 있었는데, 많은 분들의 배려로(장애인 노숙자)무사히 마치게 돼 기쁘다.

Q: 이 영화의 메시지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예지원: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주변의 소외된 분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Q: 캐릭터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한다면
예지원: 화려한 여전사와 같은 인물이다. 다시 말해 대리만족 같은 걸 느낄 수 있는 캐릭터.

Q: <생활의 발견> 뒤로 섹시한 이미지가 많이 부각됐다. 한 배우로서 그런 면이 작품이나 연기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예지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왜냐하면 그녀의 직업 때문이기도 하고. 어쨌든, 섹시하다는 이미지 외에도 영화에서는 다른 면이 많이 보여 진다.
감독: 지원 씨의 섹시한 부분이 많이 나왔었나? 전혀 없었던 것 같다(웃으며).

Q: 임성민 씨는 이번 영화가 데뷔작인데, 소감은
임성민: 큰 스크린에서 내 얼굴을 본 게 처음이라 얼떨떨하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희망도 있고 감동적인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Q: 정치적인 소재를 다루었는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임했는가
감독: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으로서, 이런 소재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전부터 강하게 갖고 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젠 정말로 우리 국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모습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Q: 직접 윤락가에 가 촬영했는데 그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나?
예지원: 분장을 하는데 많은 친구들이 구경을 왔다. 처음엔 너무 평범하게 보여 스텝들인 줄 알았다. 그녀들은 틈나는 대로 사인해달라기도 하고 자기들 방도 구경시켜 주고 옷도 빌려주려 하고, 어쨌든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
아니타: 직업에서 풍기는 이미지 때문에 그렇지 또래 친구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 모든 게 선입관 때문이다. 우리들하고 똑같은 모습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다.
감독: 세상과 유리된 것 같지만 정도 많고 이쁘기도 한 친구들이다. 하여튼, 영화를 통해 그 친구들에 대한 정이 많이 생겨 너무 좋다.

Q: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감독: 송옥숙 씨와 예지원 씨가 분장하고 있는데 외국인 친구가 하나 오더니 그만 그녀들을 포주와 아가씨로 오해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Q: 마지막으로 예비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예지원: 우리가 느낀 만큼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고 느껴주셨으면 한다.

취재: 서대원
촬영: 이기성
신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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