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하늘정원’ 언론시사회
아프지 않게, 행복하게 | 2003년 3월 26일 수요일 | 임지은 이메일

“그 남자의 첫 사랑, 그 여자의 마지막 사랑”이라는 카피 그대로, 죽음 앞에서 삶을 정리하는 여자와 그녀의 아픔을 지켜보는 의사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예쁜 영화 <하늘정원>이 어제 언론시사회를 가졌다. 상영 전 무대에 올라 인사를 하는 이동현 감독과 두 주연배우 안재욱, 이은주는 완성된 필름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되는 자리라선지 하나같이 긴장된 표정. 그간 해외활동에 더 바빴던 안재욱에게는 이번 영화가 5년만의 스크린 나들이인 셈이다. 고글에 헌팅캡으로 멋을 낸 그가 간간이 던지는 농담은 객석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편 꽃무늬 화사한 노란 원피스차림의 이은주는 완연한 봄느낌 그대로.

먼저 마이크를 잡은 것은 이은주. “할 몫은 다했고, 질타건 칭찬이건 감사히 받아들이겠다”며 소감을 밝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작품을 보게 되는 기대와 긴장감이 함께 드러나 있다. 안재욱은 “여러분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간간이 좌중을 웃기는 여유를 보였다. 한편 CF와 방송프로그램으로 잔뼈가 굵은 이동현감독은 <하늘정원>으로 처음 장편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감독이 “많은 비판과 칭찬을 부탁한다”며 짧게 소감을 맺고 나자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된다.

<하늘정원>은 코믹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한국영화계에서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멜로물이다. 유년기의 상처 때문에 타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오성(안재욱)과 위암말기 선고를 받고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쓸쓸히 꾸려나가는 영주(이은주) 두 외로운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보듬어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성은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호스피스 병원의 원장이 되고, “슬프지 않게, 성심성의껏 죽여주겠다”는 그의 말에 이끌려 영주는 오성의 병원 안으로 선뜻 들어선다. 하늘과 가깝고 앞으로는 바다가 보이는 병원 ‘하늘정원’은 슬프고 예쁜 사랑을 모토로 하는 이 영화에 더없이 어울리는 배경. 영화는 봄빛 가득할 4월 4일 관객을 찾아가게 된다.

함께 객석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고 나온 감독과 두 주연배우의 얼굴에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더 많이 엿보였다. 영화의 주역 세 명과 기자들 사이에 오간 질문과 답변을 정리해 소개한다.

Q: 영화를 본 느낌은?
이동현감독: CF만 18년 이상을 해 오다가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아 시행착오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다. 지난 기억들이 하나하나 스쳐간다. 당연히 아쉬움도 있지만 보다 성숙한 작품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생각하고 싶다. 두 주연배우가 참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내가 못 받쳐 준 것 같아 미안한 기분도 든다.
안재욱: 느낌은 좋다. 그러나 감독님 말씀대로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오는 것도 사실. 평가는 그 다음 문제고, 노력했기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내가 찍은 거 보고 내가 울기는 또 처음인 것 같다(웃음).
이은주: 흥분되면서 가시방석처럼 무섭기도 한 자리였다. “이 부분은 감정을 좀더 절제할걸, 아니면 더 보여줄 걸”하는 식으로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작품에 잘 집중을 못했다. 나 역시 느낌이 좋고, 최선을 다했고... 내가 선택한 작품이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Q: 흥행면에서 생각하면 확실히 안전한 선택은 코믹장르다. 최루성 멜로영화를 선보이며 부담스럽지는 않은가
이은주: 이 작품이 최루성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러나 나온 결과물을 보고 말하자면, 시나리오에서 처음 느꼈던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들이 많이 편집된 것 같다. 그래서 좀더 눈물을 자아내는 얘기가 되지 않았을까. 코믹영화도, 공포영화도 좋지만 스스로는 따뜻한 봄날에 예쁜 사랑이야기를 보여드리게 된 것도 새로운 반찬을 드린 것 같아 만족스럽다.
안재욱: 결과는 나중 일이고,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느냐도 그 때 다시 이야기해야 하겠지만 한국영화를 찾아주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고 싶었다. 그리고 꼭 우리 영화가 ‘되는 장르’ 한 가지 흐름으로 유지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하늘정원>이 따뜻한 영화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동현감독: 질문에서 언급한 그런 문제 때문에 사실 제작에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4개 영화사에서 퇴짜를 맞았고... 그렇지만 작위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보다 오히려 쿨하지 않나, 스스로는 그런 생각이다. 물론 <하늘정원>에도 통속적인 부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에 통속적이고 유치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나 역시 마찬가지고. 그런 부분들과의 융화를 시도하고 싶었다. 나로서도 애착이 많은 작품이다.

Q: 특별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안재욱: 오랜만에 영화를 하다보니 여러모로 변화된 점들이 피부로 와닿는다. 감독님이나 몇몇 분을 제외하고는 스탭들이 내 나이 위보다는 아래가 많았다. (웃음) 거기 적잖이 놀랬고.. 동생들이 너무 많아서. 기술이며 장비가 퍽 발전해서 고무되기도 했다. 오랜만에 하는 영화라기보다는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임했다. 아쉬운 점이야 이루 열거할 수 없을 정도지만 호흡이 짧다는 점, 마음놓고 울 수 없는 것 같아서 그게 아쉽다. 생략되는 부분들을 관객들이 모두 이해해주실까 하는 걱정도 들고. 그렇지만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아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뭐 배우나 감독 입장에서야 찍은 거 다 보여주고 싶은 게 욕심이니까. 상대역 이은주씨의 연기에 내가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이동현감독: 안재욱씨가 연기한 오성이라는 역할이 참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선을 누르고 내면으로 전달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얘기하면 왠지 제가 연기 못했다고 하는 거 같잖아요!” 짐짓 화를 내는 안재욱과 “아니 그런 게 아니고..” 황급히 부인하는 감독)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이은주: 매순간이 에피소드였다. 재욱오빠가 평소 워낙 재미있는 사람이라 멜로 연기를 하기 버거울 정도였다. (웃음)
안재욱: 촬영하느라 삼천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식당을 가도 생선이 기본이다. 그래서 좋아하던 회를 당분간 먹지 않을 작정. 영화에서 보듯 경치가 너무 좋았다. 병원건물을 미리 와서 보고 시나리오를 쓴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더없이 적합한 곳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나. <하늘정원>만큼 베드씬이 많은 영화는 드물다. 모든 일이 (병원)침대 위에서 이루어지니까(좌중 웃음).

Q: 주인으로서 손님을 초대한, 그런 입장이다. 관객분들에게 “이것만큼은 꼭 가져가라”고 추천하고 싶은 부분은?
이동현감독: 다시 한 번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 작품 내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환자들이 핸드벨을 연주하는 장면. 그들은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들이고, 그건 멀리 보면 우리 모두가 다 마찬가지다. 그런 부분이 단적으로 드러나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안재욱: 이 영화는 의학드라마는 아니다. 의학적 고증이라던지, 예컨대 “환자가 너무 멀쩡해보인다”던지 이런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아 주셨으면 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남은 날들’이, 예쁘고 슬픈 사랑이야기가 이 영화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이은주: 사실 많이 지적 받은 부분이지만, 벌써 죽는 역이 세 번째다. 연기하면서 스스로 삶과 죽음에 대해 뭔가 깨달은 듯 하고, 그 깨달음을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방송용 멘트 같은 건 물론 아니다. 삶 어디나에 죽음은 도사리고 있다. 삶을,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방심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 내가 느낀 것과 같은 그런 기분들을 모두 가져가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기성

0 )
1

 

1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