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갇힌 남자 최민식 VS 가둔 남자 유지태’라는 아주 인상적인 대구 표현으로 소소하나마 영화가 미스테리 액션 드라마라는 단서를 제공하는 <올드보이>의 첫 촬영은 장충동과 용산전자상가 등 서울 한 복판에서 5월 12일 13일 이틀간에 걸쳐 이뤄졌다.
이날 신의 주 내용은 갇혔던 남자 오대수(최민식)이 자신의 몸에 진드기처럼 소름 돋게 쩍 달라붙어 있는 도청기들을 제거한다는 설정으로, 자신을 가둔 남자 유지태를 향한 증오심을 조용히, 하지만 섬뜩하면서도 무겁게 드러낸 장면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오대수의 옆에서 이를 혼란스럽게 목도해야만 하는 강혜정 등 이들 두 사람의 의해 첫 촬영은 진행됐다.
한편, 나쁜 놈으로 분해 나오는 유지태는 첫 날 촬영분이 없음에도 현장에 나와 그들의 연기를 조심스럽게 지켜봤다. 이 같은 배우들의 능동적 자세에 뒤질 감독이 아닌 박찬욱은 시종일관 좌불안석하며 조금이라도 나은 이미지를 길어 올리고자 분주한 모습이었다.
1년 반 만에 촬영현장에 나왔음에도 여전히 자신의 존재감이 사그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준 최민식 또 다른 이미지로 분한 유지태 그리고 기묘한 분위기로 와 닿는 신인여배우 강혜정으로 이루어진 삼각편대의 행보는 서울 부산 뉴질랜드를 오갈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진두지휘하는 박찬욱 감독과 그 결과물 <올드보이>는 올 10월 말쯤 관객 앞에 귀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