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개봉할 호러 영화 <거울 속으로>와 한창 촬영 중인 미스테리 드라마 <올드 보이>로 당최 쉴 시간이 없어 보이는 유지태에게는 이 두 영화말고도 추석 시즌에 관객에게 선보일 영화 한편이 더 있다. 바로 <내츄럴 시티>.
기획단계부터 시작해 5년이라는 긴 시간이 요구됐던 서서드라마 <내츄럴 시티>는 <유령>을 연출했던 민병천 감독의 작품으로 208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거의 빠박에 가까운 짧은 헤어로 무장한 유지태는 영화 안에서 특수경찰요원으로 분해 등장한다. 전작 <유령>에서 심연의 신비스러움과 잠수함 내부의 밀폐된 구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던 민병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영화는 이번에도 역시 미래의 시대를 다루는 만큼 스산하면서도 스타일리쉬한 비주얼을 선보일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거울 속으로>와 <올드 보이> 때문인지 <내츄럴 시티>에서 또 다른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친 유지태에 대한 기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편이다. 하여, 영화홍보사 측에서 보내준, 다시 말해 한 다리 건너서 진행된 그와의 인터뷰를 이 자리를 빌어 소개하고자 한다.
◈ (조금 지난 이야기지만) 길고 긴 <내츄럴 시티>의 촬영을 끝낸 소감은?
말 그대도 시원 섭섭하다. 이건 <내츄럴 시티>에 참여한 스태프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츄럴 시티>는 특별한 작품이다. 여느 작품과 달리 너무 오랫동안 작업에 참여하다 보니 한마디로 미운정과 고운정이 든 작품이 되었다. 내가 촬영에 참여한 기간만 무려 1년 6개월 가까이 된다. 보통 영화 2편 찍는 기간이다. 나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 모두가 돌이켜보면 고생은 했지만 재미있었다는 생각이다.
◈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R이라는 캐릭터에 어떤 느낌을 받았는가?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출연한 영화 중 내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은 <봄날은 간다>였다. <봄날은 간다>에서 보여준 모습은 실제 유지태와 가장 흡사하다. 말투, 행동, 웃는 모습, 성격 등이 나와 가장 닮았다. 연기자로서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츄럴 시티>의R은 이와 정반대 캐릭터다. 내 실제 모습과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야 했고, 이것은 연기자에게 좋은 기회이자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을 자극하는 대목이었다.
◈ 민병천 감독은 주인공 R을 놓고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연기자 입장에서 캐릭터의 변화를 느꼈는가? 느꼈다면 어떤 변화였나?
민병천 감독은 처음 만났을 때 <내츄럴 시티>를 사랑에 관한 영화라고 이야기했다. 잃어버릴 운명에 직면한 사랑을 하고 있는 고독한 인물의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 R의 캐릭터가 생각했던 것 보다 영웅적인 캐릭터로 형상화되었다. 뛰어난 전투력을 가지고 있고, 폭주 사이보그 싸이퍼와 대적하는 영웅 MP말이다. 분명히 민병천 감독과 내가 원하던 R의 캐릭터는 이것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민병천 감독과 내가 원하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의견일치를 보이는 부분도 있었고, 이견을 보이는 부분도 있었다. 이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내츄럴 시티>의 R이다.
R은 사이보그 리아를 사랑한다. 그가 사이보그 리아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미래의 환경만큼이나 황폐화되고 기계화된 인간들의 심성에서는 볼 수 없는 순수함과 인간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R은 비록 리아의 순수함을 소중히 여기지만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는 비정함도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캐릭터이다. 그만큼 그에게 사랑은 소중한 것이며 절박한 것이다. 민병천 감독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얻은 것은 나와 민병천 감독 사이에 어딘가에 존재하는 R의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 민병천 감독은 어떤 개성의 소유자인가?
민병천 감독은 여러 면에서 독특한 스타일의 감독이다. 우선 넉넉하고 편안한 성격의 소유자다. 누구에게나 격이 없게 대하여 연기자는 물론 스태프들이 편안한 가운데 작업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 개인적으로 민병천 감독을 친한 형처럼 생각하며 편안하게 작업을 했다. 반면 보기와 다르게 고집이 무척 센 감독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반드시 하고야 만다. 영화적인 면에서는 우리나라의 그 어떤 감독보다 특수효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림을 만들어내는 능력 역시 탁월하다. <내츄럴 시티>에서도 이런 그의 능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 드라마와 감정에 대한 집착을 보였는데, 이것이 작품에 좋은 결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 액션 연기를 위해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하며 준비했다고 들었다. 얼마나 어떻게 준비하였는가?
원래 운동을 좋아하고, 한번쯤 액션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츄럴 시티>에서 그런 기회가 와서 매우 흡족하다. 크랭크 인을 하기 전에 정두홍 감독이 운영하는 액션스쿨에 가서 운동을 하였다. 액션 연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동작과 체력을 몸에 익힌 것이다. 촬영이 늦어지는 바람에 준비할 시간이 더욱 늘어 오히려 큰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몸이 많이 좋아졌다. 평소에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수영을 즐기는데, 연일 계속된 촬영으로 운동할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봄날은 간다>의 촬영이 끝나고 나서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배가 나왔다며 놀리기도 했다. 다행히 <내츄럴 시티>를 준비하며 운동을 한 덕분에 지금은 근육질의 몸매를 가지게 되었다.
◈ 와이어 액션은 힘들지 않았는가? 큰 키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은데?
와이어 액션이 딱히 힘든 것 아니었다. 와이어에 매달려 있는 동안 살갗이 벗겨질 정도로 아프고, 멋진 동작을 연출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누구나 하는 것 아닌가? 다른 작품을 보면 여자 연기자들도 멋지게 소화하는 것이 와이어 액션이다.
◈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부드러운 남자로 알고 있는 팬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것 같다. 오토바이는 언제 배웠으며 어느 정도 수준인가?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은 모 CF에서 이미 보여준 바 있다. (언제 누구에게서 배웠는지는 기억 나질 않는다!!??) 비록 촬영을 위해서지만 오토바이를 타고 밤길을 질주하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일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오토바이를 모는 사람이 드물어 촬영하는 동안 내가 직접 몰고 다닌 적도 있다. 다행히 키가 크고 다리가 길어서 어울린다는 칭찬을 들었다.
◈ 유지태는 현장에서 끊임없이 생각하는 질문하는 연기자로 알려져 있다. 이는 분석하는 연기자의 면모를 말해주는 것 같다. 캐릭터에 접근할 때, 감과 분석 어느 것에 더욱 의존하는가?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은 상태에서 연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연기지만 진정으로 캐릭터를 이해하고 상황에 빠져야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나는 서슴지 않고 질문을 한다. 감독과의 의견이 다르거나 캐릭터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냥 대충 넘어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묻고 질문한다.
(제공: 영화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