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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 나이에 주연배우만큼이나 여려 보이는 외모, 정말 젊은 이언희 감독의 입봉작 <...ing >가 어제 언론시사를 가졌다. 앞서 언급했듯 주연은 임수정과 김래원, 그리고 존재만으로도 힘을 발휘하는 배우 이미숙이다. 어릴 때부터 병을 앓은 민아(임수정)는 하도 병원 신세만 진 탓에 '13층 붙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새침하지만 약한 몸만큼 세상에 대한 면역도 없는 탓에 때묻지 않은 구석이 많은 민아의 유일한 친구는 엄마(이미숙). 일부러 그러는 건지 정말 철이 없어 그러는 건지 실없는 장난치기 좋아하는 엄마에게 딸은 가끔 "미숙이 정신차려!"라고 야박한 핀잔을 날린다.
어느 날 엄마 표현에 따르면 '생긴 건 제법 반반한데' 어딘가 껄렁해 보이는 영재(김래원)가 아래층으로 이사오면서 겨울의 수면처럼 차갑고 고요하던 민아의 마음속에는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한다. "나, 너 찍었어"를 온 몸으로 외쳐대는 그 남자. 처음에는 귀찮기만 했지만 곧 민아는 영재에게 천천히 젖어들기 시작하며, 오랫동안 소망해 온 절절한 사랑을 하는 꿈을 꾼다. 익숙한 느낌을 주는 줄거리만 보아도 알 수 있듯 < ...ing >는 특별히 굵직한 사건에 의해 굴러가지 않는다. 단지 불치병에 걸린 소녀가 투명한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듯 일상의 눈부시거나 혹은 슬픈 순간들을 평이하고도 예쁘게 포착해낸다. 영재의 사진기 속에 차곡차곡 담기는 민아의 모습들이 그렇듯, 한 사람이 돌아오지 못할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음에도 칙칙하거나 암울한 기운은 영화와는 천리 만리 멀어 보인다.
박제된 듯, 혹은 표백된 듯 마냥 예쁘장하다는 것은 < ...ing >라는 영화의 가장 큰 특징.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시선은 곧 주인공 민아의 시선과 맞물린다. < ...ing >의 쓸쓸함은 곧 덧없이 사라지는 담배연기를 투명한 눈으로 응시하는 소녀의 고독이며, 바다거북이 헤엄치고 태양이 루비 같은 빛을 내쏘는 하와이 장면은 로맨틱하지만 강렬한 소녀의 상상 그대로다. 이미숙, 임수정의 어머니와 딸로서의 호흡, 그리고 임수정과 김래원의 풋풋한 연인으로서의 호흡도 보기 좋은 편. 특히 후반부에 이르면 객석 이곳 저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 ...ing >는 11월 28일 개봉 예정.
Q: 영화를 본 소감은?
김래원: 무대 인사 때 "보고 나서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웃으며 나왔다.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만족스럽다.
이언희 감독: 나 역시 필름으로 본 게 처음이라 긴장됐다. 관객들도 그렇지만 우선은 함께 일한 배우, 스탭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가 되어야 할 텐데 그게 가장 걱정이다.
임수정: 생각한대로 따뜻한 영화가 나온 것 같아 기분 좋다.
Q: 제목이 특이한데 < ...ing >란 제목은 어떻게 해서 짓게 됐나?
이언희 감독: 제목 짓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 연인의 사랑과 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영화의 두 축인데, 사랑이란 살면서 늘 갖고 싶고 또 가져야 할 어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진행형의 느낌을 살린 것이다.
Q: 김래원에 질문. <옥탑방 고양이>와 캐릭터가 비슷한 것 같다.
김래원: 드라마 촬영 끝부분과 영화 촬영이 겹쳐서 힘들었긴 하지만, 스스로는 분명히 다른 인물들이라고 생각한다. 보는 분들이 판단할 몫이다.
Q: 영화 안에 손이 클로즈업 된 사진이 등장하던데, 유명한 보도사진 중 비슷한 사진이 있다고 한다. 사진의 모티브는 어디서 얻었는지.
이언희 감독: 그런 사진은 본 적이 없는데. 모티브라기보다 처음 구상단계부터 자연스럽게 떠올렸던 장면이다. 문제의 사진을 한 번 보고 싶다.
Q: 영화 속 민아는 그늘진 면과 밝은 부분을 함께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성격이다. 임수정 본인의 성격은 어떤지?
임수정: 민아는 연기하기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내면으로는 힘들고 고통스러워하는데 겉으로는 밝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으니까. 민아가 차츰 영재에게 마음을 열었듯이 나도 처음에는 쉽게 다가가지 못한 캐릭터를 점점 가까이 느끼고 빠져들었다. 그러고 보면 실제 성격에도 비슷한 면이 많은 것 같다.
Q: 실제 나이와는 다르게 (임수정은 80년생, 김래원은 81년생이다) 김래원이 오빠처럼 보인다.
김래원: 맞다. 다들 내가 오빤 줄 안다.
임수정: 사실 래원씨가 어른스럽다보니 정말 오빠처럼 느낄 때가 많다.
김래원: 어, 왜 그래?
취재: 임지은
촬영: 이영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