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UFO인가 뭔가 보면 그렇게 재수가 좋다며? 나도 좀 봤음 쓰겄네." <안녕! 유에프오>의 복덕방 할아버지 변희봉씨가 입버릇처럼 되뇌이는 말. 한편 이건 영화의 제작진들이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일 법도 하다. 일례로 주연배우들은 "보시면 마음이 따뜻해져요"라는 말로 영화에 대한 추천사를 요약한다. 이범수, 이은주 주연의 <안녕! 유에프오>(제작: 우리영화)가 어제(12일) 언론시사를 가졌다.
각각 무허가 DJ 겸 버스운전기사와 발랄한 시각장애인 처녀로 분해 착한 사랑을 꾸려나간 주연배우 이범수, 이은주와 이범수의 삐딱한 동생을 연기한 봉태규, 그리고 카메오지만 영화 최고의 카리스마를 자랑한 전인권이 상영 전 무대에 올라 인사를 건넸다. 봉태규가 "아직 완성작은 못봤지만 내가 잘했다고 하더라"는 뻐기듯 귀염성 있는 코멘트를 날리자, 이 영화가 '스크린 데뷔작'인 전인권도 "나도 잘했대요"라는 특유의 느릿한 어투로 화답. 시사회장 내에 폭소가 쏟아져 나오자 "사실 이범수, 이은주 두 사람의 연기만 봐도 아깝지 않을 영화"라는 말로 주연배우들을 상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눈물>과 <쓰리: 메모리즈>의 조감독을 거친 김진민 감독은 이 영화로 데뷔한다.
승객 경우(이은주)에게 한눈에 반한 심야버스기사 박상현(이범수)은 어설프기 그지없는 태도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얼떨결에 내뱉은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급기야 그는 버스기사 박평구, 버스기사 박상현 혹은 교통방송 DJ 박상현으로 두 얼굴 내지 세 얼굴의 삶을 영위해야 하는 난관에 빠진다. 물론 이런 눈가리고 아웅 식의 거짓말이 통하는 이유는 사랑스런 그녀가 시각장애인이기 때문. 영화 속에서 UFO는 누구나 기다리는 마법 같은 기적의 상징으로 통한다. 누구나 꿈꾸는 기적, 그런 의미에서 UFO는 곧 아름다운 사랑의 동의어가 될 수도 있을 듯. 착하고 예쁘장한 영화지만 후반부가 루즈해 지루한 느낌을 준다는 점은 아쉽다. <안녕! 유에프오>는 1월 30일 개봉. 상영 후 있었던 기자 간담회 내용은 아래 간추려 소개한다.
Q: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김진민 감독: 행복한 멜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7년 전 본 이해영, 이해준 작가(<품행제로>)의 시나리오가 원안이 됐다. 물론 원본은 여피족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UFO를 찾아 헤맨다는 설정 외에는 지금 것과 많이 달랐다.
Q: 시사회 본 소감.
이범수: 오늘 처음으로 완성본을 봤는데, 순수하고 훈훈해서 마음에 든다. 표방했던 의도대로 충실히 나온 것 같다.
이은주: 박장대소보다 잔재미가 솔솔한 영화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도 시나리오를 읽었던 당시의 행복하고 정화된 느낌 때문이다. 관객에게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전인권: 무지하게 착한 영화인 것 같다. 영화 속에세 마치 내가 UFO 같더라(장내 웃음).
봉태규: 붕 뜨거나 치우치지 않고 선을 잘 지킨 것 같다. 만족스럽다.
Q: 이은주에 질문. 시각장애인을 연기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는지?
이은주: 우선 힘들었던 건 뻔히 보이면서 안보이는 척 해야 했다는 것, 그리고 관객이 그렇게 느끼게 만들어야 했다는 것. 숙명여대 피아노과에 다니는, 눈이 안 보이는 동갑내기가 하나 있는데 그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실제로 우리 영화 속의 경우란 캐릭터와 아주 흡사한 친구다. 조용하고 얌전할 거라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과는 달리 아주 활달하고 발랄한 성격이고. 그 친구와 자주 대화하고 통화도 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 같다.
Q:2004년 한국영화계에 대한 전망을 주연배우들이 미리 짚어본다면?
이범수: 해마다 소재가 다양해지고 참신한 감각의 감독들이 새로 탄생한다.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고 행복하게 생각한다. 전진을 위한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될 거고, 나 역시 동참하고 싶다. <안녕! 유에프오>의 의미를 말한다면, 좀더 과장하고 현란하게 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은 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계산 없이 순수하게 소시민적인 남녀의 사랑을 그려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본다.
이은주: 홍콩배우 유덕화씨가 <올드보이>를 극찬했다는 기사를 어제 읽었는데, 나 역시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영화의 발전상을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비롯한 대작들이 포진해 있는 2004년의 전망도 밝을 것 같다.
봉태규: 흥행과 비흥행을 떠나 다양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가장 큰 비약으로 꼽는다. 점유율 50퍼센트, 뭐 이런 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 영화가 100편 나오면 100가지 다른 이야기였으면 좋겠고, 2004년은 그 다양함을 즐길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취재: 임지은
촬영: 이영선, 이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