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당시 구미에서 한국은행이 털린 사건이 영화의 시작이었다고 밝힌 최동훈 감독은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속이며 끝까지 이야기를 몰고 나가는 대소동의 사기극”이라며 <범죄의 재구성>를 정의한 후 “한편으론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는 농담 섞인 말을 던졌다. 이후 간만에 무대 인사에 오른 박신양은 “시나리오가 무척 만족스러웠고 좋은 분들이 함께 해 팀웍이 너무 좋았다”며 촬영과정이 활기차고 즐거웠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쭉쭉 뻗은 롱다리의 각선미가 유난히 돋보였던 염정아는 요즘 자신을 향한 대중과 평단의 장난 아닌 시선이 적잖이 부담이 되는 듯 들떠있으면서도 긴장된 모습을 드러냈고, 후덕하면서도 그간의 캐릭터로 인해 본의 아니게 사기꾼적인 냄새가 적잖이 풍기시는 백윤식 선생은 “모든 게 좋았다”며 역시나 연륜 있는 멘트를 날리셨다.
깡다구 좋은 지능범 독고다이 최창혁(박신양), 전대미문의 전설의 사기꾼 김선생(백윤식), 도도하지만 인간적인 푼수끼가 다분한 서인경(염정아), 말 많은 떠벌이 얼매(이문식), 여자 등쳐먹는 데 선수인 제비(박원상), 보기와는 달리 예술적인 감각으로 위조지폐를 뚝딱 만들어내는 휘발유(김상호), 그리고 희대의 사기꾼인 이들을 뒤쫓는 옆집 아저씨 스타일의 차반장(천호진)이 밀고 당기며 엮어내는 <범죄의 재구성>은, 막이 내리기 전까지 어떤 놈이 가장 사기에 능한 고수인지 관객과 심리전을 펼치는 영화다. 얘들의 휘황찬란한 감쪽같은 사기의 전모는 4월 15일부터 화끈하게 공개된다.
취재: 서대원 기자
촬영: 이기성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