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푸바오는 확실하게 할부지를 알아봤어요” 다큐멘터리 <안녕, 할부지>를 연출한 심형준 감독이 강철원 주키퍼와 함께 중국에 가서 푸바오를 만나고 온 비하인드를 전했다. 심 감독이 영화의 ‘킥’이라고 소개한 엔딩 무렵의 이 장면은, 그간 푸바오가 할부지를 인식했는지 궁금해했던 대중의 의문을 일순에 해소해 주었다. 중국에 귀환한 푸바오의 안부가 담긴 영상을 공개한 바 있는 에버랜드 측에, 푸바오의 이러한 반응이 담긴 부분은 영화를 위한 선물로 남겨달라고 당부했다는 심 감독이다. 3개월이라는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바오패밀리와 강철원, 송영관 두 주키퍼의 세계로 깊숙이 들어가려 했다는 그의 말을 들어본다.
. 푸바오가 중국에 반환된 4월 초를 전후로 한 3개월의 여정을 담았다. 바오패밀리와 어떻게 인연이 닿았나.
연출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솔직히 그게 푸바오 이야기는 아니었다. 제안받고 얼떨결에 시작해 공부하면서 만들었지만, 아직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깊이 빠져 버렸다. (웃음)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라, 스타일리시하되 푸바오가 떠난 후의 이야기를 임팩트있게 담으려 했다. 3개월이라는 기간에 오롯이 집중하면 동물과 인간의 관계성 등 오히려 깊이 있는 이야기가 나오겠더라. 촬영이 진행되면서 푸바오만이 아니라 판다월드 크루와도 점차 교감이 생겼고, 덕분에 송영관 주키퍼의 가족과 강철원 주키퍼의 모친상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푸바오와 바오패밀리를 담은 영상이 워낙 많은데 지난 영상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은 느낌이었다. 의도한 바가 있을 것 같다.
에버랜드 측은 하드 몇 개 분량의 영상을 전부 다 오픈해 주었었다. 그 영상을 많이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팬들이 이미 본 그림보다는 좀 더 시네마틱하게 접근하고 싶었다. 한편으론 이미 유명한 푸바오 해먹, 과일 츄파춥스 같은 귀여운 콘텐츠가 좀 더 재미있고 익숙하더라도, 이를 재사용하기보다 실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붐 마이크가 들어가고 카메라를 설치해서 바오들의 소리와 행동을 담았다. 과거 회상 장면이나 스토리텔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정도로만, 기존의 영상을 활용했다. 처음에는 우리가 찍은 소스로만 완성하는, 그러니까 과거 영상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실험적인 시도를 해볼까 했는데 그건 안 되겠더라. (웃음)
촬영은 어떤 식으로 진행했나.
우선 삼각대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계속 돌리다가, 귀여운 장면이 나오면 좀 더 디테일하게 하이라이트를 뽑는 식이었다. 후이바오가 문을 열고 나오는 장면도 그렇게 포착한 장면이다. 후이바오는 돌잔치 때 마이크를 잡아서 그런지 연예판 기질이 있는듯! (웃음) 카메라 두 대로 계속 돌리니까 나중에는 데이터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영상이 쌓였었다. 극 중에는 인터뷰 분량이 별로 없지만, 인터뷰 샷도 원래 버전에는 더 많았다. 편집감독님이 지금도 영상이 너무 많다고, 그만해도 된다고 해도 욕심이 생겨서 카메라를 계속 돌렸던 것 같다.
촬영하면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모두 맛보았을 것 같은데 어떤가.
정말 그랬다. 처음 일주일은 동선을 점검하고, 촬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아이스브레이킹 하는 기간이었다. 이후 방향성을 잡고 들어가니 내부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별 준비하는 크루들과 방문객을 보면서 점점 이별을 실감했던 것 같다. 푸바오는 3월 3일 공개를 마지막으로 한 달간 격리에 들어갔는데 이후 한 달간은 바오들과 주키퍼님들에 이입했었다. 중국 귀환 날인 4월 3일에는 여러 촬영팀이 있음에도 우리 팀에만 (촬영을) 열어줄 정도로 신뢰감이 쌓인 상태였다. 그 전날 강철원 주키퍼의 모친상 소식을 듣고 조문갔고, 이때 요청 드리지 않았는 데도 기꺼이 촬영을 허락해 주셔서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모친상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푸바오와 함께 중국에 간 강 주키퍼님과 동행하면서, 체력적·정신적으로 혼란한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 보면서, 정말 이런 드라마가 있을까 싶었다. 푸바오와 대중의 이별, 주키퍼와 어머니의 이별, 중국행과 재회까지 엄청난 롤러코스터 같은 3개월이었다.
대중은 왜 그토록 푸바오에 열광했을까. 그 이유를 알겠던가.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보면 같은 판다라도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카메라가 들어가면 아이바오는 조용한데(경계하는 듯), 러바우는 철장을 붙잡고 계속 두리번두리번하면서 크게 호기심을 드러낸다. 이 둘은 성체가 되어 한국에 온 반면 푸바오는 한국에서 최초로 태어난 판다 아닌가. 국내에서 어린 판다의 모습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그 성장 과정을 처음으로 곁에서 지켜본 거지. 그것도 거의 실시간으로! 할부지 다리에 매달리고, 나란히 앉아 어깨동무하는 것 같은 사랑스러운 모습에 빠질 수밖에 없겠더라. 나 같은 40대 남성조차도 반했을 정도니, 뭐… (웃음) 특히 코로나로 인해 전국적으로 답답하고 침체된 시기에, 이 귀여운 생명체가 일상에 활기와 힐링을 전한 느낌이다. 또 푸바오가 중국으로 떠날 때 오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편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압축된 이야기지만 <안녕, 할부지>를 통해 그런 분들도 조금의 공감대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다시 중국에 가서 푸바오와 재회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는데 그때 감정이 어땠는지.
재회 때는 오직 기쁨과 설렘만 있었던 것 같다. 푸바오가 이미 떠났지만, 편집하면서 계속 보니 마음 속에서 채 떠나보내지 못한 상태였거든. 푸바오가 강 주키퍼님의 얼굴을 계속 보고 있는 걸 찍으면서는 너무 떨렸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었다. 에버랜드 카메라에는 푸바오가 굉장히 예쁘게 잘 찍혔는데, 내가 찍은 카메라는 감정이 요동쳐서 막 흔들리고 그랬다. 푸바오가 할부지에게 다가오려고 하는 엔딩 무렵의 장면은 <안녕, 할부지>에만 담겨 있다.
그러잖아도 에버랜드가 공개한 영상을 본 대중의 의견이, 푸바오가 할부지를 알아봤다와 알아보지 못 했다로 나뉘던데.
위에서 언급한 그 장면은 이 영화의 킥이라고 하겠다. 푸바오는 100%로 할아버지를 알아봤다고 생각한다. 할부지 앞에 오려고 푸바오가 30분 이상 빙빙 돌았었다. 에버랜드 측은 푸바오의 안부를 대중에게 빨리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을 텐데도, 영화에만 담는 부분을 양해해 주셨다. 당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푸바오는 3월부터 그때까지 계속 격리된 상태였다. 한국 내 격리, 비행기, 중국 내 격리 그리고 중국 내 기지에서 기지로 계속 격리와 이동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다시 갔을 때, 비가 오고 날씨도 흐렸다. 첫날은 계속 엎어져 있었지만, 둘째 날은 다행히 힘을 내어 대나무를 먹고 강철원 주키퍼한테 다가오기 위해 빙빙 돌다가, 일어서는 등 어떻게든 다가오려고 여려 차례 시도 했었다.
한국에 처음 도착한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상황을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했는데, 각 개체의 성격 차이를 귀엽게 잘 표현했더라. 짧은 시간 안에 애니메이션 작업까지 정말 빡빡한 일정이었겠다.
원래는 편집본이 나온 후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순서지만, 일정상 촬영과 편집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업을 동시에 했다. 그렇다 보니 영화와 맞지 않아서 날려버린 부분도 좀 있고. 바오패밀리를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있으니 최소한의 사전 정보를 주어야 했다. 푸바오가 어떻게 태어났고 왜 중국에 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연을 모르는 분들이 봐도 이해되도록, 스토리 빌드업을 위해 연출적으로 안배한 부분이었다.
OST에 김푸름 님과 이문세 님이 참여했다. 소녀와 아저씨라는 상반된 감성의 주제곡에 담긴 의도가 궁금하더라.
‘안녕’을 리메이크해 부른 김푸름 님은 열여덟 살로 푸바오 나이가 인간으로 치면 그쯤 되지 않을까 했다. 할부지들에게 ‘안녕’하고 작별 인사하는 느낌으로 갔다. 서우영 음악 감독이 작사 작곡하고 이문세 님이 부른 엔딩곡 ‘나의 아이’는 강철원, 송영관 주키퍼를 비롯해 남겨진 분들의 마음이라 하겠다.
제목이 ‘안녕, 푸바오’가 아닌 ‘안녕, 할부지’인 건 푸바오의 관점인 걸까. ?
<안녕, 할부지>는 푸바오의 이야기지만, 그보다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존재만으로 사랑스러운 푸바오를 열과 성을 다해 키워준 분들께 크레딧 타이틀을 드리고 싶었다. 영화 마지막에 크루 세 분이 서 있는 걸 찍은 샷이 있다. 마치 어벤져스같이 백라이트를 비추는데 그분들께 영광을 드리고 싶은 마음을 담은 씬이다. 그 분들 덕분에 푸바오가 있을 수 있었고, 푸바오에게 위로와 힐링을 얻은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크루들에게 헌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인터뷰 초입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이야기인가.
<안녕, 할부지>는 심형준이라는 사람 자체에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이다. 좀 더 동물과 교감할 수 있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가치관에 있어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았나 싶다. 작업하면서 사람이 순수해졌다. (웃음) 중학교 1학년, 90년대 초반에 미국 시애틀로 이민 갔었다. 당시 인기였던 너바나 등의 음악을 자주 들었고 음악에 꿈도 많았다. 지금도 밴드활동 하고 있고, 음악을 비주얼라이징할 때 무엇보다 행복하기 때문에 음악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준비 중인 작품이 있으면 소개를 부탁한다.
하나는 해방촌에 살면서 음악하는 외국인 이야기다. 또 하나는 샤이니 종현이 출연한 (내) 뮤직비디오 데뷔작을 디벨롭하여 일본에서 영화할 예정이다. 남녀가 만나 이별한 후 회상하는 심플한 이야기인데, 내가 만들었지만 그 둘의 사연이 궁금해서 영화로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사진제공. (주)에이컴즈 에버랜드리조트
2024년 9월 12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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