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무도실무관>이 넷플릭스 공개 직후 글로벌 TOP10에서 1위에 올랐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놀랐고 기쁘다. 마침 <무도실무관>이 추석 연휴에 공개돼서 더 많은 분들께서 봐주신 거 같다.
무도실무관이라는 낯선 소재를 선택했는데.
부끄럽지만 나 또한 시나리오를 통해 처음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을 접했다. 그 글 안에 무도실무관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긴 것 같았고, 감독님을 만나뵀을 때 가장 먼저 내 생각이 맞는지 물었다. 감독님께서 내 말이 맞다면서 기뻐하시더라. (웃음) 영화를 통해 무도실무관 분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리는 데 일조한 거 같아 기분이 좋고, 내 진심이 전달되어 행복하다.
무도실무관으로 분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성균 형과 보호관찰소에 방문해서 보호감찰관과 무도실무관 분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 들을 기회가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고되고 힘든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 무도실무관의 역할이 범죄자들을 응징하는 게 아니라 제압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정이 앞서면 안 되고 항상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더라. 그리고 거기서 오는 어려움이 많다고 들었다.
‘정도’의 머리 색 변화가 그의 성장과 밀접한 관계를 띠는 것처럼 보인다. 탈색한 헤어스타일은 본인 아이디어였을까.
내가 감독님께 먼저 제안했다. ‘정도’를 통해 내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정도’가 어떤 외모인지에 대한 묘사는 글에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건데 생각보다 탈색을 하신 분들이 많더라. (웃음) 탈색이 나에게 있어선 특별한 이벤트 중 하나인데 의외로 일상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스타일이라 조금 놀랐다. 그렇다면 극중 ‘선정’ 이모가 ‘정도’에게 탈색을 권했을 때 ‘정도’가 이를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헤어스타일 외에도 외적으로 준비한 게 있을까.
‘선민’이 ‘정도’에게 먼저 무도실무관을 제안할 정도라면 한눈에 봐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을 거 같은 힘이 느껴졌을 거 같더라. 그래서 체중을 증량했다. 처음에는 8kg 정도 불렸고 이후에 무도실무관의 고단함을 표현하기 위해 3~4kg 감량을 했다. 다행히 감독님께서 시간순으로 촬영하는 걸 선호하셔서 촬영할 때는 지장이 없었다. (웃음)
시간이 흐를수록 ‘정도’의 외적인 변화만큼 심리적인 변화도 두드러지더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정도’의 감정과 심리 변화라고 생각했다. 장르는 액션 영화이지만, 개인적으로 액션은 두 번째였고 ‘정도’의 미묘한 감정 변화에 초점을 더 맞췄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느꼈던 순간순간의 변화를 관객 분들께 잘 전달하고 싶어서 감독님과 논의를 많이 했다.
그 과정에서 ‘김선민’(김성균) 계장의 역할도 컸던 거 같다.
김 계장은 ‘정도’에게 좋은 스승이자 좋은 형이었던 거 같다. 일적으로도 그렇지만,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서 배울 게 많은 인물이다. ‘정도’가 만난 좋은 어른 중에 하나이고, 무도실무관에 호감을 갖게 된 데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봤다. 실제로 성균 형도 정말 좋은 사람이고 너무 좋아하는 선배다. 천사라고 부를 정도다. (웃음) 성균 형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김은숙 작가님, 이병헌 감독님 그리고 수지 씨까지 같은 사람과 여러 번 작업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닌데 다시 연을 맺게 되어 너무 기쁘다. 서로 가까워지는 시간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서 금방 몰입할 수 있었다. (웃음) 현재 7~80% 정도 촬영된 상태다.
김은숙 작가와는 무려 세 번째 작품이다.
김은숙 작가님과는 앞서 두 작품을 해서인지, 이번에 내게 맞춰서 캐릭터를 만들어 주셨더라. 작가님을 처음 뵀던 작품이 <신사의 품격>이었다. 당시 오디션을 보는데, 작가님의 오랜 팬이어서 그런지 어떤 의도로 글을 쓰신 건지 잘 보이더라. 신나서 연기했던 거 같다. (웃음) 시간이 지나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는데 작가님이었다. 그때 ‘너는 내가 왜 이 글을 썼는지 알고 있는 거 같아. 연기 잘 해줘서 고마워’란 말씀을 하셨다. 이후에 <상속자들> 할 때도 작가님이 의도한 바가 그대로 읽혀서 잘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그 연으로 이렇게 세 번째로 호흡도 맞추게 됐다. (웃음) 이번에도 대사가 장난이 아니니 많이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웃음)
어느덧 데뷔 15주년을 맞았는데 소감이 어떤가.
내 스스로 내 연기의 깊이를 판단하는 건 어렵지만 CG가 필요한 연기는 예전보다 확실히 자신이 생겼다. (웃음) <외계+인> 시리즈, 넷플릭스 <택배기사> 그리고 지금 준비 중인 <다 이루어질지니>까지 여러 차례 CG 작업을 경험하면서 자신감이 붙었다. (웃음) 시간이 흐르면서 현장이 더 편안해진 것도 같다. 그런 부분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
그 사이 비인두암 투병으로 인한 공백기도 있었다.
워낙 긍정적인 성격이라 하늘에서 내게 휴가를 준 거라고 생각했다. (웃음) 그 시간 동안 스스로 되돌아봤는데, 내가 나를 너무 혹사시켰더라. 어릴 땐 앞만 보고 살았다. 나를 채찍질하면서 미래와 목표만을 위해 달렸다. 그런데 나를 돌아볼 시간이 생긴 거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 덕에 힘을 내서 이겨낼 수 있었고, 어린 나이부터 건강에 신경쓰게 되니 더 건강해졌다. 지금은 먼 미래를 보기보다는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고 있다. 그 덕에 좀 더 행복해진 거 같다.
복귀 이후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에 있어 변화가 생겼을까.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 거 같다. 해보지 않은 역할, 못 보여드린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예전엔 사극이 두려웠지만 지금은 기회가 온다면 사극도 도전해 보고 싶다. 작품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내 가치관과 맞거나 혹은 어떤 역할이 내 마음에 들고 공감이 된다면 비중의 크기를 떠나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진제공_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