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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과 작업하는 게 꿈” <청설> 홍경 배우
2024년 11월 12일 화요일 | 이금용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이금용 기자]
말 대신 손으로 마음을 전하는 두 청춘의 이야기로 대만 청춘물 붐의 시작을 알렸던 <청설>(2009)이 15년 만에 국내에서 리메이크됐다. 전작 <댓글부대>에서 온라인 여론 조작에 빠진 음침하고 위태로운 청년을 연기했던 홍경은 이번에 첫사랑에 빠진 청년 ‘용준’으로 분해 풋풋하고 무해한 설렘을 전한다.


로맨스영화로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인데 소감이 궁금하다.
연기하면서 굉장히 설?다. (웃음) 꼭 로맨스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고 요즘 온전히 20대 배우를 주축으로 가는 작품 자체가 많지 않다. 특히 극장용 영화는 더 그런 거 같다. 그래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경험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TV나 OTT가 줄 수 없는 극장만의 느낌과 힘이라는 게 있지 않나. (웃음) 그리고 배우들도, 감독님도 여태 보여준 것 이상의 것들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보여줄 것들을 설렘과 기대하는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어떤 이유로 이번 작품을 선택했나.
이 영화만이 가진 순수함이 마음을 이끌었다. 아무리 세상이 빨라지고, 많은 것들이 빠르게 휘발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가는 것, 또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는 일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건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영화 안에 20대의 청량함과 생생함뿐만 아니라 힘듦과 아픔까지도 전부 녹아 있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데.
원작을 의식하지는 않았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는 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대본에 그려진 ‘용준’이라는 인물 안에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쉽지는 않았다. 장르적이고 극적인 것보다 이런 일상적인 인물과 이야기가 연기하기 더 어려운 거 같다.

첫사랑에 빠진 연기가 너무 실감나더라. (웃음) 실제로도 ‘용준’과 비슷한 경험이 있나.
전혀 다르다. 나는 ‘용준’만큼 과감하고 솔직하진 못한 거 같다. (웃음) ‘용준’은 저돌적이지만 그 방식이 마냥 투박하지 않다. ‘여름’(노윤서)을 대하는 걸 보면 섬세하고 배려심 넘친다. 정작 나는 겁이 많아서 시작도 못하고 물러날 때도 많았다. 용감하게 다가가는 ‘용준’을 보면서 그런 부끄러운 과거들이 생각나더라. (웃음)

‘여름’을 연기한 노윤서 배우는 어떻던가.
명확하고 총명한 배우다. 작품을 대하는 자세가 남다르고 어떤 상황에서 무얼 해야할지 정확하게 알고 행하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스태프들과 호흡하는 윤서 배우의 리더십은 꼭 배우고 싶었다.

조선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연기할 때 계산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움직이는 편인데 감독님께서 열린 자세로 내 연기를 수용해 주셨다. 그러다 감독님 그림에서 너무 벗어난다 싶으면 다시 중심을 잘 잡아주셔서 마음 편하게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웃음)

수어로 연기하는 게 일반적인 연기보다 더 어려웠을 텐데.
작품 들어가기 전부터 걱정은 있었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다. 어려울 걸 알고 선택한 작품이었다. 3개월 정도 수어를 배우면서 수어 이상으로 많은 걸 배웠다. 말을 하지 않고 마음을 전하려면 더 상대방에게 집중하게 된다. 그러니 연기를 하면서도 온 신경이 내가 아닌 상대 배우에게 가 있었고,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튀어나올 때도 있었다. 윤서 배우가 움찔하면 나도 움찔하더라. 말 대신 몸과 얼굴로 보여줘야 하는 게 많아서 평소보다 호흡이나 자세 등 몸을 더 유기적으로 쓰게 되는 기분이었달까. (웃음) 또 현장이 조용해서 은근한 긴장감이 돌았는데 그 덕분에 그 순간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다. 수어보다는 미묘하고 세심한 감정 연기가 더 어려웠던 거 같다.

‘용준’은 대학을 졸업한 뒤 좀처럼 진로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20대 청년이다. ‘용준’처럼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가 있었나.
지금도 자주 느낀다. (웃음) 누구나 다 그런 시기를 지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같은 경우엔 일에 대한 불안이 큰 거 같다. 물론 이 불안이 동력이 될 때도 있다.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어서 매번 최선을 다하게 된다. 그래도 불안이 커지면 가족이나 동료들에게 많이 의지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게는 사람과 사랑이 제일 중요한 거 같다. 주변 사람들이 무너지면 나도 무너질 테니까.

작품을 선택할 때 기준이 뭘까.
딱 정해진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 내가 동화될 수 있는 작품과 캐릭터를 좋아한다. 드라마 <약한영웅>의 ‘오범석’은 내가 10대, 20대 동안 품어왔던 내 안의 열등감을 닮아 있었다. 또 <댓글부대>나 <청설>은 20대들이 가지고 있는 열정과 고민에 공감이 갔다. 어떻게 보면 지금 내 나이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30대가 되어서까지 교복을 입고 싶지는 않다. 10대 연기는 진짜 10대가 더 잘하지 않을까 하는 게 지금의 생각이다. 물론 나는 변덕스러운 사람이라 이 생각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 (웃음)

실제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점점 달라지는 걸 느낀다. 계속해서 나와 닮은 캐릭터, 내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을 연기해왔다면 이젠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고 있다. 영화를 통해서 내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때 오는 즐거움에 눈을 뜨게 됐다. (웃음)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굿뉴스>가 확정됐다.
<굿뉴스>를 통해서 설경구 선배님과 만나게 됐다. 나는 설경구 선배님의 작품을 보면서 자란 세대라 ‘리빙 레전드’와 호흡을 맞춘다는 게 너무 영광스럽다. (웃음) 선배님의 에너지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있고, 선배님을 보면서 나만의 연기를 찾기 위해 더 노력 중이다. 어떨 땐 현장에 나가는 게 너무 설레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웃음)

올해로 데뷔 7년차다. 10주년이 멀지 않았는데 그 안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까.
10주년이 아니라 죽기 전에 꼭 한번, 아주 작은 배역이라도 좋으니 폴 토마슨 앤더슨 감독과 작업하는 게 꿈이다. (웃음)



사진제공_매니지먼트 엠엠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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